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교육격차 해소 주인공은 '손주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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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교육격차 해소 주인공은 '손주뻘 선생님'
고령층 만학도의 검정고시 수업에 대학생 자원봉사자 나서
'서울샛별학교', '청춘학교' 고령층 위한 배움터 역할 톡톡
고령화사회 교육격차해소위해 검정고시 교육과정 공급 확대 필요
  • 2023.01.10 15:00
  • by 강의진, 이서연, 한지영 대학생 기자

대한민국 미래 사회의 주역인 대학생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 ▲청년 빈곤 ▲주민주도형 리빙랩 ▲고령층 교육격차 해소 ▲고령화 사회 돌봄 ▲반려동물 헌혈 문화 ▲ESG 등 우리 사회문제와 현상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한양대학교 '사회혁신을 위한 미디어의 이해' 과목을 수강한 대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및 상생·사회공헌 실천 사례인 리빙랩과 ESG를 취재하고 그들이 발로 뛰며 만들어 낸 결과물을 소개합니다. 라이프인은 대학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회혁신의 고민을 살펴보기 위해 청년의 시선으로 본 사회혁신 관련 기사를 총 7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불치하문(不恥下問). 지지위지지(知之爲知之)하고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가 시지야(是知也)니라."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말아라.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니라.)
 

위 문장은 논어 제2편 위정에 기록된 공자의 명언이다. 그는 자신의 무지를 솔직히 인정하고, 아랫사람을 포함해 누구에게나 기꺼이 배우려는 학습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공자의 명언을 마음에 품고 공부를 시작한 만학도(晩學徒)가 있다. 바로 중·고교 교과과정 검정고시 및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도전하는 고령층 학생들이다. 85세 장옥순 할머니는 2021학년도 검정고시 전국 최고령 합격자로 대원대학교 사회복지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작년 11월 말에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81세 이주용 할머니가 최고령응시자로 등장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초고령(超高齡)사회로 진입했다. 통계청 자료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에 따르면, 2022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7.5%에 육박한다. 고령인구 비중은 계속 증가해 2025년에는 20.6%, 2035년에는 30.1%, 2050년에는 4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 자료 「주말(휴일포함)의 여가활용, 사회조사」에 따르면, 고령자의 주말(휴일) 여가활동 중 취미·자기개발 활동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7.1%, 2017년 11.8%, 2019년 12.1%, 2022년 15%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고령인구 비중이 커지는 동시에 고령층의 교육에 관한 관심도 커졌다. 그러나 고령층을 위한 중등 교육과정을 배울 수 있는 검정고시 수업의 공급원은 많지 않다.
'한국 노인 평생교육 개발원', '한국 노인인력 개발원' 등 노인을 위한 교육임을 나타내는 기관의 대부분은 재취업을 위한 직업 교육을 제공한다. 고령층이 중·고교의 교과과정을 학습할 수 있는 기관은 드문 실정이다. 

여기, 고령층 만학도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고 그들의 학구열에 힘을 보태주는 학교가 있다. 
'서울샛별학교'와 '청춘학교'는 고령층에 중·고등학교 검정고시 교육과정 수업을 지원한다. 교사들은 노인학생들의 손주뻘 되는 젊은이들이다. 세대를 초월한 교육현장에 가서 그들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졸업장 취득으로 수십 년 쌓인 서러움 해결했어요! '서울샛별학교'

서울샛별학교는 사업자등록증을 소유한 비영리 교육 봉사단체이며, 대학생들로 구성된 교사들이 중·고교 검정고시 교육을 무료로 제공한다. 성동구청을 통해 대외 홍보와 학생 모집 등에 도움을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성동구도시관리공단은 서울샛별학교와 2018년 업무지원협약을 체결하여 열린금호교육문화관이라는 교육 및 활동에 필요한 제반 시설을 지원받는다.

지금은 정규교육과정으로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초·중·고 교과 학습이지만, 이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여 공부를 꿈꿨던 학생들이 서울샛별학교에 모여 있다. 학생들은 어린 청소년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나이도 다양하다. 
그 옆에는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고 이뤄주는 젊은 선생님들이 있다. 서울샛별학교에서 봉사 중인 한양대학교 사학과 3학년 재학생, 신철민 선생님을 인터뷰했다.

▲ 신철민 서울샛별학교 선생님. 
▲ 신철민 서울샛별학교 선생님. 

Q. 고령층 학생들이 서울샛별학교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고령층 학생이 젊은 시절에 가정형편이나 개인 사정으로 졸업장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가 꽤 있다. 졸업장을 취득하기 위해 다시 공부하고자 오시는 분들이 많다. 중·고교 과정 검정고시 이후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시는 분들도 다수 있다. 

Q. 서울샛별학교 학생들은 샛별학교를 어떤 경로로 알게 됐나?
성동구청, 동사무소, 문화센터 등 관내 기관에 붙여 놓은 홍보물을 보고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접하고 오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우리 또한 오프라인 중심으로 홍보한다. 

Q. 서울샛별학교에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가?
현재 서울샛별학교는 성동구청으로부터 업무 진행을 위한 지원금을 수령하고 있다. 성동구 도시관리공단에서 수업 장소 및 시설을 지원해주어 제반시설 관련 재정적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서울샛별학교 졸업식 등 학생들을 위한 각종 행사 비용에 따른 예산 부족 문제는 늘 걱정된다. 수강생 또는 졸업생이 후원해주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예산이 좀 더 넉넉하다면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재와 행사를 베풀 수 있을 것 같다.  

Q. 서울샛별학교 봉사자로서 보람차거나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중등 검정고시 수강생 중에 대학입시를 위해 연세대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40대 여성분이 계시다. 봉사자들이 대학생이다 보니 입시 관련 정보를 많이 물어보시곤 한다. 나 또한 인문대생이고, 논술지도를 준비하시는 지도교수님을 통해 들은 정보가 많아 종종 논술관련 조언을 드린다. 그분의 대학 합격 소식이 들려온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Q. 서울샛별학교의 사회적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수많은 졸업생이 남겨놓은 기록에 주된 내용이 '학위 미취득으로 인한 말 못 할 서러움'이다. 또한 우리의 도움으로 졸업식까지 할 수 있어서 기쁘고 좋았다는 내용도 많다.
서울샛별학교의 가치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더디고 성과가 나오지 않아 답답할지라도 수십 년 동안 쌓여온 학생들의 서러움과 속상함을 우리의 작은 재능기부 봉사로 해결해드릴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나이에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신철민 선생님은 서울샛별학교 봉사자라면 학생들을 내려다보지 않는 진심 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학생들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해 검정고시에 얼른 합격하길 바란다는 응원의 말을 덧붙였다. 

 

젊은이가 누리는 사회문화생활, 고령층도 배우고 향유하자! '청춘학교'

대전광역시에 있는 청춘학교는 교육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자원봉사자를 통해 운영되는 성인 문해 교육 및 노인 여가 복지 시설로 노인층에 다양한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청춘학교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이 자원봉사에 지원하는데, 특히 청춘학교에서 글을 배우던 학생이 교사로 돌아온 사례도 있다. 

전성하 청춘학교장은 '단순히 지식만 가르쳐 드리는 곳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누리는 사회·문화생활을 노인도 향유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으로 청춘학교를 운영하게 됐다고 말한다.

▲ 검정고시 수업을 수강 중인 청춘학교 학생들. ⓒ청춘학교
▲ 검정고시 수업을 수강 중인 청춘학교 학생들. ⓒ청춘학교

2013년에 개교한 청춘학교는 학생들의 다채로운 경험을 위해 ▲기초 문해 교육 ▲초·중·고 검정고시 등 정규교육과정 수업뿐 아니라 ▲미술, 영화, 연극 등 체험형 교양수업 ▲청소년 1:1 학습봉사를 통한 컴퓨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활용 교육 ▲영어, 한자, 영상제작 등 방과 후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고령층 위한 검정고시 교육과정, 공급 확대와 적극홍보 필요해

샛별학교와 청춘학교처럼 고령층의 학습격차 문제해결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나서지만 아쉽게도 이들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고령층의 학습 격차 문제해결을 위해 현시점을 진단해보면, 검정고시 교육과정의 '공급'과 '홍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이에 대한 세 가지 대안을 제시해본다. 

우선, 교육 장소를 전국에 균일하게 여는 것이 필요하다. 각 지자체는 교육이 공급되지 않는 지역과 수업을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를 파악해 해당 지역에 교육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교육시설 설치에 적합한 장소로는 마을회관, 경로당, 문화센터 등 고령층이 자주 모이는 곳이다. 학습 기회에 고령층의 접근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다음은 활발한 오프라인 홍보다. 고령층은 인터넷 사용이 적기 때문에 온라인 홍보는 정보가 그들에게 도달되기 어렵다. 마을회관 또는 동사무소 등 대면장소에 홍보물을 게시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 
정부 차원에서 의무교육 및 고등학교 미졸업자에게 교육 제공을 홍보하는 우편을 발송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인터넷 활용능력 수업을 제공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정보 습득의 대부분이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만큼 인터넷 사용에 미숙한 고령층은 정보로부터 멀어진다.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명언,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처럼, 정보는 그만큼의 실현 가능성을 가져다준다. 스스로 가능성을 찾아 열어나갈 수 있는 힘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접근능력'을 기를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고령화사회는 날이 갈수록 현재보다 더 깊어질 것이다. 그만큼 고령층의 학습격차 문제를 조망하고 해결하는 제도적 장치와 실행이 필요하다. 
배움보다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고령층이 겪은 불평등 대우와 그로 인한 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다시 학습하고 졸업장을 취득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 제일 본질적인 해결방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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