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필요를 커먼즈로"…사회적경제, 어떻게 지속가능한 삶을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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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필요를 커먼즈로"…사회적경제, 어떻게 지속가능한 삶을 만드나
성균관대학교 BK21 4단계 미래인문학기반사회혁신창업교육연구단 제3회 국제학술대회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찾아서' 개최
2부 '사회적경제와 소셜앙트레프레너십'
  • 2023.01.19 14:14
  • by 노윤정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는 현 사회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위기 상황 속에서 '사회적 가치'는 더욱 주목받았고, 시장 실패 보완과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에 기여하는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국제연합(유엔·UN),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들도 사회적경제가 가진 회복력, 지속가능성, 포용력에 주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는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며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성균관대학교 BK21 4단계 미래인문학기반사회혁신창업교육연구단이 개최하는 제3회 국제학술대회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찾아서'가 13일 서울 성균관대학교 다산경제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해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난 사회적 가치와 실천 현상을 살펴보며 연구 동향을 공유하고 학술적 의견을 교류했다.

행사 2부에서는 '사회적경제와 소셜앙트레프레너십'을 주제로 하여 논의가 이루어졌다.
 

▲ 김신양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 회장. ⓒ라이프인
▲ 김신양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 회장. ⓒ라이프인

김신양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 회장은 '서귀포 지역 사회적경제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지역사회와의 관계'라는 주제로,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에서 진행한 '서귀포 사회적경제기업 심층 분석에 기반한 발전 방안: 필요한 대책 및 지원체계 구축을 중심으로' 조사·연구의 결과를 공유했다.

서귀포사회적경제복지센터의 의뢰로 진행한 해당 연구는 서귀포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종합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러한 데이터에 근거하여 효과적인 지원 체계를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조사는 서귀포 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 중 운영 실효성이 확인된 기업을 대상으로 했으며(총 75개 기업 중 38개 기업에 대한 인터뷰 진행) ▲운영(Organisation)의 안정성 ▲경영(Management)의 안정성 ▲지역사회와의 관계성 총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성과를 분석했다.

김 회장은 이러한 분석을 통해 발견한 점으로서 "한국 사회적경제기업은 법적 지위로 분류된다. 그러나 실제 기업을 특징짓는 '정체성'은 제도적 유형과 달리 나타난다"고 전했다. 이어 사회적경제기업 유형을 기업의 주된 임무에 따라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사회통합을 지원하는 '노동통합형' ▲공동체 유지 및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공동체강화형' ▲지역자원 개발과 지역의 1차 산업 및 종사자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개발형' ▲지역의 전통 문화예술 진흥을 목표로 하는 '문화예술진흥형' ▲자주적이고 대안적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자주공동체형' 등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이 중 노동통합형(9개)과 지역개발형(7개)에 속하는 기업이 가장 많았으며 지역자원을 활용하는 등 지역성 강한 사업을 운영하는 곳이 많았다. 아울러, 세 개의 평가 범주 평점을 비교했을 때 운영의 안정성 점수가 낮게 나와 개선 필요성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하여 김 회장은 "사회적경제기업 발전 방향을 논의할 때 어떻게 판로를 늘릴 것인지와 같은 지원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항상 나온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사회적경제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조직 체계, 운영의 미비다"며 주력사업의 안정화 등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향후 과제로서 각 사회적경제기업의 유형별 특성 및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구분 방법을 마련해야 하며, 그에 따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중간지원조직은 기업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자료에 기반하여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김자경 제주대 연구센터 연구원. ⓒ라이프인
▲ 김자경 제주대 연구센터 연구원. ⓒ라이프인

김자경 제주대 연구센터 연구원은 '지역공동체 연결망을 이용한 먹거리 돌봄 사례 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다. 한살림제주생활협동조합(이하 한살림제주)에 속한 생협 활동가이기도 한 김 연구원은 한살림제주 구성원들이 공유한 '돌봄'에 대한 고민과 '서로돌봄'을 실천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들을 설명했다.

한살림제주에서는 돌봄의 핵심을 '연결'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김 연구원은 "삶터와 일터에서 잘 보이지 않는 소수자들과 연결되기 위한 상상력이 필요하고, 이러한 활동 중심에 협동조합, 사회적경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렇기 때문에 생협의 위치가 중요하다. 삶의 필요를 상품이 아닌 공동의 자원(커먼즈)으로 봐야 하고, 삶의 필요를 커먼즈로 만드는 활동의 핵심이 돌봄이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하여 한살림제주가 지역사회에서 먹거리 돌봄을 실천한 사례를 소개했다 한살림제주의 먹거리 돌봄 사업은 ▲지역 먹거리 체계로 전환 ▲지역사회와의 연결 등 두 지향점 안에서 건강한 먹거리 공급, 가까운 먹을거리 체계 구축, 협동조합 지역사회 만들기, 조합원 자치, 조합원 필요의 환경생태적·공동체적 해결, 활동 역량 강화, 사업 역량 강화 등 7가지 목적을 가지고 추진됐다.

구체적 사업의 예로서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운영한 먹거리 돌봄 사업이 있으며, 이와 관련해 김 연구원은 "우리가 지향하는 돌봄은 '서로돌봄'인데 기존에 하던 사업은 우리가 일방향으로 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주민참여예산 사업을 운영하며, 시혜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고민했다"고 부연했다. 한살림제주는 공동체 텃밭과 공유부엌, 공유냉장고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지역 어르신이나 학교 밖 청소년들과 함께 공동체 텃밭을 가꾸고, 재배한 작물로 공유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 공유냉장고에 기부하고, 식교육센터를 통해 지역사회 구성원에게 먹거리와 돌봄에 관한 교육을 진행했다.

이러한 돌봄 사업은 기획과 시행 단계에서 나눔 대상자 발굴의 어려움, 주민자치센터의 소극성, 돌봄 사업의 비전 수립 및 비전 공유 방식 고민, 식생활 교육 시 당사자 교육의 어려움, 공동체 텃밭 운영 시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의 경우 임금을 받으면 수급에서 제외되는 문제 등의 과제를 발견했다.

성과도 있었다. 한살림제주의 먹거리 돌봄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구성원들은 서로 '연결됐다'는 느낌을 공유할 수 있었고(돌봄 서사의 시작),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텃밭을 가꾸어 기부하는 등 서로돌봄을 실천하기 시작했으며, 반찬 배달 시 한살림제주의 재활용 용기를 활용하는 등 자원순환 운동과의 결합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 연구원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일상의 공동체를 함께 유지해 나가는 계기가 됐다. 우리 삶 속에서 서로를 환대하고 유대를 느낄 수 있는 구체적 동사가 '돌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일상에서 이웃을 드러내고, 연결되고, 먹거리를 통해 관계를 맺는 일련의 과정을 '서로돌봄'이라고 느꼈다"고 설명하며 먹거리 돌봄을 계기로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계기를 찾았다고 전했다.
 

▲ 민윤경 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 ⓒ라이프인
▲ 민윤경 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 ⓒ라이프인

이어 민윤경 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는 '택시협동조합을 통해 본 협동조합 원칙과 제도적 환경: 계약이론을 통한 고찰'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며, 택시업계의 관행과 관련 정부 정책들을 살펴본 뒤 협동조합 7원칙에 비추어 택시협동조합을 분석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택시협동조합(한국택시서울협동조합)이 설립된 시기는 2015년. 안타깝게도 한국택시서울협동조합은 지난해 내부 갈등으로 폐업했지만, 최초의 택시협동조합 등장 이후 대구 택시협동조합, 한국택시광주협동조합 등이 설립됐으며, 대구경북택시협동조합협의회가 올해 하반기 전국 단위 택시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민 교수는 이런 택시협동조합 사례들을 미국 하버드대학교 올리버 하트 교수의 '계약이론'(경제 주체들이 정보의 비대칭 하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통해 계약을 맺는지 연구하는 이론)을 토대로 분석하고자 했으며,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발표한 협동조합 7원칙 ▲자발적이고 개방된 조합원 제도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자율과 독립 ▲교육 훈련 및 정보 제공 ▲협동조합 간 협동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에 비추어 택시협동조합의 실태와 제도적 환경 등에 대해 살폈다.

특히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측면에서 기존 리더십을 유지한 채 협동조합으로 법인을 전환할 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이야기했으며, 택시협동조합에 대한 오해를 방지하고 신뢰도를 제고하는 차원에서 표준화된 교육 자료로서 운영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교육 훈련 및 정보 제공) 제언했다. 아울러 협동조합 노동자의 특수성을 반영한 제도 개선(운송비용 전가금지제도의 택시협동조합 적용 제외 등)이 필요하고, 택시협동조합은 노동 여건을 개선하여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더 나은 일자리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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