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지닌 두려움, '극복' 아닌 '회복'하기
상태바
누구나 지닌 두려움, '극복' 아닌 '회복'하기
1월 주제가 있는 대화, '두려움, 건강을 해치는 마음의 습관'
  • 2023.01.31 18:00
  • by 정화령 기자

인간은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이 많아질수록 그 두려움은 커진다. 팬데믹을 비롯해 경험한 적 없는 상황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현대사회에 사람들이 두려움을 더욱 느끼는 이유일 것이다. 철학에서는 두려움을 불안과 구분하여 불안을 일으키는 대상이 실체화되고 그걸 인식하면,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에는 '대상'이 있고, 근본적으로 삶의 대칭점에 있는 죽음을 가장 두려워한다.
 

고대 로마인들은 죽음이라는 단어가 너무 잔인하고 거슬려 입에 담지 않고 '삶을 마쳤다'라거나 '생을 살았으나 지나갔다'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몽테뉴는 "죽음이 어디에서 우리를 기다릴지 알 수 없으니 모든 곳에서 죽음을 기다리자.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하는 것은 곧 자유에 대해 미리 생각하는 것"이라며 죽음에서 도망치지 말고 "삶과 죽음을 동시에 살라"고도 했다.

하지만 무의식의 두려움과 별개로 항상 심리적 불안과 두려움을 가진 상태로 생활하면 부정적 감정에 빠지기 쉽다. 라이프인은 2023년 첫 '주제가 있는 대화'에서, 두려움에 지배되지 않고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해 내 마음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교육센터 빛‧숨 조영훈 센터장을 모시고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빛‧숨'에서 11년 전부터 마음공부와 인간 내면에 접근하는 작업을 해온 조 센터장은 현재 심신통합치유학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내면과 인간에 대한 질문을 계속하다 보니 자연스레 치유와 영혼에 대해 탐색하게 되었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두려움이라는 주제를 신경생리학이나 뇌과학적 접근이 아닌 개인적인 성찰과 발견, 이해에 중점을 두어 설명했다. 

▲ 조영훈 센터장.
▲ 조영훈 센터장.

그는 "두려움은 탄생 그 자체"라며 태어나는 일 자체로 사람은 무의식에 상처와 두려움을 남긴다고 이야기했다. 모체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유영하던 태아가 세상에 나오면 스스로 숨 쉬고 먹고 마셔야 한다. 이렇게 세상을 마주하며 자연스럽게 생긴 트라우마가 있고, 그것이 인간의 근본적인 두려움이다. 그러면서 "이 두려움이란 감정은 모든 세포에 늘 흐르고 있다. 다만 그것이 안전하고 평안할 때는 작게 흐르다가, 자극이나 위험한 상황에서 파장이 커지면서 긴장하고 그동안 받은 상처가 재생되어 공황에 빠지기도 한다"라며, 두려움에서 해방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아기에는 두려움에 즉각 반응하지만, 성인이 될수록 애써 무시하게 된다. 조 센터장은 "두려움의 근원은 죽음(=부존재)에 있다"라며, 그런 감각을 느끼지 않기 위해 내 가치를 여러 곳에서 인정받고 증명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역할을 통해 내가 존재하고 가치를 확인하는데, 그럴수록 역할이 없는 상태의 공허함과 두려움에 대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역할에 몰두하기보다는 사회적 관계나 문화적 관계 안에서 건강한 에고(EGO, 자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1월 주제가 있는 대화 진행 화면. ⓒ온라인 갈무리
▲ 1월 주제가 있는 대화 진행 화면. ⓒ온라인 갈무리

주제 발표를 마친 후 참가자들로부터 질문이 이어졌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 조 센터장은 탄생의 "포유류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에 처하면 몸을 덜덜 떨어 트라우마에 갇힌 에너지를 발산한다. 하지만 인간은 떠는 방법을 잊어버렸는데, 가끔 자유롭게 혼자 몸을 터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또한 감정 중독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삶의 습관을 건강하게 설정하고 내 상태를 자각하기 ▲새롭게 공부하기 ▲종교나 전통적인 방법으로 수행해 보기의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두려움을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러 '중독'도 내 존재를 외부에서 확인하고픈 욕구 때문에 비롯되는 심리적 질병이고, 사회에 만연한 '혐오' 역시 스스로 존재에 대한 확신을 확인받기 위해 내 파워를 드러내며 생겨난 문제로 해석했다.

'문명의 발달과 두려움이 연결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불교의 이고득락(離苦得樂)을 이야기하며, 고통의 원인을 제거해야 하는데 발달할수록 소유하는 게 늘어나 내면의 기쁨을 깨닫고 나누는 삶과는 거리가 멀어졌다고 답했다. 과거에는 고통이 줄면서 기쁨이 커지는 과정이 있었다면 지금은 고통 없이 소유하는 재미를 찾고 있는데, 나누지 않으면 계속 소유하고 싶은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참가자들에게 "나누는 그릇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사회가 점점 어려워지고 미디어는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소유하지 않으면 패배자처럼 묘사하고 성공을 입신양명과 같은 단어로 포장하고 있다며, 조 센터장은 마지막으로 "태어난 자체가 성공이고 자기 자신을 조금이라도 아는 그 순간이 축복이니, 이미 가지고 있는 힘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를 알리는 운동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진행을 맡은 김찬호 이사장이 신화학자 조셉 캠벨(Joseph John Campbell)의 글을 공유하며 1월 '주제가 있는 대화'를 마무리했다. 

삶의 보물을 되찾으려면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당신이 가기를 주저하는 바로 그곳에 보물이 있다.
당신이 들어가기를 두려워하는 바로 그 동굴 속에
당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보물이 있는 것이다.
동굴 속의 놀라운 그것, 그토록 당신이 두려워했던 바로 그것이
당신의 중심이 된다.
보석을 찾아내면 당신의 두려움은 사라진다.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요기사
인기기사
  • (0731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62길 1, 1층
  • 제호 : 라이프인
  • 법인명 : 라이프인 사회적협동조합
  • 사업자등록번호 : 544-82-00132
  • 대표자 : 김찬호
  • 대표메일 : lifein7070@gmail.com
  • 대표전화 : 070-4705-7070
  • 팩스 : 070-4705-7077
  • 등록번호 : 서울 아 04445
  • 등록일 : 20147-04-03
  • 발행일 : 2017-04-24
  • 발행인 : 김찬호
  • 편집인 : 이진백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소연
  • 라이프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라이프인.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