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로운 돌봄] "아이들이 문화와 역사 배워 민주시민으로 자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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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로운 돌봄] "아이들이 문화와 역사 배워 민주시민으로 자라길"
사회적협동조합 문화플랫폼위드 고신애 대표 인터뷰
  • 2023.05.04 12:00
  • by 정화령 기자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가족 구성원들을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기다. 누가, 어떻게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 공동체인 가정을 보호하고 있는가. 갈수록 복지 욕구는 다변화되고 돌봄 수요는 증가하는 현대 사회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다.
돌봄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한 사각지대를 살피고 사회에 필요한 돌봄을 제공하는 이들도 있다. 라이프인은 가정의 달을 맞아 '사람을 중심에 둔' 사회적경제 방식의 돌봄에 주목하고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각 생애 주기의 사람을 돌보는 주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백범 김구 선생은 자서전 백범일지 중 '나의 소원'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중략)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우리에게 문화가 꽃피기를 소망했다. 경제력이나 무력이 아닌 문화가 가진 힘이 인류애를 북돋아 인류를 행복하게 하는 열쇠로 믿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로, 글로벌 기업의 사업성과 못지않게 하나의 문화 콘텐츠가 그 나라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만큼 문화에는 특별한 힘과 파급력이 있다. 

또한 문화를 담은 문화재를 통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은 문화재를 접하며 지역에서 사회, 세계로 견문을 넓힌다. 이렇게 학생들이 역사를 제대로 알고 진정한 미래 유산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활동하는 곳이 있다.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문화재형 사회적기업이자 사회적협동조합인 '문화플랫폼위드'다. 라이프인에서는 5월 기획으로 어린이, 청소년과 문화로 소통하는 문화플랫폼위드(이하 위드)의 고신애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위드가 태어나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고신애 대표
▲고신애 대표

오랫동안 역사 교육을 하며 학생의 역사 인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 부모님이 그만큼 함께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하남에 정착하면서 2014년도부터 어머니들 대상으로 교육 기부 활동을 했다. 매월 20명씩 이론 교육과 궁궐 답사를 하며 연간 240명 규모의 교육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역사 인문 학습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거기 참석한 분들 중심으로 역사 인식 개선과 문화재 보존 관리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생겨났다.

참여 학부모들이 '아이를 함께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로 고민하다 2016년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었고, 독서 교실‧아침 서당‧가족 인문학 여행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참여하는 아이들도 함께 성장했다. 마을교육공동체는 해서 현재도 회원이 400명이 넘는다. 

2018년도부터 자립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프로그램에서 사회적경제 방식의 사업을 알게 됐다. 우리 내용을 담기에 가장 적합한 그릇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판단하고 2019년에 문화재청에서 인가받아 설립했다. 


Q. 작은 조직에서 점점 확장하고 발전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동아리에서 공동체로, 공동체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이 되어 2021년에는 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았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계속 고민하고 필요를 찾아 만들어진 형태로, 비영리 성격이 강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지역에서 내 아이만 홀로 키우기 어렵고, (아이들과)함께 키워야 건강해진다'라는 공통의 고민이 추진력이 되었다고 본다. 혼자서는 불가능했겠지만 사람들이 신념이 모여 나무가 되고, 큰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Q. 그렇다면 지속가능성을 위한 위드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로는 역사 문화를 활용한 교구와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사업은 교육 프로그램 진행이다. 혁신교육지구의 마을 프로그램과 문화재청의 지역 문화유산 교육, 문화유산 축제인 ‘생생문화재’ 등이 있다. 전국에서 학교나 기관으로 찾아가는 지역 문화유산 교육 중 우수 사례로 꼽혀 지난해 문화재청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위드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문화기획단 교육 현장. ⓒ문화플랫폼위드
▲ 위드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문화기획단 교육 현장. ⓒ문화플랫폼위드

Q. '지역 문화유산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

문화재청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신청 학교에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을 들어간다. 작년에 거의 100학급을 했는데, 숫자로 치면 약 3천 명이다. 하남시 대부분 초등학교 학생들이 문화유산에 대해 배울 기회를 얻었다고 보면 된다. 올해 신청도 며칠 만에 금방 마감이 되었다. 작년에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했는데, 초등 1~2학년에 대한 요구가 높아 올해는 저학년 수업도 편성했다. 


Q. 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역사와 인문을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4차 산업 기술을 활용해 흥미와 관심도를 높였다. 그리고 체험과 놀이로 문화유산에 접근하고 아이들 스스로가 익히는 방식이다. 

시기로 보면 선사 시대부터 고구려 백제 신라까지는 다들 척척박사다(웃음). 하지만 독립운동사를 포함한 현대사를 많이 어려워한다. 마지막 학기 말에 배우는 부분이라 학교에서 많이 다루지 못하기도 하고, 지금 사회와 연관된 부분이 많아 민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민주 시민이 되어야 하고, 민주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하남 시민이 되어야 하기에, 근현대사와 향토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초등학교 1학년에게는 어떤 문화재를 소개할까 고민하다가 하남역사박물관에서 보관 중인 '미 해병대원 버스비어 기증 태극기'를 선정했다. 현재 태극기와 다른 점을 찾아보고, 스토리가 담긴 샌드아트 영상 상영과 홀로그램, 그리고 3D 태극기 열쇠고리 만들기를 했다. 


Q. 어린이들이 정말 좋아했을 것 같은데

▲ 교육에 참여한 어린이가 버스비어 태극기를 관찰하고 있다. ⓒ문화플랫폼위드
▲ 교육에 참여한 어린이가 버스비어 태극기를 관찰하고 있다. ⓒ문화플랫폼위드

이 태극기는 인천 상륙작전 때 버스비어라는 미국 해병대원에게 서울 시민이 행운을 기원하며 선물한 것이다. 그 태극기를 한국에 있는 3년 반 동안 트럭에 꽂고 다녔고, 그 후로도 오래 간직하다 2015년 하남시에 기증했다. 이 설명을 듣고 수업이 끝날 때쯤 한 어린이가 "이름이 어려워 잘 외워지지 않으니, 여기에 적어달라"며 쪽지를 들고 왔다. 그리고 어느 학생은 "나도 행운의 태극기를 달았다"라고 너무 행복해하는 모습에 뿌듯했다. 이런 일들이 현장의 보람이다. 


Q.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는 문화를 만들고 즐기며 누릴 때 행복이 저절로 다가온다. 하지만 문화에 접근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문화유산에 접근하기 힘든 장애인‧노인‧다문화 가정‧새터민(탈북자)과 함께 문화로 인한 행복을 나누기 위해 교육 기부 활동을 한다. 문화기본법에서는 '문화권'으로 모든 국민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한다. 이러한 문화권을 확산하고 문화재에 접근하는 문턱을 낮추는 것이 우리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일하는 방향성과 목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역아동센터, 작은 도서관, 시니어 클럽에 교육 기부 활동을 한다. 

 

▲ 위드에서 개발한 (좌)역사 보드게임 (우)문화재 로봇. ⓒ문화플랫폼위드
▲ 위드에서 개발한 (좌)역사 보드게임 (우)문화재 로봇. ⓒ문화플랫폼위드

Q. 앞으로 위드의 활동 계획을 소개한다면

다들 그렇겠지만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었는데, 정체성을 잃지 않고 버틴 팀원들에 정말 감사하다. 그 시간 동안 다양한 시도와 개발로 완성한 것이 '문화재 로봇'이다. 사각형의 작은 로봇이지만 움직이는 블루투스 주사위로 게임도 하고, 여러 기능을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내 마음속 독립운동가'라는 보드게임도 개발해서 여러 교육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학생들이 문화재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구들을 제작하고 싶다. 

그리고 작년에도 했던 '생생문화재'를 올해는 지역주민뿐 아니라 외국인과 그 가족에게도 지역에 있는 문화유산을 소개하려고 한다. 하남 미사리에 현재는 남아있지 않은 문화유산을 외국인도 상상력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로운 도전이다. 그리고 청소년 문화기획단 '우주(우리가 문화의 주인)'를 운영하는데, 올해 새롭게 6기를 모집해서 '로봇, 문화재를 만나다'라는 프로젝트를 청소년 문화기획단과 함께 만들 예정이다. 경기도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자가발전 로봇을 개발하고, '우주' 학생들이 교육 봉사를 다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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