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아이쿱 해외연수기] 협동과 연대로 더 나은 이탈리아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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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아이쿱 해외연수기] 협동과 연대로 더 나은 이탈리아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다
비영리 환경운동 단체 레가암비엔테(Legambiente)
따뜻한 이음 공정무역 사회적협동조합 만다카루
  • 2023.01.27 15:00
  • by 김혜원 (동래아이쿱생협 이사장)

다양한 협동조합을 배우고 협동조합인들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회(이하 아이쿱생협)의 회장단과 지역조합 10인의 대표들이 지난해(2022년) 11월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트렌티노 지역으로 활동가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아이쿱생협 활동가들은 건강한 삶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전환,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 퇴출 운동 등 지구환경을 위한 No 플라스틱 캠페인 활동을 전개하고, 지역조합에서 리더십과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성찰을 통해 사회적·시민적 역량을 개발해 왔다. 이번 연수는 이탈리아 협동조합 연맹(이종협동조합연합회)의 활동과 그 회원조합들의 사업 중 공제, 돌봄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비록 이탈리아 공공의료를 보완하는 형태의 공제였지만 공제를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이웃과 함께 협동으로 '의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 그곳 협동조합들의 발전된 모습을 보고 배우면서 이종협동조합 간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자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또 생산자협동조합에서는 어떻게 조합원들이 많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협동의 역사를 실현해 나가는지와 협동조합에서 공정무역이 일상화된 모습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라이프인은 ▲연맹 전반 ▲공제 ▲돌봄 ▲생산자협동조합(메짜코로나, 몬도멜린다) ▲시민운동: 환경과 공정무역 관련 기사를 총 5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 레가암비엔테(Legambiente)&아이쿱생협 연수단.
▲ 레가암비엔테(Legambiente)&아이쿱생협 연수단.

이탈리아에서 여러 단체를 방문하면서 드는 생각은 '어떻게 이게 가능해?'였다. 이탈리아의 협동조합과 연대 단체는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정부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빈 곳을 찾아 끊임없이 필요와 요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나 차별이 존재하는 곳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고, 필요한 법을 제정하도록 요구한다. 선한 영향력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캠페인과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에게 놀라움을 준 두 단체를 소개 한다. 

첫 번째 단체는 밀라노에 있는 비영리 환경운동 단체 레가암비엔테(Legambiente)이다. 아이쿱생협도 '미세플라스틱 줄이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채식 중심 식단의 확대'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행동을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기에 이 단체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은 컸다.

이탈리아 역사 속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는 레가암비엔테

레가암비엔테는 44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나 차별이 존재하는 곳에 대해서도 먼저 이슈화하고, 법을 제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환경을 해치는 작은 행동들을 실수가 아닌 지구라는 피해자가 있는 범죄 행위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 레가암비엔테의 이다 라 카메라.
▲ 레가암비엔테의 이다 라 카메라.

활동 소개를 들으며 이탈리아에는 핵발전소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 번의 국민 투표로 계획하고 있던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백지화시켰다고 했다. 에너지 부담 금액이 커지더라도 안전을 위해서 그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이탈리아 국민들의 의식이 대단해 보였다. 그래서 부러운 눈빛으로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질문을 던졌다. 이다 라 카메라는 학교 앞으로 나가 젊은 부모들에게 캠페인을 하였고,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등 꾸준한 교육으로 국민들의 합의를 이루어낸 결과라고 했다. 시간이 걸렸고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말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캠페인과 함께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우리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행동을 하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보니 하나를 해결하고 다음 과제로 빨리 넘어가고 싶은 생각에 지치는 순간들이 있었다. 시민의 의식을 바꾸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선배 활동가들의 목소리로 들으니 조금은 힘이 났다. 그리고 시민의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캠페인은 일상 속 라이프 스타일로

레가암비엔테는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Good food bag'을 보급하여 학생들이 급식에서 남긴 음식을 집으로 가져가면, 가정에서는 음식이 어디에서 오고, 버려진 음식이 어떤 피해를 주는지 자연스럽게 교육이 되도록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스타일을 가지고 살아라'라는 홈페이지(http://www.viviconstile.org)를 만들어 좋은 사례와 라이프 스타일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졸업 파티 문화 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도록 법을 제정했다. 밀라노 폴리텍 대학 앞 광장에 쓰레기가 많이 생기는 상황을 시청에 알리고 사용중지 캠페인을 진행하여 반짝이는 파티용 플라스틱 조각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법을 제정했다. 청년들이 스스로 만든 쓰레기 수거 활동을 진행하면서 청년 세대가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을 줄이는 활동을 자발적으로 하도록 이끌었다. 이후 밀라노의 활동이 베네치아의 청년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nuova ecologia 잡지 내 참여 방법 안내 페이지 / Good food bag(스타일을 갖고 살아라)
▲ nuova ecologia 잡지 내 참여 방법 안내 페이지(左) / Good food bag(스타일을 갖고 살아라)

'자연은 이런 거야'라는 캠페인은 품질은 문제없지만 못생겨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채소, 과일을 판매하는 운동으로 학교, 지자체, COOP(협동조합)이 협력하여 진행한다.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에 나오는 자원봉사자들은 '플로깅'을 꾸준히 하고 있다. 과학위원회에서 해양 속 미세플라스틱 양을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여 많은 사람에게 심각성을 알린다. 이 보고서는 법을 제정하는 데 근거 자료가 된다.

이탈리아는 지난여름 예상하지 못했던 극심한 가뭄을 겪었고, 지구 온난화로 알프스의 눈이 줄어들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전 지구는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국가만이 청정 지역인 것은 불가능하며, 우리는 함께 행복하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이다 라 카메라는 힘주어 말했다. 그녀의 말에 진정성과 절실함이 느껴졌다. 그녀는 한 번 더 그레타 툰베리의 '여러분의 집에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해라'라는 말을 인용하며 지금 당장 시작해야한다고 말했다. 모든 변화는 스스로 깨우치고, 행동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 사례는 트렌토에서 방문한 공정무역 사회적 협동조합 만다카루(Mandacarù)에서 한 번 더 느끼게 되었다.

따뜻한 이음 공정무역 사회적협동조합 만다카루(Mandacarù)

▲ 만다카루(Mandacarù) 행정업무담당 레나토 피올레.
▲ 만다카루(Mandacarù) 행정업무담당 레나토 피올레.

만다카루는 조합원이 스스로 자본을 형성하고, 필요한 곳에 투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길을 만들었다.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교육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여 꾸준히 시민들의 의식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만다카루는 협동조합 부문에서 차지하는 경제 규모는 작으나 여러 문화적인 행사와 교육활동으로 인해 이탈리아에서 인지도가 높고, 그 영향으로 공정무역 매출이 다른 지역에 비해 4배 이상 높다. 역시 레가암비엔테 사례처럼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게 하려면 끊임없는 캠페인과 다음 세대에게 교육이 이어지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들의 필요와 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이탈리아 협동조합과 연대 단체들의 적극적인 역할은 이탈리아 사회를 조금씩 앞으로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변화가 시작되려면 누군가 하겠지가 아닌, 지금 내가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필요와 요구를 찾아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먼저 행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와 이웃과 지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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