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세상 즐거운 아파트, 협동하는 사람들의 집 '위스테이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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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세상 즐거운 아파트, 협동하는 사람들의 집 '위스테이지축'
  • 2023.01.29 15:30
  • by 이인경 객원기자

이인경 前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장이 라이프인 객원기자로 참여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사회적경제조직을 돋보기로 자세히 살펴보며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위스테이지축 아파트 단지. 539세대가 거주하는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아파트다. ⓒ이인경
▲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위스테이지축 아파트 단지. 539세대가 거주하는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아파트다. ⓒ이인경

아랫집 윗집 사이에 울타리는 있지만
기쁜 일 슬픈 일 모두 내 일처럼 여기고
서로서로 도와가며 한집처럼 지내자
우리는 한겨레다 단군의 자손이다

초등학생 때 누구나 한 번쯤 불러 보았을 동요 '서로서로 도와가며'의 가사다. 1930년 발표된 이 곡은 공동체의 소중함과 이웃사랑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하는 노랫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파트 중심의 주거 문화가 정착한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이웃과의 교류가 쉽지 않고 많은 이들이 이웃과의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유형별 거주하는 가구 비율은 아파트 51.5%, 단독주택 30.4%, 연립주택 2.1%, 다세대주택 9.3%, 비거주용 건물 내 주택 1.5%, 주택 외 거주 5.2%로 나타난다(전국 단위 기준). 아파트와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가구 비율을 합치면 전 국민의 대다수가 공동주택에 거주한다고 볼 수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공동주택 거주자들의 주거만족도에 '이웃과의 관계'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SH도시연구원에서 발행한 '아파트 주거만족도 영향요인과 변화 추이: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중 주택 및 주거환경 만족도 조사 결과를 중심으로'에서는 주거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른 정책 제안으로서 층간소음, 교육환경, 공간접근성 등 구조적인 측면 외에 주민 간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여 이웃과의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공동체가 활성화되도록 지원하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집은 어떤 의미일까? 

▲ 위스테이지축 아파트에 마련된 '이음도서관'. ⓒ이인경
▲ 위스테이지축 아파트에 마련된 '이음도서관'. ⓒ이인경

위스테이지축 아파트의 주민 김성걸 씨는 입주 이후 자신이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다. 아파트 주민들의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기적으로 '칭찬하기' 글을 올린다. 주민들은 '칭찬하기' 게시판을 활용하여 출근 시간에 지하철역까지 이웃을 태워주는 등의 자발적인 선의에 관한 이야기들을 올렸다. 김 씨는 주 1회 칭찬하기 글을 올리기 위해 이웃들의 활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살폈다. 단순한 선행부터 시작하여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한 일까지, 이런 모든 일들이 동네를 더 안전하고 신뢰가 두터운 곳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은퇴 후 사회활동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서울시의 인생이모작 사업 등에 참여하면서 마을공동체 활동에도 참여해 왔다. 50플러스재단 사업에 참여하면서 어른 세대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새로운 방향으로 다르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우연히 서울혁신파크 게시판에서 협동조합 아파트 조합원 모집 공고를 발견했다. 김 씨는 그 길로 조합원이 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조합원 모임에 제약받기도 했지만, 조합원이 된 후 이웃과의 교류가 나날이 활발해지고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

■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과 마을 일자리 창출도

▲ 지난 연말 열린 '미리 크리스마스' 마을 행사 모습. ⓒ이인경
▲ 지난 연말 열린 '미리 크리스마스' 마을 행사 모습. ⓒ이인경

느슨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위스테이지축은 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으로 구성된 민간임대아파트 단지이다.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추진된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총 6개 동(지상 최고 20층) 539세대(전용면적 74㎡, 84㎡)로 구성된  2호 시범단지이다. 토지를 공공이 제공하고 민관공동으로 주택을 건설했으며 위스테이지축사회적협동조합이 3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조합원은 임대주택사업법상 8년간 거주할 수 있다.

이 협동조합 아파트가 가진 특징은 조합원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해 설계·시공됐다는 점이다. 특히 다른 아파트 단지와 눈에 띄게 다른 점은 주민 커뮤니티 공간이다. 조합원들은 법률이 요구하는 범위를 훌쩍 넘어서는 커뮤니티 공간을 구성했다. 이음도서관, 연령별 돌봄공간, 커뮤니티 이음카페, 공동작업장, 체육관, 강당, 시니어센터, 게스트하우스, 공동세탁소 등 다양한 공동시설들이 마련돼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조합원이면 누구나 유료로 대여할 수 있는데, 주로 가족 모임이나 주민 동아리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사용된다. 또한 조합 사무실 한편에서는 식기류 등을 대여해 주기도 한다. 집안 행사로 손님이 많이 방문할 경우, 이곳에서 그릇을 빌려 쓸 수 있다.

마을 상가 한 편에는 투명 플라스틱 분쇄기도 설치돼 있다. 투명패트병을 수집 장소에 가져다 놓으면 분쇄하여 수거업체에 판매한다. 여기에서 얻은 수익금은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한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자원순환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주민 참여 캠페인 활발하게 진행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자원순환 실천 활동이다. 종이팩, 아이스팩, 고장난 우산, 정수기 필터 등도 분리배출하고 한살림생협, 사회적기업, 재활용센터 등과 연결하여 자원순환이 이뤄지도록 한다.

단지 내 시니어센터 참여자들은 깨끗한 마을 만들기 활동의 일환으로 단지 주변을 가꾼다. 텃밭 가꾸기, 마을 탐험 활동 등은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 캠페인과 연결돼 있다. 입주 후 매달 지속해 온 월례행사로서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플리마켓도 열린다. 이는 사회적경제기업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위스테이지축사회적협동조합은 편의점, 카페, 무인양품점 등을 운영하여 수익을 내고 있으며 조합 사무국 직원을 포함해 주민 75명이 고용돼 일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목표는 100명의 주민을 위한 마을일자리 창출이다. 아파트 주민 상가도 4개 입점하여 운영 중이다.

▲ 목공수업 당시 모습. ⓒ이인경
▲ 목공수업 당시 모습. ⓒ이인경

또한, 입주한 지 9개월여 만에 크고 작은 28개의 주민동아리가 구성돼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매월 단지 안에서 정기행사도 열리는데, 지난해 말에는 '미리 크리스마스 축제'가 커뮤니티 공간에서 열렸다. 당시 행사에는 200여 명 가까운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칼림바 합주, 젊은 아빠들이 모여 구성한 밴드 공연 등 다채로운 무대가 흥겹게 진행됐다.

마을축제가 준비되는 동안 창작소 이음의 공유공간에서는 목공기술을 가진 주민이 프로보노(Pro Bono)로 참여한 목공수업이 열렸고, 2층 체육관에서는 20여 가족이 모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위스테이지축에 거주하는 주민 1,500여 명 중 유아·청소년은 총 200여 명, 65세 이상 주민은 100여 명이다. 유아·청소년 인구가 포함된 가구가 다수인 만큼, 커뮤니티에서 학령기 아동을 둔 주민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주민동아리는 물론, 위스테이지축사회적협동조합 대의원 활동(56명), 공동체활성화위원회 등 8개 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주민들이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주민 간의 교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 메신저를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전체 입주민의 44%에 달하는 661명이 다양한 자치 활동에 참여한다.

윤전우 위스테이지축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세상 즐거운 아파트가 되자'는 조합의 슬로건처럼 주민들이 제안하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마을공동체 모델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정부가 민간임대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협동조합형 모델을 두 번의 시범사업으로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 각지로 확산해 나가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위스테이지축이 시범사업이라는 묵직한 정책의 부담감을 덜어내고 더 좋은 마을공동체로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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