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에도 사회적경제 움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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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에도 사회적경제 움틀까?
[기고] 송원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사회적경제전문인력양성사업단, 경제학과 교수
  • 2018.04.05 10:10
  • by 라이프인

경남은 다른 시도들에 비해 유독 제조업 비중이 높은 광역시도다. 현대기아차, 현대중공업이 울산에,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거제에 있다. 또 제조업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부품, 정밀기계, 소재 분야의 많은 기업들이 창원의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몰려 있다. 그런데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맞닥트린 조선산업 침체는 경남 지역 경제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려면 경남은 단순 제조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제4차 산업혁명 대비, 신성장 동력 산업을 병행 발전시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또한 기존 산업들의 혁신과 고도화를 통하여 고부가가치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고용불안이나 소득 양극화의 심화, 지역간 불균형 아니 더 정확하게는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방소멸’현상, 여기에다 고령화와 인구절벽 등의 상황에서 이것만으로 가능할까? 현재까지의 답은‘아니다’

'더불어 잘사는 경제','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것은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증거다. 그 방안으로 문재인 정부는‘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일자리 정책 로드맵의 10대 정책과제의 하나로 제시하고 추진의지를 내보인 것은 매우 적절한 것이다. 이런 생각의 근거로 사회적경제 기업은 다른 일반 법인에 비해 취업유발 효과가 크고, 구성원이 전체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양질의 일자리가 노동자들의 소득이나 지역생산 증대,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 전체의 성장에 핵심인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이 일자리 차원에서 사회적경제를 국한해서는 안 된다. 물론 현실의 제약도 많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된 이후 비교적 단기간에 양적 성장을 이룬 사회적경제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질적인 발전이 더디고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가져온 폐해도 만만치 않아서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다는 사람들도 꽤 많다.

지역으로 눈을 돌려보면 경남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특히 경남은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 부족,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낮은 경쟁력, 중간지원조직의 경험 일천과 예산 부족, 사회적금융 인프라 미비 등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매우 허약하다는 것은 부끄럽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사회적경제 기업 수나 규모를 보아도 전국과 대비해 매우 열악하고, 창원, 김해, 거창 중심으로 발전하는 등 지역 내에서도 시군별 격차가 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경제를 활성화로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만들려면 경남에서 어떤 일들이 필요할까?

무엇보다도 경남은 사회적경제에 대한 왜곡된 인식, 광역 및 시군의 지원 부족 등으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고 이해도가 낮다. 따라서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일들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제조기업 유치에 경쟁적으로 매달렸고 그러면 고용이 늘고, 지역소득이 올라간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충남GRDP의 32%가 역외유출이라는 어느 분석결과에서 보듯이 사회적경제를 통해 역외유출을 막고 지역에 소득이 머물고 지역 내에서 순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주장이나 요구에 돌아오는 답은“법이나 규정이 없어서”라는 것이었다.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에도 제시되어 있듯이, 지자체 차원에서 사회적가치 실현, 사회적경제 기업 입찰에 대한 가점 확대 및 의무구매 제도 등 실현을 위한 조례 제정이나 개정이 필요하다. 서울, 충남, 강원 등 광역자치단체에서 2012년을 기점으로 조례 제정이 활발한 가운데 경남의 경우 관련 조례 제정은 아주 미흡하다.

지난달 20일 제1회 경남 사회적 가치 포럼이 경남과학기술대학교에서 열렸다.

둘째,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이해도가 높아지면, 이것이 사회적경제 관련 단위조직들의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중간지원조직, 지자체나 관련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각 지역마다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지역주민과 사회적경제 조직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아마 이런 노력과 지원은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해 인건비나 사업개발비를 지원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더 중요한 일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책적 지원 없이 만들어지는 사회적경제 생태계도 더 건강해지고, 풍부하게 될 것이다.

셋째,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경영역량을 강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동안 정부 지원에 의존하여 설립·운영되는 기존의 사회적경제조직(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은 비즈니스 조직으로 성장해야하는 임계점에 직면해있다. 이 임계점을 넘어서 더 성장하려면 민간의 시장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하는데, 이에 필요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마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들조차도 이 한계를 돌파하지 못하고 정부지원에 안주하고 만다.

넷째, 중간지원조직의 역할과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현재는 사회적기업 인증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중간지원조직(현재 경남에는‘모두의 경제’사회적협동조합)이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예산에 비해 인증이나 교육활동 등에 너무 많은 부하가 걸려있어 사회적경제기업들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또 지난 3월 경상남도 차원의 중간지원조직(사회적기업지원센터) 설립되었으나 예산도 부족하고, 공공기관(경남발전연구원) 위탁 방식으로 설립되어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목소리를 충분하게 반영하는 일들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이 두 중간조직 간 역할이나 기능 분담, 사회적경제 조직간 연대와 협력사업을 통한 프로젝트 등을 발굴하여 사회적경제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또 지자체의 지원을 확대하되 현장조직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담아내기 위한 통합조직이 필요하다. 이런 활동이 활발하게 되면 지역의 여론주도층과도 연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될 것이며, 지역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자원 동원과 연계도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을까?

다섯째, 사회적경제 영역에 대한 대학생, 청년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4년 전 전국 최초로 학부과정에 사회적경제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개설한 경남과학기술대학교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익혀온 학생들이 다르게 사는 방법이나 진로를 모색하고, 지역을 위해 자기 인생을 걸어보려는 의지를 가지며, 다른 사람과 협력하며 살아가는 데서 행복을 찾으려는 마음과 태도이다. 사회적경제 인력양성체계를 만들자는 정부가 이런 점들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지는 모르나 대학이 되었든 고등학교가 되었든 젊은 시절에 사회적 삶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에 필요한 역량을 습득하는 사회적경제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지막으로 경남에서 혁신도시로 지정된 진주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혁신도시 이전 11개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대학, 기업 등 협력을 통해서 일자리 창출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한‘혁신도시 시즌2’의 핵심은 산업적 차원에서 국가혁신클러스터를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주여건 개선이나 스마트 시티, 인력양성, 배후도시 상생발전 등을 같이 고려할 때만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지역 차원에서 자생력을 키우고 인재들이 지역에 남아 있으려고 하지 않는 한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전 공공기관들을 중심으로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지역에 남아 지역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정책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공기업 지역인재 30% 채용목표제(2020년까지)를 놓고도 논란이 있고, 청년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것에도 말이 많지만, 꼭 공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는 청년들만을 지원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혁신가 청년들에게도 이러한 기회를 주자. 이들에게 사회적 주거를 제공하고 지역에서 결혼하고 애키우고, 학교 보낼 수 있도록 해보자.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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