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수도권에서 지역 활성화를 위해 힘쓰는 마을기업 ㈜오산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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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수도권에서 지역 활성화를 위해 힘쓰는 마을기업 ㈜오산양조
  • 2023.05.11 13:11
  • by 정원각 객원기자

2023년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1년을 맞는 해로 협동조합 법제화를 비롯하여 각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도화를 점검할 시점이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이 크게 축소되는 기조 속에 침체국면에 처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경남 창원시 내서푸른주민회 ▲충북 옥천고래실 등 사회적경제 분야 조직들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타 사회적경제기업이 참고할 수 있게 모범적인 현장 기업들을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인구 절반 이상이 사는 수도권에도 살맛 나는 마을은 필요하다

수도권에 있는 도시에서 마을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보통 마을기업을 보면, 농촌지역에서 자기 마을에서 생산하는 농산물로 재료로 식품을 가공, 판매하는 농촌형 마을기업과 도시에서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도시형 마을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농촌형은 연세 많은 농촌의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집집마다 소량으로 생산하는 농산물을 재료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도시형은 경제성은 적지만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며, 주민 자치와 연결되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마을기업 ㈜오산양조는 오산시 시내에 있는 재래시장 한가운데에서 술을 만들고 판매한다. 
 

마을기업 ㈜오산양조 양조장.
▲ 마을기업 ㈜오산양조 양조장.

현재 오산양조가 있는 자리는 오산양조 김유훈 대표의 할아버지 때부터 3대에 걸쳐 50년 동안 시장의 터줏대감으로서 사업을 하던 곳이다. 오산식품이라는 식자재 도매상을 했는데 연 매출이 약 40억 원 정도로 꽤 큰 규모였으며, 오색시장 가운데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 김 대표의 자녀들도 다 성장했으니 4대가 산 곳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가업으로 한 사업을 접기가 쉽지는 않았다. 한때 잘 나가던 시장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시점은 약 10년 전이다. 재래시장의 일반적인 모습인 좁은 골목으로 되어 있는 길을 차도 다닐 수 있게 확장하지 못하면서 소비자들 발길이 뜸해졌고 상권이 근처 다른 시장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 상권이 쇠락하는 오산시 오색시장의 도시재생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시작되면서 오색시장과 그 안에 있는 오산식품을 비롯한 시장의 여러 가게도 사업의 대상이 되었다. 선대의 가업을 접는데 가장 어려웠던 일은 어머니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이런 어머니를 위해 오산식품 가게를 오산양조 교육장으로 리모델링 할 때, 바닥에 불탔던 흔적을 없애지 않았다. 화재가 났었는데, 재기를 한 과거를 오롯이 기억하기 위해서다.) 어머니를 오랫동안 설득하면서 "'오산식품이 시장의 재기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50년 동안 오산의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아서 사업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사랑을 돌려줘야 한다'"는 이야기로 양해를 받았다. 어머니의 동의를 얻어서 2016년 5월 폐업을 했다. 
 

▲ ㈜오산양조 교육장 / 교육장에서 설명하는 김유훈 대표
▲ ㈜오산양조 교육장 / 교육장에서 설명하는 김유훈 대표

처음부터 양조장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오산의 예술가들을 위해 창작예술촌을 하자는 것이 오산시 관계자들과 협의한 초기 계획이었다. 그런데 도중에 오산시의 입장이 바뀌면서 무엇을 할지 혼란에 빠졌다. 고민 중에 김 대표를 찾아온 사람이 오서윤 현 오산양조 이사였다. 전통주 제조 사업을 하고 싶으니 함께 하자는 제안이었다. 오 이사는 단순히 전통술을 다시 만들자는 것이 아니었다. 문화, 교육과 연계한 사업을 제시했다. 제안을 검토해 보니 마을의 활성화가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후 오산시와 상담을 했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이 시기에 마을기업에 대해 알게 되었다.

마을기업의 역할을 위해 오산막걸리를 첫 상품으로

오 이사도 마을기업을 동의했다. 돈을 버는 것보다 일을 하고 싶어 했다. 기존의 오산식품 창고 공간을 술 만드는 제조 공간으로 하고 다양한 식자재 등을 판매했던 곳을 교육장으로 리모델링 했다. 먼저 양조장으로 전환하고 당분간 사업의 유지, 운영을 위해 1억 2천만 원 정도가 필요했다. 사업은 중요한 결정을 신속하게 내려야 하므로 주식회사로 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판단으로 주식회사로 창립했다. 지역에 있는 친구, 지인 등 6명이 1인당 2천만 원씩 출자하면 1억 2천만 원이 되겠다 싶었다. '마을에서 좋은 일을 해보자', '퇴직한 후에 일자리를 미리 만드는 것이다', '오색시장의 상권을 살려보자' 등등으로 설득하여 출발했다. 2010년에는 시의 권고로 출자자를 10명으로 늘렸다. 새로운 투자는 아니고 김 대표의 주식을 파는 방식이었다.
 

▲ 출시 상품 제1호 오산막걸리와 2호 하얀까마귀 그리고 마스코트.
▲ 출시 상품 제1호 오산막걸리와 2호 하얀까마귀 그리고 마스코트.

양조장에서 처음으로 생산한 상품은 지역에서 생산한 쌀로 만든 '오산막걸리'였다. 막걸리 이름에 오산을 넣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지역성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오산이라는 지역성에 갇혀서 시장이 너무 좁아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였다. 하지만 마을기업을 하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첫 상품은 오산막걸리로 했다. 두 번째 상품 이름을 '하얀까마귀'라고 정했다. 오산시의 오는 까마귀 오(烏)이므로 까마귀를 살리는데 '막걸리를 많이 마셔서 하얗게 된 까미귀'라는 의미를 담았다. 전통주 시장의 느낌이 무겁고 어두운데 젊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약간 가볍게 접근하자는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이후 오매(烏梅)백주, 독산 등을 출시했다. 독산은 발효주를 증류해서 만드는데 알콜도수가 30도, 53도 두 종류가 있다.

제품의 다양성을 위해 요리술도 개발

한편 오산양조에는 술에 대한 전문가가 없었다. 처음 술 사업을 제안한 오서윤 이사는 대학에서는 교육학을 전공한 여성인데 술은 광화문 막걸리 학교에서 1년 정도 배운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술에 인문학을 녹이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술 제조 능력을 높이기 위해, 사업 시작 전후로 퇴근 후에는 서울 방배동에 있는 가양주연구소에 10개월 동안 다니면서 배웠다. 오 이사는 오산시나 사회적경제 기관에서 사업 공모를 하면 꼭 받을 수 있게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준비했다. 그런 능력이 사업 초기에 큰 힘이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농식품부와 aT센터가 전통주를 대상으로 관광상품과 연계하여 진행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이었다. 전국의 전통주 제조장 중 지역의 관광산업과 6차산업 내용을 잘 운영할 수 있는 양조장들 중에서 공모를 통해 지정하는 방식이었는데, 2022년까지 50개였고 2023년 4개가 추가되었다. 이들 선정 업체 중 오산양조가 가장 단시간에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의 쾌거를 이루었는데, 사업 초기부터 찾아가는 양조장이 추구하는 사업내용들을 이미 시행하고 있었던 점이 주효했다. 
 

▲ 제조, 판매하고 있는 다양한 술과 요리술.
▲ 제조, 판매하고 있는 다양한 술과 요리술.

생산 제품을 다양화하기 위해 요리용 술(이하 '맛술')을 개발했다. 현재 요리용 술 시장에서 특정 기업의 제품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데 이 맛술이 너무 달다는 지적이 있어서 틈새를 파고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사회에서 외식 음식이 전반적으로 단데 맛술까지 다니까 음식이 더 달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리용 맛술 대신 소주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이를 뚫기로 했다. 제품의 이름은 '요리술'이다. 일반 명사를 상품에 사용해서 상표등록이 안 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상표등록이 됐다. 요리술에 사용하는 설탕은 공정무역으로 들어온 유기농 설탕(PT쿱)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오산양조의 제품들이 두레생협에 입점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로컬페어트레이드, 사회적경제 간의 협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마을 축제와 문화행사 개최

마을기업 오산양조의 가장 큰 미션은 동네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술을 제조하는 양조장의 크기보다 오히려 교육하고 소통하는 공간이 더 큰 이유다. 오산양조가 좋은 술을 만들고 그 술을 많이 팔아서 사업이 잘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오산양조가 있는 재래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사람들, 청년들이 즐기러 찾아오는 것이다. 와서 문화도 즐기고 예술도 체험하고 전통주도 한잔하며, 경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문화행사, 축제를 기획하고 만들고 참여한다. 이런 사업 방향의 하나로 2022년부터 '플레이 술라운드'라는 행사를 만들었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타지역에서 전통주를 생산하는 업체를 한 곳씩 초대하여 시음회를 열 수 있게 교육장 앞 공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앞에서는 음악, 예술 공연도 한다. 2022년 10회 개최했고 올해도 하고 있다. 전통주 시장 전체가 커져야 할 시기이기에 개별 전통주들이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사회적경제에 대해 설명하는 오서윤 이사 ▲2023년 3월 진행한 축제 ▲안동 소주에 대한 설명 ▲인문학 강좌(김탁환, 이동현 북토크).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사회적경제에 대해 설명하는 오서윤 이사 ▲2023년 3월 진행한 축제 ▲안동 소주에 대한 설명 ▲인문학 강좌(김탁환, 이동현 북토크).

축제, 문화행사는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나아가 주체적인 운영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축제가 열리면 지역의 다양한 기관과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뜻으로 모인 업체 및 동호회 등 모두가 힘을 모아 협업의 형태로 행사내용을 구성한다. 그야말로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골목상권을 회복하고 활성화 시키는 상생의 장이 되는 것이다. 볼거리, 즐길거리에 먹거리까지 더해져 일상에서 문화로 접근할 수 있는 작은 행사를 기획하는 자체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오산양조가 잘 되기 위해 어떤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까?

마을기업 ㈜오산양조가 꾸는 꿈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아쉬움이 있다. 첫째, 6차산업이라는 정책의 대상이 더 개방적이었으면 하는 것이다. 오산양조가 하는 사업은 지역 농산물 생산, 제조 그리고 서비스와 연결되어 있어 6차산업에 딱 맞는다. 그런데 장소가 농촌이 아니라 도시라는 이유로 그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농촌만 아니라 그 사업 성격을 검토해서 6차산업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둘째, 술을 만드는 주재료인 쌀이 술에 적합한 쌀로 품종 개량이 되었으면 하는 것과 도정도 더 적절하게 개발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야 다양한 술이 나오고 술의 질이 높아진다. 셋째, 자치단체의 관련 공무원들이 TF팀을 구성해서 협력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농업, 문화, 농식품, 일자리 등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저마다 자기 과의 입장에서 일을 하니 효율과 소통이 어렵다. 원활한 협력을 위해서 꼭 관련자들이 참여하는 TF가 있어야 한다.
 

▲ 행인들을 위해 개방형 화장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오산양조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행인들을 위해 개방형 화장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오산양조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유훈 대표는 이제 몇 년 후면 육순(六旬)이 된다. 지금, 같이 일하는 직원들 중에는 20대 후반, 30대 초반들이 있다. 정확하게 자녀들과 같은 나이대다. 이 청년들이 오산양조에서 계속 일을 하면서 지역을 활성화시키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질적 성숙, 부가가치 제고, 업무의 시스템화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비전의 실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므로 긴 호흡을 하면서 회사 직원들, 시장 주민들 그리고 이해관계자들 간의 신뢰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지역 공동체에서 주민들이 건강하게 소통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자연스럽게 다지고 있다. 마을기업 ㈜오산양조는 '사회적경제가 지역사회에서 어떤 미션과 비젼을 가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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