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로운 돌봄] 중장년들이여, 당신의 지혜는 사회의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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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로운 돌봄] 중장년들이여, 당신의 지혜는 사회의 자원이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상상우리 재취업 프로그램 사례자(신동욱 아트임팩트 상무) 인터뷰
은퇴 후 제2인생을 꿈꾸는 중장년에게 보내는 메시지
  • 2023.05.17 12:59
  • by 이새벽 기자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가족 구성원들을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기다. 누가, 어떻게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 공동체인 가정을 보호하고 있는가. 갈수록 복지 욕구는 다변화되고 돌봄 수요는 증가하는 현대 사회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다.

돌봄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한 사각지대를 살피고 사회에 필요한 돌봄을 제공하는 이들도 있다. 라이프인은 가정의 달을 맞아 '사람을 중심에 둔' 사회적경제 방식의 돌봄에 주목하고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각 생애 주기의 사람을 돌보는 주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중장년의 경험과 지혜가 사회 혁신의 자원이 되게 한다
사회적기업 '상상우리'의 소셜 미션이다. 상상우리는 이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중장년에게 취·창업 관련 교육과 기회를 제공한다. 기업에는 중장년이 입사해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여 채용을 설득한다.    

"중장년층에 똑똑하고 좋은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역량이 퇴직하고 사라지는 게 문제라고 봐요.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는데 그게 없어져 버리는 거죠"
중장년의 일자리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상상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하는 신철호 대표. 중장년의 지혜와 경력, 청년들의 열정과 아이디어를 서로 주고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상부상조하는 우리들'이라는 의미를 담아 '상상우리'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라이프인
▲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라이프인

신철호 대표를 만나 중장년의 제2의 인생과 기업 '상상우리'의 스토리 및 사업 활동에 관해 묻고 들어봤다. 

Q. 중장년은 제2인생을 꿈꾸며 다른 일을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도 꽤 클 것 같다. 기존의 일과 비슷한 분야의 일을 하는 것과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 중 어느 쪽의 비중이 더 큰 편인가?
우리는 중장년에게 기존에 했던 일과 연관된 일을 추천하는 편이다. 기업에 소속하면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경력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일로는 창직(創職)을 시도하거나 사회공헌활동 참여를 권한다. 상상우리 교육에서도 중장년에게 '변화보다는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Q. 상상우리에서는 개인의 제2인생을 설계하는데 당사자성을 반영하기 위해 어떤 방식을 취하는가? 
상상우리 사업 운영자를 비롯해 교육 담당 직원 및 강사 등을 중장년 또래분들로 우선 채용해  취·창업 지원자들의 상황과 입장을 이해하고 반영하려 노력한다. 중장년이 본인의 생각을 투영해 글을 써볼 수 있는 워크시트를 제작하는 등 적극적으로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를 지향한다.

Q. 중장년이라면 누구나 상상우리 운영 프로그램에 지원 가능한가? 
일반적으로 그렇긴 하나 취업 과정 같은 경우는 선발한다. 선발기준은 취업에 대한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취업의지가 80%, 역량이 20% 정도다. 역량은 사실 부족해도 괜찮다. 새롭게 배워도 된다. 그러나 의지가 부족하거나 역량이 좋아도 소통능력이 부족하면 선발하지 않는다. 과거 이력으로 어깨에 힘 들어간 분은 경계한다.

Q. 상상우리의 사업 활동과 범위는 어떠한가? 
예전에는 사회혁신 쪽의 일자리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그뿐 아니라 모빌리티, 관광, 디지털 분야 등 사업 범위를 확장하여 일자리 시장을 만들고 있다. IT 계열에는 보통 청년들이 많이 몸담고 있는데, 우리는 그 안에서 중장년이 담당 할 수 있는 직무를 발굴해 채용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앱 사용성 테스트, 데이터 라벨링(Data Labeling), 모빌리티 플랫폼 내 차량관리 등이다. 특히, 데이터 라벨링은 단순 업무여서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직무에 대한 중장년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경력이 쌓이면 이직하면서 원하는 만큼의 대우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디지털 관련 직무는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 지방에서도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해 현재 관련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Q. 중장년이 청년기업에 취업하는 경우는 주로 어떤 분야인가?
이전에는 퇴직 이후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 사회적경제 분야를 많이 권했으나 최근에는 일반 스타트업을 주로 권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직원 대부분이 젊은이라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다는 장점이 있지만,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사업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성장기 스타트업 기업의 재무인사, 총무 혹은 영업 마케팅 쪽에 중장년을 연결하는 것에 힘쓰고 있다. 

Q. 타 재취업 컨설팅 회사와 상상우리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어디에 집중하고 있느냐가 다른 것 같다. 우리는 회사보다 중장년 개인을 더 고객으로 여기며 우선시한다. 그래서 중장년 개인 고객에게 더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려 하다 보니 재미있고 질 좋은 교육을 지향한다. 작년 대표 사업이었던 '신중년커리어프로젝트 굿잡5060'에서는 노트북을 구비해 필요한 데이터를 다 넣어놓고 회사에서 사용하는 업무형식 그대로를 교육했다. 마인드 및 커뮤니케이션 교육, 매주 독서 등 교육자로서 교육생을 많이 괴롭히는 편이다. 그만큼 결과물에 집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타 전직 회사 경우 실제 취업률이 20%인 반면, 우리는 60% 정도다. 

Q. 지금까지의 사업 활동 중 제일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이었나?
상상우리 법인이 설립된 지 약 10년 정도 됐는데, 사업 초기에는 중장년의 취업 시장이 없었다. 우리는 취업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사업 성과공유회 때 취업에 성공하신 분의 따님이 인터뷰 영상에서 "아버지께서 퇴직 후 자존감이 많이 하락하셨는데 취업 후 매일 늠름하게 출퇴근하시는 모습을 다시 보게 돼 너무 좋았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셨다. 상상우리 내에도 70세 가까운 나이에 인턴으로 들어오셨다가 지금도 함께 일하는 분이 계시다. 매우 성실하실 뿐 아니라 한 사업 전체를 혼자 도맡아 책임지고 운영하신다. 신동욱 아트임팩트 상무는 상상우리를 통해 취업하였는데, 회사를 무척 좋아하시며 저한테도 자기 회사 제품을 사용해달라며 홍보하셨다.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 상상우리 사무실 전경. ⓒ라이프인
▲ 상상우리 사무실 전경. ⓒ라이프인

Q. 사업 운영 중 제일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사회편견과 싸워야 하는 게 제일 힘들다. 기업에서 중장년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는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하대하는 태도를 지닌 기업을 설득할 때 특히 힘들다. 정부도 중장년에 대한 어떠한 정책도 내놓지 않고 있는데, 지원사업 안내 등 중장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주면 좋겠다. 

사회적기업으로서 하고 싶은 말

중장년에게
퇴직하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그러나 50대 중반에 퇴직한다 해도 사회에서 일해 왔던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살아야 한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복지 혜택으로는 충분치 않으니 경제활동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실 필요가 있다. 그리고 스스로 세상에 자원이 되며 공경 보다 존경받기 위해 노력하셔야 한다. 

정부에게 
지자체에서 중장년 대상으로 지원정책을 만들 때,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법보다 중장년층의 사회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면 좋겠다.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면 기업은 양질의 서비스를 개발하여 더 많은 이들이 지원책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나는 쓸 만한 자원이 될거야!"

▲ 신동욱 아트임팩트 임팩트투자팀 상무. 본인제공.
▲ 신동욱 아트임팩트 임팩트투자팀 상무. 본인제공.

며칠 후 상상우리를 통해 올해 1월 사회적기업에 취업한 사례자 신동욱 아트임팩트 상무(임팩트투자팀)와 이야기를 나눴다.  

대기업 재무 관련 부서에서 20년 이상 근속하다가 2021년 은퇴한 그는 앞으로의 삶이 막연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던 그는 서울시 주관 회계교육을 들으러 직장인 출퇴근 시간에 이동했는데, 이때 '매일 아침 갈 데가 있어 행복하다. 역시 나는 아직 직장을 다닐 체질인가!'라고 생각했다.

그는 재취업을 결심하고 중장년 재취업 교육기관을 찾다 상상우리를 알게 됐고, 상상우리가 주관한 '하나금융그룹 세컨드라이프', '신중년커리어프로젝트 굿잡5060' 등 재취업 교육 및 연계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재무 분야가 적성에 맞아 해당 분야 취업의지가 강했다. '프로보노'라는 재능기부활동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적기업 아트임팩트와 연이 닿았고, 올해 1월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아트임팩트는 페트병을 세척해 가방을 만드는 등 친환경 소재로 패션잡화를 제작 및 유통하고,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기업 성장 노하우 등을 전달한다. 

그는 이전과 현재 회사생활을 비교하며 "사회적기업은 그동안 다닌 영리기업과는 이념 자체가 달라 '이런 세상도 있구나!'라고 생각했고, 일에서 느끼는 의미가 남다르다. 이곳에서는 대기업에 비해 개인이 여러 가지 업무를 수행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는 것에 위험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잘하면 회사가 잘 굴러 간다'는 생각으로 주체성을 가지고 일해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다. 젊은 직원 사이에서 잘 어울리며 '꼰대 같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때로는 내가 그들에게서 배우고, 인생선배로서 조언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많은 중장년이 은퇴 후 갑자기 몸이 아파진다. 나도 아팠는데 이는 정신적으로 힘든 것이 원인이다. 내가 은퇴 후 힘들어 면서도 이것저것 공부하려는 모습에 아내와 딸이 응원과 격려를 많이 해줬다. 그래서 공부 관련뿐 아니라 여가생활로 바리스타 자격증도 취득했다"며 가족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그 이후로 직접 간 원두로 내린 커피 향기에 취한다는 신씨는 인터뷰를 마치며 중장년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인생 전체를 하루 24시간에 비교하면 60세의 나이는 오후 4시에요. 늦은 시간이 아니죠. 시간이 더 지나 해가 져 깜깜해졌을 때도 놀 수 있으니 저는 사회 일원으로 더 활동하고 싶어요.  재취업을 혼자 준비하는 것은 어려우니 상상우리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교육 동기들과 유대감을 느끼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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