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농촌에서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여민동락공동체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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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농촌에서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여민동락공동체 ②
  • 2023.02.15 12:00
  • by 정원각 객원기자

(①에서 이어집니다.)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

2009년 12월에는 폐교 위기에 몰린 묘량중앙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작은학교살리기 워크숍'을 하고 2010년 1월에는 지역민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후 체육대회, 가을마당 행사 등의 노력을 한 결과 2012년 3월 학생 수가 12명에서 34명으로 늘어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5년에는 전남도교육청의 '꿈키움 행복나래' 마을학교 사업에 선정되었고 2016년 2월에는 직영급식소가 설치되어 자체 급식을 시작했다. 2022년 초등학생 80명, 유치원생 24명으로 전교생이 104명이다.

학교는 그 지역 사회의 중요한 거점 공간 중의 하나다. 특히 다른 기관이나 시설이 빈약한 농촌 지역에서 학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계기로 만난 묘량면의 학부모, 주민 그리고 여민동락공동체 활동가들은 이후 마을 교육 공동체 활동을 한다. 학교 중심의 교육지원 활동에서 농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마을 교육문화 활동으로 넓어진 것이다. 내용을 보면 학부모, 주민 등이 참여하는 자체 교육 소모임, 다양한 주제의 인문학 강좌, 교육 공동체 활동 우수 지역 견학 등의 학습 활동과 역사 탐방, 마을신문 만들기, 농부학교, 아이들과 함께하는 창의요리, 책 읽어주기 동아리 등의 교육문화 프로그램 활동을 하고 있다.
 

▲ 묘량중앙초등학교 살리기. ⓒ여민동락공동체
▲ 묘량중앙초등학교 살리기. ⓒ여민동락공동체

'여민동락 할매손'의 실패에서 배우는 교훈

2009년에는 노인복지센터에 오는 노인들에게 용돈벌이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노인 빈곤이 농촌도 예외는 아니므로 묘량면의 어르신들에게도 금전적 보상이 되는 일이 필요하다. 영광군이 지역 특산품 중의 하나로 굴비, 소금 등과 함께 모싯잎송편을 브랜드화하는 사업 지원을 했다. 여민동락공동체도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영광군의 사업에 참여하여 모싯잎송편을 만드는 '여민동락 할매손'(자체 마을기업 1호)이라는 개인사업체를 만들었다. 모싯잎송편은 송편을 만들 때, 모시의 잎을 갈아 넣어 만드는 것이다. 

이 모싯잎송편에 들어가는 쌀과 모싯잎 그리고 송편소(동부콩)는 모두 마을 작목반에서 친환경농업으로 생산한 재료를 사용했다. 모싯앞송편 사업은 처음에 잘 됐다. 그래서 2013년에는 '더불어삶'이라는 농산물 가공공장을 설립하였고 2015년에는 '더불어삶 사회적협동조합'을 농림축산식품부 인가받아 법인으로서 사업의 주체가 되었다. 그런데 잘 되던 사업이 2020년 즈음이 되자 매출이 줄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등 어려움에 부닥치게 되었고 결국 2022년부터는 모싯잎송편 만드는 일을 중단하였다. 
 

▲ 모싯잎송편을 만들었던 여민동락 할매손. ⓒ여민동락공동체
▲ 모싯잎송편을 만들었던 여민동락 할매손. ⓒ여민동락공동체

실패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것은 모싯잎송편을 생산하는 업체가 영광군 내에 너무 늘어난 것이다. 초기 20여 개였는데 이후 최대 150개까지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다음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 다른 업체는 국내산 일반과 수입재료를 사용하는데 여민동락은 친환경 재료만 사용하여 가격이 약 2.5배까지 차이 났다. 세 번째, 기술의 문제다. 모싯잎송편은 빨리 딱딱해지는데 이를 막는 기술이 없었다. 네 번째, 생산성 저하다. 노인들이 점점 나이 들면서 만드는 속도가 점점 느려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장 분석과 판로 개척의 실패다. 모싯잎송편이 명절 특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제품으로 시장의 한계가 있었고 판로를 새로 만드는 데 실패하였다.

이 실패를 경험으로 여민동락공동체는 앞으로 사회복지 활동가들은 가공 사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을 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공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는 활동가들이 여민동락공동체의 근거지인 1차 농업과 접점이 줄어드니 관계가 소원해진다. 이는 여민동락이 농촌 지역을 기반으로 건강한 공동체 형성을 지향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 둘째, 가공 생산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많은 대도시에서 강도 높은 영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조직은 이 노동에 합당한 경제적 보상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활동가들과 급여의 차이가 많게 된다. 이는 급여의 차이를 가능한 두지 않으려는 여민동락의 방침이 흔들린다. 셋째, 생산과 판로 개척을 위해서는 여민동락공동체 사업 지역을 자주 벗어나 밖으로 다닐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여민동락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 약해진다. 이러한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과 교훈은 이후 여민동락공동체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식당, 카페, 의료 그리고 자산화 사업

여민동락공동체는 앞으로 다음과 같은 사업들을 하고자 한다. 여민동락공동체에는 노인복지센터에 매일 오시는 20명의 어르신과 여민동락공동체에서 일하는 17명의 직원 그리고 방문자 등 40여 명이 있다.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식당과 카페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묘량면에는 카페가 없어서 주민들과 묘량면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미팅 등을 하면서 차를 마실 장소가 없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성도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물류창고와 매장도 필요하다. 농장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이동) 점빵에서 판매하는 제품 그리고 식당, 카페에서 필요한 식자재 등을 보관하기 위한 물류창고와 생산한 농산물을 상설 전시와 판매할 공간이다.
 

▲ 지역자산화 부지. ⓒ여민동락공동체
▲ 지역자산화 부지. ⓒ여민동락공동체

다음으로 여민동락공동체가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 중의 하나가 자산화 사업이다. 여민동락공동체가 경영하는 다양한 사업들이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체 소유의 땅과 건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공모에 참여한 행안부 지역자산화 사업에 2020년 선정되었다. 그런데 적합한 지역에 땅을 구하지 못해 포기했는데 2022년 다시 공모에 시도하여 선정되었다. 현재 여민동락공동체 옆에 있는 밭 1천8백 평을 샀고 땅의 용도를 변경하여 2~3층 건물을 세우는 것이다. 10억 원을 농협에서 대출받아 진행하는 사업이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사업 중의 하나가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다. 묘량면에는 병의원 등의 의료기관이 없어서 매우 중요한 미션이다. 더구나 현재 노인돌봄센터를 운영하는 여민동락공동체에 진료와 치료 그리고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여민동락공동체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여민동락이 20년 전 출발할 때 꿈꾼 내용들이 하나하나 실현되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1970, 80년대 한국 사회에서는 '조국 근대화'라는 목표 아래 공단과 도시에서는 노동자들이 땀을 흘리며 희생되어왔고 농촌의 노인들은 제조업, 중화학 공업 우선이라는 정책하에 농산물을 저곡가로 인해 희생되어왔다. 그렇게 조국 근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희생된 사람들이 이제는 백발의 노인들이 되었다. 그런데 도시의 노인들은 부족하고 잔여적인 수준이라도 약간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데 비해 농촌의 노인들은 거의 그렇지 못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농촌의 어르신, 노인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여민동락공동체는 사회적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민동락공동체의 모델이 다른 농촌 지역에도 좋은 모델이 되길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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