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아이쿱 해외연수기] 협동조합 생태계의 중심 이탈리아 협동조합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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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아이쿱 해외연수기] 협동조합 생태계의 중심 이탈리아 협동조합연합회
  • 2023.01.25 17:30
  • by 오인숙 (아이쿱생협연합회)

다양한 협동조합을 배우고 협동조합인들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회(이하 아이쿱생협)의 회장단과 지역조합 10인의 대표들이 지난해(2022년) 11월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트렌티노 지역으로 활동가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아이쿱생협 활동가들은 건강한 삶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전환,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 퇴출 운동 등 지구환경을 위한 No 플라스틱 캠페인 활동을 전개하고, 지역조합에서 리더십과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성찰을 통해 사회적·시민적 역량을 개발해 왔다. 이번 연수는 이탈리아 협동조합 연맹(이종협동조합연합회)의 활동과 그 회원조합들의 사업 중 공제, 돌봄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비록 이탈리아 공공의료를 보완하는 형태의 공제였지만 공제를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이웃과 함께 협동으로 '의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 그곳 협동조합들의 발전된 모습을 보고 배우면서 이종협동조합 간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자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또 생산자협동조합에서는 어떻게 조합원들이 많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협동의 역사를 실현해 나가는지와 협동조합에서 공정무역이 일상화된 모습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라이프인은 ▲연맹 전반 ▲공제 ▲돌봄 ▲생산자협동조합(메짜코로나, 몬도멜린다) ▲시민운동: 환경과 공정무역 관련 기사를 총 5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아이쿱생협 2022 해외 연수단은 지난 11월 협동조합 운동으로 변화와 혁신을 이뤄낸 사례를 만나러 먼 나라 이웃 나라 이탈리아 밀라노와 트렌토를 탐방했다. 해외 연수단 일정은 공제, 의료협동조합을 비롯하여 공정무역, 자폐인 친화적인 매장과 컨소시엄을 통해 규모화를 이룬 협동조합 생산 현장을 견학했다. 위의 일정 중에서 이탈리아 협동조합의 특징이 된 컨소시엄을 통한 규모화에 광범위하고 결정적 기여를 한 협동조합연합회의 역할을 소개하고 협동조합 운동의 의미를 환기하고자 한다. 

이탈리아 하면 축구 강국 이미지로 유명한 축구 선수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와인의 나라, 치즈의 나라 그리고 협동조합 하기 좋은 나라로도 알려져 협동조합 관계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 트렌티노의 산을 배경으로 메짜코로나와인협동조합.
▲ 트렌티노의 산을 배경으로 메짜코로나와인협동조합.

이탈리아에는 '협동조합 하기 좋은 나라'다 라는 명성에 걸맞게 무려 71,464(트렌티노 지역 533개 미포함)개의 협동조합이 있다. 이 협동조합들의 협동을 이끄는 5개의 연합회는 Legacoop(레가코프), Confcooperative(이탈리아협동조합 연합), AGCI(이탈리아협동조합 총연합회), UNCI(이탈리아협동조합전국연합), Unicoop(협동조합이탈리아연합)가 있고 이에 소속된 조합 현황(2018년 현황)은 Legacoop 15,200개 조합, Confcooperative 19,200개 조합, AGCI 5,768개 조합, UNCI 7,825개 조합, Unicoop 1,910개 조합 그리고 연합회에 소속되지 않은 21,561개의 조합이 있다. 

위의 연합회 5곳 외에도 이탈리아의 자치주인 트렌티노알토아디제주(州)에는 트렌티노 협동조합연합회(Trentino Federation Cooperatives)가 있으며 이 트렌티노 협동조합연합회 산하에는 533개의 협동조합과 273,000명의 조합원이 있다. 

▲ 알베르토 이에네스 교수.
▲ 알베르토 이에네스 교수.

연수 당시 만난 트렌토 대학 알베르토 이에네스 교수는 이탈리아 협동조합의 도전과 혁신의 역사와 연합회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면서 연합회의 역할을 크게 ▲지원 통제 시장 확대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 지원역할로 대표성을 가지고 대외적으로 협동조합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각종 행정지원을 하는 것이다. 지원내용은 협동조합이 운영상 어려움에 직면할 때 이에 대한 대응력과 실무 컨설팅, 그리고 교육 및 품질 향상을 위한 기술이전이다.

두 번째, 통제의 역할로는 연합회 산하의 협동조합에 대한 감사이다. 감사를 통해 투명한 회계 관리와 운영 전반에 대한 감시역할도 하고 있다고 한다. 1954년에 제정된 협동조합 감독법은 연합회에 위임되어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 내용에는 협동조합 기업의 육성, 발전, 감독으로 자치구의 입법권에도 구체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세 번째, 컨소시엄을 통한 시장 확대다. 컨소시엄은 작은 규모의 협동조합들이 연대를 통해 시장을 조성하고 경쟁력과 성과를 만들고자 추진한다. 이를 통해 협동조합 간의 협력은 더욱 강화된다. 연맹은 협동조합의 적극적 참여 유도와 사업적인 성과를 높이는 연구로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컨소시엄을 지원하기 위해 와인 박람회 개최, 치즈 판매 방식 개선 등 규모화와 상업화를 추진하고 품질 홍보 전략을 채택하여 농업의 현대화, 산업화의 토대를 만들었다.

연합회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면, 마르코라 법은 파산하는 기업을 노동자들이 인수하여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하도록 돕는 제도로 위기에서 협동조합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노동자에게 자본의 일부 비용을 빌려주고 일부는 지원하는 것으로 실업 급여를 통한 노동자들 지원은 실효성이 낮아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연합회는 기금 조성에 참여하고 이에 대한 컨설팅과 행정적인 지원에도 관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연합회는 기금관리 및 집행, 인증에 관여하고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같이 전문성을 가지고 협동조합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정부로부터 위임된 관리, 감독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연합회와 정부, 또는 주 정부와의 관계는 법 제도를 집행하는 주체와 이를 책임 있게 실행하는 주체로써 제도를 실효성 있게 완성해가는 협력관계라고 할 수 있다.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법 제도는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사업적인 가치가 미래 지향적인 경제모델이 되고 있다는 것이며 국가 차원에서 일정 부분 보호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이해된다.

이와 같은 제도적인 환경은 연합회와 협동조합의 신뢰를 높이고 연합회에 대한 믿음은 연대를 통한 성장에 대한 확신과 절박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연합회의 노력은 투명한 관리와 함께 전문성을 갖춘 지원과 교육, 그리고 성과를 높이기 위한 철저한 시장분석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해 정부와 연합회 그리고 협동조합들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연수를 돌아보며 이탈리아의 협동조합 운동이 갖는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게 됐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고 활발한 경제 활동을 통해 잘 살게 해야 한다는 절대적인 존재 이유가 있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 모두가 경제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이를 위한 토대를 온전히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탈리아는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설계와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것은 정부가 법 제도를 통해 기반을 만들고 실행하는 중심 주체로 협동조합연합회가 있고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양식은 협동조합 방식이다.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연합회를 통해 연대를 키우고 공익적인 구조의 일원으로 동참한다. 이를 작동하게 하는 것은 연대와 신뢰이고 책임을 나누는 협동조합의 정신이다. 또한, 협동조합의 정신은 혁신을 통해 역동성과 긴장성을 유지하고 시장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제한하지 않으며 건강하고 투명한 시장을 만들고 있다. 

이탈리아 협동조합 운동의 진정한 성과는 이렇게 많은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과 위기에서 협동조합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의 소외계층을 협동의 방식으로 지원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오랜 협동조합 역사에서 축적된 지혜가 더 넓은 연대의 우산을 만들고 세상을 향해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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