KTX 승무원의 복직 문제, 이제는 안전을 위해 해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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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승무원의 복직 문제, 이제는 안전을 위해 해결되어야 한다
[라이프인ㆍ생명안전시민넷 공동기획_안전 칼럼] 강문대(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
  • 2018.04.04 15:29
  • by 라이프인


1. 여는 말

나는 지방 재판이 많은 편이고 그래서 KTX를 자주 탄다. KTX를 타게 되면 승무원을 보게 된다. 승무원들이 기차 옆 플랫폼에서 승객들을 맞이하기 때문에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다. 그들을 마주칠 때마다 ‘그 승무원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2000년대 후반 정리해고에 반대하다가 해고되고 그에 관한 소송을 제기했다가 대법원에서 진 ‘그 승무원들’ 말이다. 작년 겨울 무렵에는 승무원들이 몸자보를 걸치고 근무를 하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지금 ‘코레일관광개발’에 소속되어 근무하고 있는 승무원들 역시 안정적인 상황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얼마 전에는 ‘그 승무원들’의 추심금 문제가 법원에서 조정으로 해결되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오랜 만에 나쁘지 않은 소식을 듣고서 안도했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그 승무원들’의 복직 문제이다. 그리고 현재 승무원들의 가장 적절한 고용형태의 모색이다. KTX를 탈 때마다 부딪힐 그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여기서 한 번 풀어본다.

2. 확정 판결의 문제점과 그 의미의 한계

다들 알고 있듯이, ‘그 승무원들’이 제기한 소송은, 하급심에서는 대체로 승소하였으나 대법원에서는 패소하였고 파기환송심에서 패소가 확정되었다. 승소로 판결한 하급심의 승소요지는, KTX 승무 업무와 관련하여, 코레일 소속의 열차팀장의 업무와 형식상 다른 회사 소속의 승무원의 업무가 구분될 수 없고, 그 형식상 다른 회사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으며, 코레일이 승무원에 대한 인사노무관리의 실질적인 주체이므로, 코레일이 승무원들의 실질 사용자라고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대법원의 패소요지는, 업무가 구분될 수 있고,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승무원이 열차팀장의 지시를 받지만 그것은 “이례적인 상황에서 응당 필요한 조치에 불과하고 KTX 여승무원의 고유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으며, 승무원들이 소속된 회사의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인정되며, 이 회사가 승무원들에게 인사노무관리를 직접 행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코레일이 승무원들의 실질 사용자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대법원의 위 판결에 대해서는, 철도공사와 하청회사 사이의 도급계약서·하청회사의 지침 등 문서로서 겉으로 나타난 자료들을 중심으로 형식적으로 판단하였을 뿐 여승무원들의 노동관계의 실제 모습을 보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 법관들이 자신이 보고 싶은 사실만을 보고, 인정하고 싶은 사실만을 인정하였다는 점, 철도공사가 여객의 안전을 보호하는 중요한 업무를 하청업체에게 떠넘기고 자신은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방치하는 것이 된다는 점 등이 지적되어 왔다(김홍영, 2015. 4.). 이러한 문제점은 수년이 지난 지금 다시 냉정을 유지하고 살펴보아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르면, 비행기 내에서 승무사무장을 제외한 스튜어디스 업무를 외주화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것을 용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 회사도 없다. 그 점만을 놓고 보더라도 위 판결의 문제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무튼 대법원 판결이 내려져 있는데, 그렇다면 ‘그 승무원들’은 더 이상 직접 고용 요구를 할 수 없는가? 그렇게 볼 수는 없다. 법원 판결은, 그 시점을 기준으로 코레일에게 ‘그 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판결한 것이지, 코레일이 ‘그 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부적법하다거나 부적절하다고 판결한 것이 아니며, ‘그 시점’ 이후 변화된 제반 사정까지 모두 고려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승무원들’은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 시점’ 이후의 안전법제의 개정 상황과 국민들의 안전 의식의 변화를 토대로 코레일에 대해 직접 고용이 더 적절하고 보다 적법한 조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코레일도 당연히 그런 조치를 수용할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것에 위법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는 정책의 지향성과 결단의 문제에 해당하고, 그런 결단은 법원의 판단과 모순되지 않는다.

(사진 : 여성경제신문. "우리 다시 빛나리" KTX 해고승무원들 오체투지.2017.9.21)

3. 상황의 변화와 규정의 개정

우리 사회는 세월호를 겪었고 최근에는 제천과 밀양의 화재 참사를 겪었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세월호를 떠올리고 안도와 비탄을 반복한다. 세월호가 남긴 흔적은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고 그 과정에서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의식이 높게 고양되었다. 아직 안전불감증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그것은 탐욕과 나태로 인한 비정상적 증상일 뿐이고, 공익과 이성의 영역에서는 안전 우선 방침이 정상적 조치로 간주된다. 그에 따라 법제의 개선 노력이 많이 행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생명·안전 업무와 관련해서는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비정규직은 비단 기간제와 파견제만이 아니라 하도급제도 포함되는 것이다. 즉, 자회사 형태의 직접고용도 모회사를 기준으로 해서는 비정규직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아야 하는 이유는, 생명·안전 업무에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 생명·안전 업무에는 온전한 정규직이 배치되어 유사시에 책임감을 갖고 대처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 및 동료 직원들과 의사소통의 단절 없이 유기적으로 대처하게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이에 관한 공약을 제시하였고, 고용노동부도 이에 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이에 관한 입법안도 기왕에 제출되어 있다. 조만간 이에 관한 입법이 결실을 맺기 바란다.

범위를 좁혀 철도안전에 국한해서 보면 중요한 규정의 개정이 있었다. 2015. 7. 24. 「철도안전법」이 개정되었는데 그 주요내용은, 철도사고 등이 발생하는 경우 해당 철도차량의 운전업무종사자 외에 여객승무원도 철도사고 등의 현장을 이탈하여서는 아니 되고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후속조치(사고전파, 안내방송, 여객대피, 2차사고 예방, 비상문 개방, 의료기관 이송 등)를 이행하여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아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하거나 철도차량 등을 파손에 이르게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코레일 소속의 열차팀장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 소속의 승무원에게도 적용된다. 이로써 안전과 서비스가 분리될 여지가 없어지게 되었다. 이는 곧 위 대법원 판결의 주된 이유의 붕괴를 의미한다.

4. KTX 승무원 문제 해결의 방향과 그 의미

KTX 승무원 문제는 코레일이 직접 고용하는 것만이 해답이다. 승무서비스는 코레일의 본래적 업무이자 고유업무이다. 그 서비스에는 안전이 포함되어 있고, 코레일 외에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주체는 없다. 어느 승객도 그 업무를 다른 회사에 맡기는 것을 용인하지 않았다. 현 상태의 유지는, 서비스와 안전에 장막을 쳐 놓은 것으로서, 철도안전법 취지의 위반이자, 중요한 순간에는 재앙을 방지하지 못하거나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요행을 바라지 않는 것이 이성의 역할이다. 코레일은 지금이라도 요행심을 버려야 한다. 그것이 미래의 비탄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므로 10년 넘게 거리를 떠돈 ‘그 승무원들’은 코레일에 복직시켜야 하고, 현재 ‘코레일관광개발’에 소속되어 있는 승무원들은 점진적으로 코레일로 승계해야 한다. 코레일관광개발은 ‘관광여행’, ‘유통’, ‘테마파크’ 사업에 주력하면 된다. 이런 사업들과 ‘승무서비스’ 사업은 관련성도 없고 친화적이지도 않다.

코레일이 최근 해고자들을 복직시키는 등 노사 화합과 관련된 제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승무원의 직접 고용도 그런 조치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할 경우 그 의미는 적지 않다. 먼저, 현 정부가 생명·안전을 우선시한다는 점과 그에 관한 업무는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이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될 것이다. 다음, ‘그 승무원들’은 물론이고 현재 승무서비스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대부분 여성인바(반면에 열차팀장은 대부분 남성이다), 여성 노동자의 노동을 중시하고 차별을 근절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음, ‘그 승무원들’의 문제는 유감스럽게도 참여정부 때 발생한 일이다. 당시 사장이 70년대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자 민청학련의 사형수였던 ‘이철’이었다. 현재 사장은 80년대 학생운동의 주력이던 전대협의 2기 의장이던 오영식이다. 코레일의 전향적 조치는 민주화운동이 정치적 자유의 지평을 넘어 노동자와 서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데까지 발전해 왔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전대협 의장 출신의 사장 하에서도, ‘그 승무원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이는 민주화 운동의 훼절과 촛불 정신의 손상에 다름 아니다. 현 정부와 코레일의 전향적이고 과감한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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