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로운 돌봄] "틔운 싹이 거목(巨木)으로 성장할 수 있게 협동의 힘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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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로운 돌봄] "틔운 싹이 거목(巨木)으로 성장할 수 있게 협동의 힘을 보여주세요"
죽음마저 협동으로 승화시키는 '한겨레두레협동조합'
김경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 인터뷰 - "협동으로 만드는 새로운 장례문화"
  • 2023.05.19 17:32
  • by 이진백 기자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가족 구성원들을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기다. 누가, 어떻게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 공동체인 가정을 보호하고 있는가. 갈수록 복지 욕구는 다변화되고 돌봄 수요는 증가하는 현대 사회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다.

돌봄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한 사각지대를 살피고 사회에 필요한 돌봄을 제공하는 이들도 있다. 라이프인은 가정의 달을 맞아 '사람을 중심에 둔' 사회적경제 방식의 돌봄에 주목하고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각 생애 주기의 사람을 돌보는 주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척박한 불모지에서 기적을 일궈낸 협동조합입니다. 지금까지 누구의 도움과 지원도 받지 않고 오롯이 조합원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힘에 부칩니다. 다음 단계로 진입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조합원)들만의 힘으로는 부족합니다. 정말 간절하게 생협, 신협을 비롯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우리와 협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적적으로 작은 싹을 틔운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연대의 힘으로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상대적으로 좀 더 오래 사는 사람은 있어도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다. 죽음은 인간을 포함한 생명의 속성이자 이치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가는 셈이다. 그렇다고 죽어가고 있다며 매 순간을 공포로 인지하고 살지는 않는다. 죽음으로 향하는 줄 알면서 한발 한발 걷는 그것이 또 삶이기 때문이다. 죽음이란 삶의 종말이기도 하고 삶의 완결이기도 하다. 

'2012년 웰다잉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윤영호 교수팀)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다른 사람에게 부담 주지 않음'(36.7%)을 꼽았으며 ▲'가족이나 의미 있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30.0%)'이 뒤를 이었다. 또한,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방안으로 ▲'말기환자 간병을 도와주는 지역별 간병품앗이 활성화'(88.3%) ▲'장례식장 대신 병원/집 근처에 완화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설 마련'(81.7%)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것만 실현되어도 '품위 있고 행복한 죽음'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사람마다 장례 규모나 형식, 장례 업체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소비자원이 조사(2015년)한 우리나라 평균 장사(장례(葬禮)부터 장묘(葬墓)까지) 비용은 1380만 원이다. 기존 방식으로 장례를 치를 경우 크게 ▲장례식장 ▲상조회사 ▲장지(葬地) 각 분야에서 6~7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 김경환 상임이사.
▲ 김경환 상임이사.

한국의 장례문화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고비용 구조다. 김경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상조 시장 자체가 소비자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지고 또 정보 비대칭이 큰 분야"라고 설명하며 "소비자는 생애에서 장례를 경험하는 횟수가 적어 장례식장 이용 및 장례용품에 대한 관심과 이들을 소비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장례용품 및 서비스의 가격과 품질에 대한 정보를 잘 알지 못한다. 또 가족을 잃은 상실감과 고인에 대한 예의 및 장례의식의 경건성으로 인해 장례업체와 가격 등의 협상(흥정)을 꺼리는 경향이 커 장례용품의 합리적 소비가 어렵다"라고 부연했다.

'장례현장에서 추가 금액을 요구해요', '장례용품을 폭리로 강매해요' 등 슬픔에 빠진 유족들을 두 번 울리는 업체들의 횡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상조회사는 소비자의 경황을 이용하여 장례식장이 판매하는 용품 또는 고가용품의 구매를 강요하거나, 표시 가격이나 계약 조건 이외의 추가 금품을 받는 등의 부당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안은 없을까?

김경환 상임이사는 대형 상조회사, 대형 병원 장례식장이 주도하는 한국의 장례문화를 개선하고 장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전하기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이 바로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겨레'는 한겨레 신문사에서 상조 산업의 문제점을 연구하고 사업으로 개발한 것에서 유래했고, 전통적인 상부상조 정신을 살리자는 의미로 '두레'가 더해져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하 한겨레두레)이라는 명칭이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두레는 부패하고 혼탁한 장례문화를 정화(淨化)하고 새로운 공동체 장례문화를 실현하기 위해 출범한 협동조합이다. 한겨레두레의 대표 사업은 조합원 맞춤형 장례 상조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례 서비스(추모의 깊이가 있는 장례서비스 '채비장례')이며, 이와 연관된 교육 사업(삶과 죽음을 되돌아보고 설계하는 교육 프로그램 '채비학교')과 대관 사업(추모식을 비롯하여 세미나, 문화공간 대여사업을 진행하는 '공간채비' 대관)을 병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 상조회사와 비교했을 때 한겨레두레의 강점은 무엇일까? 우선 ▲타 상조회사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 일반 상조회사의 경우 과도한 광고비와 영업비로 인해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둘째 ▲환급(PAYBACK) 확대로 맞춤형 장례가 가능하다. 일반 상조회사의 패키지 상품의 경우 사용하지 않는 품목에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한겨레두레는 직거래 공동구매로 장례용품을 원가에 제공하고 패키지가 아닌 개별 맞춤형 방식으로 장례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가격이 더 저렴하다. 셋째, ▲뒷돈과 사례비(Rebate)를 배격한다. 장례시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뒷돈과 사례비는 상조회사와 장례지도사들의 주 수입원이다. 한겨레두레는 봉안당, 수목장, 꽃장식 등에서 발생하는 각종 뒷돈과 사례비를 배격하지만 발생 시 전액 유족에게 돌려주어 비용부담을 덜어준다. 넷째, ▲안전한 관리와 투명한 운영이다. 한겨레두레는 조합비의 24%만 조합 운영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계속해서 적립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합원 일꾼의 감동서비스다. 장례지도사와 접객관리사가 같은 조합원으로 두레정신에 입각해 한가족처럼 정성스럽게 도와준다. 기본급만을 받고 장례식중 생기는 뒷돈이 수입이며 영업까지 뛰어야하는 일반 장례지도사와는 근원적으로 차이가 있다.

한겨레두레는 풀뿌리 공제정신에 공감한 이들이 공동체의 힘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협동조합이다. 극단적으로 상업화된 장례문화를 개선하는 일은 공동체적인 삶을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한겨레두레는 이를 통해 나눔, 신뢰, 소통이 근본이 되는 사회를 이루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지난 13년간 2000여 건의 장례를 치렀는데 서비스 만족도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검증된 협동조합이다. 80여 개의 상조회사(선불식할부거래업체) 중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곳은 한겨레두레가 유일하다.


현재의 장례 방식, 마음에 드시나요? 누구를 위한 장례일까요? 
'채비장례'는 추모와 애도, 위로가 있는 혁신적인 장례  
'시간이 머무는 복합문화공간' - 공간 채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29만 명)을 기점으로 출생아 수와 사망자 수의 그래프가 역전됐다. 신생아 수는 1985년 66만 명을 기점으로 27.5만 명(2020년), 20만 명(2040년), 12.1만 명(2060년)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고, 사망자 수는 1985년 24만 명에서 30.8만 명(2020년), 52.7만 명(2040년), 74만 명(2060년)으로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2021년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는 2.3명으로 2000년(3.1명) 대비 1인 가구 및 2인 가구의 비중은 커지고 3인 이상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은 33.4%, 2인 가구 비율은 28.3%로 1인 또는 2인 가구가 절반을 넘어섰다. 

장례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은 허례허식에서 벗어나자고 하는 뜻도 있겠지만 평균 수명과 가구구조의 변화로 우리 사회 구조가 변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주요 원인이다. 차후에는 웰다잉(Well-Dying) 또는 QOD(Quality of Death)가 사회적 화두가 될 것이다. 

김경환 상임이사는 "죽음을 어떻게 대하는가가 그 사회의 수준을 말해 준다고 생각한다"라며 "죽음을 함부로 다루면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명과 삶도 막 대하게 된다. 인간과 동물(짐승)의 다른 점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의 하나가 예(禮)를 갖춘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채우고 비우는 삶 '채비노트'.
▲ 채우고 비우는 삶 '채비노트'.

채비장례는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추모와 애도, 위로가 있는 혁신적인 장례서비스이다. 기존 3일장 중심의 상포계 서비스에 '작고 아름다운 이별'의 추모식을 더하는 것이다. 의식은 간소하게, 추모는 깊이있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인을 장례식장의 주역으로 두고 있다는 것이다. 고인의 취향이나 뜻을 존중하면서 고인을 사랑하고 기억하는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모여 품격있는 추모식을 진행한다. 

장례식은 대부분 장례식장에서 치르는데 이는 핵가족화와 친족 간 및 지역공동체의 연결성 약화 등으로 가정에서 장례를 치르기 어렵고 장례식장이 전문 시설과 인력을 갖춰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례식은 무조건 장례식장에서 치러야 할까? 장례식장이 생겨난 것은 근대의 현상이다. 장례식장에서 치러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장례는 형편과 상황에 맞게 치르는 게 맞다. 한겨레두레는 대형 상조회사, 대형 장례식장 주도로 변질된 장례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추모 중심의 간소한 장례 의례와 존엄한 죽음이라는 인본주의적 가치를 불어넣고 이를 고양 확산시키는 장례문화 인식개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공간 채비는 단순히 사람만 머무르는 장소가 아닌 삶과 안식, 그리고 자연과 공간이 함께 공존하고, 추억과 기억을 떠올리는 '시간이 머무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추모식을 비롯하여 세미나, 공연 등의 장소로 사용할 수 있다. 한겨레두레는 '채비'와 같은 공간을 전국에도 확산해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 모델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한겨레두레의 조합원 가입절차는 간단하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로 연락해 매달 3만 원씩 조합비를 내면 된다. 

죽음을 입에 담고 준비하는 것이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불편하고 꺼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인생 백세를 바라보는 초고령화 시대를 앞둔 만큼 죽음을 맞이하는 풍경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인간답게 살고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 애플社의 CEO였던 故 스티브 잡스는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죽음은 우리 가까이 있다. 막상 그것이 우리에게 닥치면 대부분 당황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추모하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협동은 죽음조차 나누어 매는 마지막 방편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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