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대구광역시 동구 안심마을에서 이루어지는 통합 케어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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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대구광역시 동구 안심마을에서 이루어지는 통합 케어 ②
  • 2023.02.01 12:00
  • by 정원각 객원기자

(①에서 이어집니다.)

교육, 복지, 돌봄, 일자리 관련 사회적경제 조직

▲ 사회복지법인 한사랑이 운영하는 한사랑 어린이집.
▲ 사회복지법인 한사랑이 운영하는 한사랑 어린이집.

앞에서 기술하였듯이 안심마을 사회적경제는 장애‧비장애 어린이 통합교육에서 출발했다. 한사랑 어린이집이 안심마을로 이사한 후, 다양한 교육, 복지, 돌봄 조직들이 만들어진다. 먼저 '협동조합 둥지(마을기업 지정)'는 2013년 설립했는데 방과 후 운영하며, 초등학생(1~4학년)들 중심으로 장애아동, 비장애아동들의 심리상담을 한다. 이 조직은 공간 확보를 위해 초기, 20여 명이 6천만 원을 모아 2층짜리 집을 구입했는데, 이후 3억 8천만 원 규모로 확대 이전했다.

같은 해인 2013년에는 장애아동 치료센터로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애'가 창립하여 장애아동 발달 재활 서비스와 특수 교육 치료 그리고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주민 교류 사업과 장애아동 가정 역량 강화 사업을 한다. 그 이듬해에는 교사, 학부모가 함께 운영하는 대구 공동육아 협동조합 '동동어린이집'이 출범하여 생후 18개월부터 학교 가기 전의 아이들을 교육하며, 아이들 부모인 조합원 교육과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축제에 참여한다.

안심마을에서 자란 아이들이 청년이 되었을 때에는 어떻게 할까? 한사랑어린이집 개원 후, 14년이 지난 2017년에는 장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사람이야기(마을기업 지정)'가 사업을 시작한다. 장애 청년들에게 바리스타, 카페 운영 등을 교육하여 안심마을 지역에서 운영하는 카페 등에 취업하게 돕는 것이다. 대구혁신도시로 이전한 중앙교육연수원이 협력한 카페, 생협 매장 등이 장애 청년들의 일터 가운데 하나다.
 

지역순환 경제의 마중물이자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경제기업들

이곳 안심마을에는 장애아동과 그 가족을 넘어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사회적경제기업, 조직들이 다양하게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땅과 사람이야기'라는 소비자협동조합이다. 주민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이 협동조합은 2011년 안심주민생활협동커뮤니티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2013년 안심협동조합이라는 소비자협동조합으로 조직을 전환했다. 이 조합은 로컬푸드 매장과 카페를 운영하는데 현재 900명의 조합원으로 안심마을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거점 역할을 한다. 

▲ 소비자협동조합 안심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매장.
▲ 소비자협동조합 안심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매장.

2010년,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친환경 재료로 도시락과 밑반찬을 만들어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고 2014년에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사회적기업)'으로 독립했다. 동행은 LH가 율하지역에서 지원하는 나눔 텃밭도 함께 운영했었다. 한편 맞벌이 부부, 바쁜 도시 직장인을 위해 2013년, 소비자들의 반찬 공동구매를 위한 가게, '협동조합 달콤한 밥상(마을기업 지정)'을 만들었다. 달콤한 밥상에서는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인근의 식재료를 사용하여 반찬을 만든다. 

안심마을은 대구의 동구에서도 가장 동쪽 끝에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논과 밭이 있어 도시농업의 적지다. 안심종합사회복지관이 영구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유휴부지에서 생산한 딸기를 판매 중계를 하면서 '농부마실 사회적협동조합'이 탄생했다(2016년). 매장과 농장을 운영하며 생태 텃밭교실, 도시농업 강사 양성 과정 등을 운영한다. 당시 안심종합사회복지관 직원이었던 사람이 복지관을 그만두고 농부마실 창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현재는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2013년 시작한 레드리본 사회적협동조합(사회적기업 인증)은 에이즈에 대한 인식 개선과 감염인들의 자립을 위해 설립했다. 이 협동조합은 '카페 빅핸즈' 매장 7개와 3개의 편의 시설을 운영한다. 이와 함께 HIV 감염인 의료연대기금 사업인 '빅핸즈 레드 케어', 조합원 소액 대출 사업인 '빅핸즈 우애기금' 그리고 HIV 감염인이 입주하는 '사회적 주택 꿈담채'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잔치, 축제, 마을 방송국 등을 통한 회복

안심마을 지역에서 10년 동안 100회의 '행복음악회'를 진행하고 공중파 안심마을 방송국을 운영하는 마을 문화공작소 '와글 사회적협동조합'은 2020년 설립했다. 100회 공연이 말해주듯이 와글은 창립 전에 이미, 10년 동안 안심마을 주민들의 문화를 담당했다. 그리고 안심마을 방송국 설립과 운영은 대구시 성서구에서 주민들이 운영하는 성서FM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 버블매직.(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 버블매직.(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2010년부터 장애 청년들과 비장애인이 함께 운영하는 통합 마술단, 지역문화 공동체를 운영하다 2015년 '반반협동조합'으로 창립했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장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공연하는 마술의 내용으로는 버블매직, 코믹매직, 그림자 마술 등이 있다. 그 외에 유아 돌잔치 그리고 어린이 생일 파티도 진행하고 행사, 축제, 문화공연 기획과 진행도 한다. 

어린이 도서관 아띠와 함께 안심마을의 독서 문화를 책임지는 동네 책방 '협동조합 책방i아이(마을기업 지정)'는 2017년 설립했다. 책방i아이는 책 읽는 문화를 만들고 책을 매개로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자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참여하여 만든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이다. 책 판매가 주 사업이지만 저자와 대화와 같은 인문학 강좌, 어린이독서단 등 운영도 함께하고 조합원, 손님이 쉴 수 있는 공간(벙커)도 갖추고 있다.

자금, 공간, 컨설팅 등 안심마을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이루는 조직들

안심마을에 다양한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창립하고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원, 협력하는 조직들이 있다. 대동계는 2011년 30-40명의 활동가들이 상부상조, 소액 대출을 하기 위해 시작했다. 회원들이 한 달에 1만 5천 원에서 10만 원 사이를 내면 5천 원은 사용하고 나머지 금액은 적립하여 필요할 때, 대출해 주는 방법으로 현재 약 4천만 원이 있다. 얼마전에는 안심마을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50만 원씩 지원했다.

▲ 협동조합 공터가 운영하는 건물 2호 / 1층 커피숍, 2, 3층은 공유 주택.(장애인, 비장애인 주거 시설)
▲ 협동조합 공터가 운영하는 건물 2호 / 1층 커피숍, 2, 3층은 공유 주택.(장애인, 비장애인 주거 시설)

안정적인 사업과 활동을 위해서 공간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안심마을에서 공간을 확보하고 관리 운영하는 '협동조합 공터'는 2013년 창립하여 현재 두 개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하나는 방과후 학교를 시작하면서 공간 확보를 위해 노력한 결과, 2014년 땅을 매입하여 건축한 건물이고 다른 하나는 2020년 행안부의 지역자산화 사업에 선정되어 확보한 건물이다. 자체 마련한 건물 1층에는 마을애 협동조합이 있다가 공간의 협소로 옮기고 지금은 사회적경제 관계 기업이 사용하며, 그 외의 공간은 주간보호센터, 자립지원센터 등이 있다. 그리고 행안부 지역 자산화로 소유한 건물 1층은 사람이야기가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2, 3층에는 장애인, 비장애인들이 공유 주택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 자립을 위해 태양광발전소를 설치 운영하는 안심에너지협동조합은 2019년 설립하여 2020년 11월, 용량 91.26kw의 햇빛발전소를 설치했다. 수익은 조합원 배당과 마을 기금으로 이용하고 있다. 햇빛발전소 설치 외의 사업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 교육과 홍보, 에너지 복지 개선을 위한 사회공헌, 에너지 전환 정책 연구와 네트워크 활동 등을 하고 있다. 

'마을과자치 협동조합'은 안심마을에 있는 사회적경제기업, 조직들의 경영, 공모, 교육 등을 컨설팅을 하기 위해 2018년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그동안 행안부 지역자산화 사업, 공공, 사회서비스 공간 확보 등에 대해 컨설팅을 하여 선정되는 등의 좋은 성과가 났다. 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는 안심마을에 있는 사회적경제기업과 그 외의 동구 지역에 있는 27개의 사회적경제기업이 참여하여 만든 네트워크로서 조직 간의 상호 교류와 연대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중에 17개 기업이 동구우애기금에 참여, 운영하고 있다.

시작은 민간 자발적이나 이후 정부의 제도가 시너지를 일으킨 안심마을

▲ 안심에너지협동조합이 설립한 햇빛발전소.
▲ 안심에너지협동조합이 설립한 햇빛발전소.

안심마을에 있는 사회적경제기업이나 조직들의 법인 정체성을 보면 대부분은 협동조합 법인이다. 그리고 이 협동조합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회적기업 인증이나 마을기업 지정을 받아서 설립 초기에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행안부가 추진한 지역자산화 사업도 안심마을의 사회적경제기업에 큰 힘이 되었고 더 많은 일을 추진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즉, 민간이 스스로 시작하고 준비되어있는 상태에서 정부의 인증제도와 지원 정책은 큰 시너지를 발휘했다. 

뿐만 아니라 권영진 전 대구시장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호의적인 정책과 대구시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 그리고 (사)커뮤니티와경제가 위탁받아 운영하는 대구협동조합지원센터는 안심마을에 다양한 사회적경제 기업과 조직이 창립하고 이후 사회적기업 인증, 마을기업 지정 등을 받아서 사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도운 중요한 조력자들이다. 

협동조합형 시민, 건강한 시민사회 건설을 위하여

이제 안심마을 사회적경제 참여자들과 사회적경제기업, 조직들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안심마을에 없는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노인 등을 위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을 창립하며, 사회주택을 본격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안심마을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교육을 받는 것, 그리고 지역에서 자존감 가지는 노동을 하며 안락한 집을 공유하는 일이다. 그리고 노인들은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일이다. 

궁극적으로는 안심마을에서 사회적경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사회의 공공선을 이해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사는 협동조합형 시민이 되고 안심마을은 성숙하고 민주적이며 건강한 시민사회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적경제에는 현재 매우 어려운 시기다. 하지만 대구 동구 안심마을은 사회적경제에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주고 있다. 중장기 비전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세상, 마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If you want to go fast, go alone.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는 아프리카 속담이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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