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성 질환자, 질병권 보장 위해 연대 조직 결성 및 의제화에 나서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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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난치성 질환자, 질병권 보장 위해 연대 조직 결성 및 의제화에 나서야 할 때!
질환자의 일과 치료, 양립을 위한 근로 체계 및 조직문화 변화 필요
병역 면제받고자 뇌전증 진단 요구 등 병역 비리에 질환 이용 사례 다수 발생
  • 2023.02.10 17:09
  • by 이새벽 기자

대한민국 사망원인 1위 암(癌). 암은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발병률과 사망률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암을 비롯한 건강 불평등은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됐다. 이에 라이프인은 암에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암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사회구성원 모두가 암으로부터 자유로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암 환우와 커뮤니티, 암 환우의 사회활동, 암 환우들의 문화·예술, 암을 가까이서 본 전문가들의 조언 등 다양한 관점에서 암과 삶을 바라본다. [편집자주]

 

▲ 사회적협동조합 온랩과 한국에자이가 '암 경험자 어려움 공감하기(질병과 상실을 경험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진행했다.
▲ 사회적협동조합 온랩과 한국에자이가 '암 경험자 어려움 공감하기(질병과 상실을 경험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진행했다.

암 생존자 리빙랩인 '사회적협동조합 온랩'과 제약회사 '한국에자이'가 암 경험자의 어려움을 공감하기 위한 인터뷰 영상 촬영과 희귀·난치성 질환자 네트워킹을 8일 서울 강남에서 진행했다.
 

▲ (왼쪽부터)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부 소속 미미(서미경), 다발성골수종 경험자 임상준 씨, 유방암 경험자 이하나 씨. ⓒ라이프인
▲ (왼쪽부터)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부 소속 미미(서미경), 다발성골수종 경험자 임상준 씨, 유방암 경험자 이하나 씨. ⓒ라이프인

공감 인터뷰는 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부 소속 미미(서미경)의 진행 하에 다발성골수종(혈액암)을 겪은 임상준 씨와 유방암을 겪은 이하나 씨가 인터뷰이로 참여했다.  

먼저 암을 진단받은 후 삶의 모습을 나눴다. IT 분야에 종사하는 임상준 씨는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사실을 부정했다. 수긍한 이후에는 사무실에서 일하다가도 눈물을 흘렸다. 나에게 발병한 암은 희귀난치병이었기에 주변에서 괜찮을 거라 말해도 소용없었다. 암 발병으로 회사에서 권고사직 당했고, 몸을 회복하고 나서 가장이기 때문에 일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력서 심사에서는 통과했지만 면접에서 '아픈 사람과 일 안 한다'며 번번이 탈락을 놓았다. 암을 치료할 때보다 그때가 제일 힘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채용할 듯이 말하고 연봉의 반을 깎아 이에 반발하자 '별로 안 급한가 보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럴 때 '세상은 따뜻하지 않구나. 나는 잉여인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암 치료 등 신체적으로 견디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심적으로 어려운 것이 참 힘들었다"며 암 경험자로서 겪은 사회복귀 어려움을 토로했다. 

연극배우 및 공연기획자로 활동한 이하나 씨는 "암을 진단받고 죽음을 먼저 떠올렸고, 다시 연극배우로 일하지 못할 것 같았다. 생존하겠다는 일념으로 나 자신에게만 초점을 두게 될 땐 가족도 보이지 않았다. 당시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힘들었는데, 누군가 암을 진단받고 심적 어려움이 있다면 상담도 받아 회복하면 좋겠다"며 마음 돌봄의 필요성을 조언으로 건넸다. 

두 암 경험자는 환우 커뮤니티에서 자신과 동일한 암을 겪다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부고 소식을 접했을 때 슬픔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부고 소식으로 충격을 받은 이후 환우들의 소식을 접하기 쉬운 온라인 활동보다는 '룰루랄라 합창단'에 참여하고 공연하는 등 오프라인 활동을 가지며 힐링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 정부에서 일과 치료, 양립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면 어떤 내용을 제시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임상준 씨는 "암 환자 중에도 능력과 의욕 있는 사람이 많은데 종일근무가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채용에서 제외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며, "병원 치료 일정을 고려해 근무일정 및 급여를 조정한 채용 등 효용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 및 근무체계를 갖춘다면 회사와 암 경험 근로자 모두 윈윈"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아울러, 이하나 씨는 예술 분야와 관련해 "암을 경험한 예술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다양한 자리를 마련해주면 좋겠다. 암 환우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회에 분명 필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암을 비롯한 고위험 질환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심리·경제적 회복을 도모하자'는 취지를 담은 단체 '캔프(Cancer Friends, Cancer Free)'를 설립 중인 상황을 공유했다. 

암 관련 병원 및 의료진에 대해 임상준 씨는 "10초 진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의료진의 진료 설명 및 관련 세미나 질의응답이 성의 없을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의료진에게 직접 질문하기보다 인터넷으로 해외 사례를 찾아보곤 했다"고 말했으며, 이하나 씨는 "의료진임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에 대한 이해 및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 암을 진단받던 날 치료관련 질문에 대수롭지 않게 대응하는 의료진의 모습에 눈물을 쏟기도 했다. 병원에서 여는 세미나는 환자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안 돼 접근방법부터 환자의 입장과 다르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암 경험 이후 당신의 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임상준 씨는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과 공감하고 도와주며 살고 싶고, 그런 일을 하는 회사에 들어간다든지, 강연 및 상담도 해보고 싶다"고 답했으며, 이하나 씨는 "누군가에게 힘을 실어주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돼 CVO(Chief Vision Officer, 최고경영비전책임자)의 꿈을 갖게 됐다"고 답하며, "암이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거름이 됐다"고 덧붙였다. 
 

▲ 모두가 참여하는 이야기 나눔 시간. ⓒ라이프인
▲ 네트워킹 시간. ⓒ라이프인

2부 순서 네트워킹 자리로 '이야기 마당'이 이어졌다. '질병과 상실을 경험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부제에 맞게 암 경험자 뿐 아니라 크론병, 뇌전증 등 희귀·난치성 질환자와 장애인 직원, 의료사협 관계자도 다양한 지역에서 참석했다.
 

▲ (왼쪽부터)안희제 칼럼니스트, 심재신 따뜻한시선 대표, 송직근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서정주 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부장, 송위진 한국리빙랩네트워크 정책위원장. ⓒ라이프인
▲ (왼쪽부터)안희제 칼럼니스트, 심재신 따뜻한시선 대표, 송직근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서정주 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부장, 송위진 한국리빙랩네트워크 정책위원장. ⓒ라이프인

10년 차 크론병 환자이자 도서 '난치의 상상력'의 저자인 안희제 칼럼니스트는 "내 삶의 모든 문제를 질병이나 약 때문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을 구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뒤, 도서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조한진희 저)'를 언급하며 "건강권처럼 아픈 상태로도 어떻게 잘 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병권'을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대구에서 뇌전증 환우 모임 '따뜻한 시선'을 이끄는 심재신 대표는 "흔히 간질이라 불리는 뇌전증은 예측하기 어려운 발작증세 때문에 환우는 타인에게 자신의 병을 알리기 꺼린다. 1년에 20분, 평생에 24시간도 안 될 확률의 발작증세를 걱정해 삶의 여러 가능성을 포기한 채 사는 경우 많아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이 크다"며 뇌전증 환우들의 고충을 나눴다. 
덧붙여, "많은 사람이 병역 면제를 위해 뇌전증 진단을 요청하는 등 병역비리에 뇌전증을 이용한다. 이에 관련해 한국뇌전증학회 내에서는 뇌전증 관리·지원법 제정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라며 뇌전증 관련 근황을 전했다.  

송직근 (대전)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는 "환우에 대한 인식개선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사회복귀와 관련해 환우들이 외부에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육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사회구조 속 변화를 모색했다.   

2부 진행자인 서정주 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부장은 "한국의 고용노동부 역할을 하는 일본 후생노동성은 기업 및 조직에서 환우들에게 어떤 합리적인 배려를 해야 하는지에 관한 가이드라인(번역명: 사업장에서 치료와 일의 양립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 2019년 3월 개정판, 후생노동성)을 오래전부터 만들었고 이를 매년 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이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이 가이드라인을 번역해서 암센터, 삼성병원, 고용노동부에 발송했고, 특히 고용노동부에는 직접 전화도 했지만 아직 아무 움직임이 없다"라고 환우 삶의 질 개선 관련 기업 노력과 그에 대한 정부의 무반응을 공유했다. 

송위진 (세종)한국리빙랩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환우 관련 정책 해결을 위해서는 환우 당사자가 직접 움직여야 하며, 개별이 아닌 집단으로 모여 지역과 국회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출해야 한다. 그런 지난한 과정을 끌고 나갈 커뮤니티 조직이 필요하다. 조직 차원에서 신뢰성 있는 데이터 정보를 구축한다면 의제화(議題化)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정책 연구적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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