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로운 돌봄] '꽃길' 걷는다면 조금 늦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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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로운 돌봄] '꽃길' 걷는다면 조금 늦어도 괜찮아
청년맞춤제작소 진로 학교 '꽃길 프로그램' 소개 및 담당자‧참여자 인터뷰
  • 2023.05.04 13:05
  • by 정화령 기자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가족 구성원들을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기다. 누가, 어떻게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 공동체인 가정을 보호하고 있는가. 갈수록 복지 욕구는 다변화되고 돌봄 수요는 증가하는 현대 사회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다.
돌봄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한 사각지대를 살피고 사회에 필요한 돌봄을 제공하는 이들도 있다. 라이프인은 가정의 달을 맞아 '사람을 중심에 둔' 사회적경제 방식의 돌봄에 주목하고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각 생애 주기의 사람을 돌보는 주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 문제로 청년이 적성에 맞는 좋은 일자리를 찾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자립준비청년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있는 청소년에게 진로 찾기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고자 성남이로운재단과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가 함께 운영하는 청년맞춤제작소에서는 매년 취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의 진로를 함께 찾아가는 '꽃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5회를 맞는 꽃길은 자격 취득에 집중하는 단기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1년 동안 ▲자기 탐색 ▲진로 탐색 및 설정 ▲취업 준비 단계를 차근차근 밟는다. 편하게 고민을 털어놓을 담당 선생님과 비슷한 환경에서 고민하는 또래를 만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 멘토링 프로그램 '잡(job)수다.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
▲ 멘토링 프로그램 '잡(job)수다.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에서 꽃길을 담당하는 안예지 교사는 "청년에게는 각자의 어려움에 맞춰 차근차근 진행되는 프로그램과 자신에게 집중하고 지지해 주는 상담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그녀 역시 학교를 졸업하고 꿈을 찾는 과정에서 실패를 겪으며 '다른 청소년들은 나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하는 마음으로 2018년부터 일하고 있다. 

지난 4년간 꽃길에 참여한 청년은 112명으로, 그중 61명이 본인의 적성을 찾아 취업하고 5명이 창업했다. 학교나 가정에서 사람 간 관계를 맺는 경험이 부족했던 청년들에게는 희망 분야에서 직접 일해보는 '인턴십 프로그램'도 큰 도움이 된다. 일하는학교가 10년간 지역에서 활동하며 인연을 맺은 협력 사업체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참여 사업장은 매년 늘어나, 지난해는 총 16곳에서 청년들이 인턴십을 진행했다. 
 

▲ 진로 탐색 교육.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
▲ 진로 탐색 교육.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

청소년기에 학업을 중단한 청년들은 학교에서 알려주는 다양한 정보로부터 단절되고, 컴퓨터 활용에 익숙하지 못해 진로에 장벽이 되기도 한다. 또한 간판이나 메뉴판, 화장실 등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영어단어를 낯설어하는 경우도 있어서, 1대1 개별학습으로 영어나 검정고시, 컴퓨터 기초활용법을 배우기도 한다. 또한 '소모임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진로나 취업 준비, 나아가 생활의 동기 부여가 된다고 한다. 글쓰기‧영화 보기‧운동‧봉사활동 등 다양한 소모임에서 각자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채운다. 

2020년 일하는학교를 통해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치르고 지난해 꽃길 프로그램에 참여한 임태진 청년은 "적성과 진로를 찾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라며, "가족에게 털어놓기 힘든 고민을 상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그리고 학교에 다니지 않아서 또래 친구를 만들 기회가 없었는데, 마음을 나눌 사람들이 생겼다. 나처럼 관계 맺기가 어려운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현재 종합복지관에서 인턴십 경험을 살려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 

▲ 안예지 교사.
▲ 안예지 교사.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효과를 묻자 안 교사는 "1년 과정 종료 후에도 관계가 끊어지지 않는다. 고민이나 문제가 생기면 계속 의논할 수 있는 곳이 있고,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위기나 어려움에 대해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선후배 청년과 꾸준히 관계망을 넓혀가기도 한다"라며 단기간의 취업 지원이 아니라 인생 전반을 함께 설계하는 동반자 역할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다양한 이유와 환경에 의해 학교를 그만두거나 일찍 일을 시작했다. 그 시기에 배움과 정서적 지지가 채워지지 않고 상처와 고립을 경험했지만 뒤늦게 진로를 찾아온 만큼, 끝까지 기다려 주는 어른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조금 늦게 시작하는 청년을 위한 진로 학교 '꽃길'은 5월 7일까지 다섯 번째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모집 대상은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가구 중위소득 120% 이하 청년으로 ▲학교 밖 청소년 ▲대학 비진학 청년 ▲가족 돌봄 ▲자립준비청년을 우대 선발한다. 인원은 총 40명으로 참여하게 되면 자기 이해와 진로 설계 및 직업교육, 개별 멘토링 취업 준비, 인턴십 외에도 식비 지원, 심리상담, 건강검진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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