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바람이 지역과 함께하는 '햇빛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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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바람이 지역과 함께하는 '햇빛상점'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최승국 이사장, 김원국 상임이사 인터뷰
  • 2023.04.12 10:18
  • by 정화령 기자

2011년 3월에 일본 후쿠시마에서 핵 발전소 사고가 터진 지 12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사고 당시 발생한 방사성 폐기물을 어느 지역에서 처리할지 아직도 정리되지 않았고,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개발이 진행되던 원자력 발전에 큰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이하 태양과바람협동조합)도 그 사고를 계기로 지역에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 여러 사람의 생각이 모여 태어났다. 

 

서울시 은평구를 중심으로 9개 발전소를 운영하는 태양과바람은 오는 4월 19일 설립 10주년을 맞이한다.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조합원에게 배당하며 지역사회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동안 환경과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이슈를 시민에게 직접 전할 방법을 오래도록 고민하다가 작년 2월, 은평구에 처음으로 제로웨이스트샵 '햇빛상점'을 개소했다. 라이프인에서는 태양과바람 최승국 이사장과 김원국 상임이사를 만나 1년여 동안 지역과 소통하며 쌓아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햇빛상점 외관. ⓒ라이프인

 

■ 지역의 새로운 활력이 되다

햇빛상점은 응암역에서 2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매장 개점 후, "이전에는 마포구나 다른 지역으로 다녔는데 이제는 가까이에 제로웨이스트샵이 생겨서 너무 좋다"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고 한다. 지난 1년간 매장을 통해 태양과바람에 가입한 조합원도 20명 가까이 된다. 이는 친환경 물건 판매에 그치지 않고 가치를 전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원국 상임이사(이하 김) - 작년 4월에는 불광천 벚꽃놀이 축제에서 부스 운영을 했다. 제로웨이스트와 에너지 전환을 알리고, 우리가 판매하는 물건의 가치를 전하려고 노력했다. 저녁 8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퇴근 후 방문해서 "이런 매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라며 즐거워하는 고객들도 있었다. 

쓰레기를 주우며 걷고 달리는 '줍깅'도 함께 해보고, 매장으로 우유 팩과 플라스틱 병뚜껑을 가져오면 스탬프를 찍어 10개마다 휴지를 한 롤씩 드리고 있다. 

 

▲ 주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활동 홍보물. ⓒ햇빛상점 SNS

매장 한쪽에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테이블이 배치되어있는데, 여기서 대표 활동인 '햇빛한땀'을 진행한다. 여러 소재를 재사용해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보는 일일 강좌로, 지금까지 산책 가방이나 핫팩, 엄지장갑 등을 만들었다.

 

 - 햇빛한땀은 쓰레기 문제를 알리고 기후위기 운동에 참여하는 시민을 늘리는 게 목적이다. 활동을 통해 간접적인 교육 효과도 있다. 더 자주 많이 하고 싶지만, 인력과 공간의 문제로 지난해는 네 번 진행했는데 참가자 반응이 너무 좋아서 모집을 시작하면 금방 신청이 마감된다.

인근 학교 환경동아리나 청소년 기후 단체에서 견학도 오고 있다. 함께 간식을 먹으며 자체 제작한 기후위기 보드게임도 즐기는데,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대안적 소비를 경험한 학생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줘서 뿌듯하다.

 

▲ (좌)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최승국 이사장, (우)김원국 상임이사. ⓒ라이프인
▲ (좌)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최승국 이사장, (우)김원국 상임이사. ⓒ라이프인


■ 좋은 시민사회 토양에서 꽃피운 협동조합

매장 접근성이 좋고 넓고 쾌적한 공간이라 다양한 활동이 가능했던 측면도 있다. 태양과바람에서 새로운 사업에 대한 구상은 이전부터 해왔지만, 에너지 관련 사업들을 직접 실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대안 에너지나 에너지 절약상품은 판매하는 '에너지 슈퍼마켓'을 고민하는 중에, 이 공간을 확보하게 됐다. 은평구에서 건물의 1층 공간을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기부채납 받아, 민관거버넌스 협치 차원에서 지역사회에 제공한 것이다. 그 결과, 에너지를 주제로 한 입점 공모에 태양과바람이 최종 선정되었다.

 

최승국 이사장(이하 최) - 태양과바람은 태양광 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판매하는데, 지난해 전기요금이 오른 이유 등으로 평소보다 더 수익이 났다. 하지만 매장 사업은 적자이다. 건물에는 관리비만 내면 되지만, 매장에서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라 부족한 비용을 에너지 사업에서 충당하고 있다. 

공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사회에서 반년 정도 논의 과정이 있었다. 경제적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이라 많이 고민했지만, 조합원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이고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에 적자와 위험을 감수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 햇빛상점 판매 상품들. ⓒ라이프인
▲ 햇빛상점 판매 상품들. ⓒ라이프인

그리고 최 이사장은 공간 확보에는 지역 시민사회의 역할도 컸다고 덧붙였다. 은평구는 2006년 은평지역사회네트워크를 결성하고, 거기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성장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은평상상'이라는 포괄적인 간사 역할을 하는 조직이 있어 지역의 시민사회 생태계가 계속 움직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교류하며 느낀 은평구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 내외부적으로 은평의 시민사회가 발전해있고 주민자치가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양한 시민단체가 자리 잡고 있어 여러 실험을 할 수 있는 토양이다. 주민참여예산이나 마을공동체, 거버넌스 협치 등도 지난 10년간 꾸준히 노력해왔다. 하지만 외부 환경에 따라 부침이 있는데, 지금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고 행정도 열린 자세로 주민과 함께하려는 마음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김 - 신협이나 두레생협,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등 기존에 주민과 함께 성장한 곳들이 있어서,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역이다. 우리 매장을 방문한 분들께 협동조합을 이해시키기도 수월하다.

 

▲(좌)과자 박스를 재활용한 스탬프 카드, (우)태양광 충전 보조배터리와 치약짜개. ⓒ라이프인
▲(좌)과자 박스를 재활용한 스탬프 카드, (우)태양광 충전 보조배터리와 치약짜개. ⓒ라이프인

마지막으로 햇빛상점에서 추천하는 상품이 있는지 묻자, 태양광으로 충전하는 보조배터리와 스테인리스 치약짜개가 선물로 인기 있다고 답했다. 매장에는 화장품이나 세제 리필류, 재활용 소재 상품, 친환경 에너지 관련 상품 등 다양한 종류의 물품이 갖춰져 있다. 취향에 맞춰 선물 세트를 구성할 수도 있다. 최 이사장은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맞춰 선물 세트를 구성해서 판매한다. 최근에는 행사 기념품 주문도 있었다. 앞으로 판촉물이나 기념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제공하는 문화가 생겨나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4월은 지구의 날이 있고, 태양과바람 10주년 행사도 계획하고 있어 햇빛상점에는 뜻깊은 달이다. 또한 그동안 팬데믹으로 진행하지 못한 활동들을 더욱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어, 환경을 지키기 위한 주민의 많은 참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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