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로운 돌봄] 어른 친구를 만난 청년, 좋은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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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로운 돌봄] 어른 친구를 만난 청년, 좋은 어른이 된다
청소년 도서관 작공 장보성 대표, 가이아TV 대표 윤덕현 감독 인터뷰
  • 2023.05.17 17:12
  • by 정화령 기자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가족 구성원들을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기다. 누가, 어떻게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 공동체인 가정을 보호하고 있는가. 갈수록 복지 욕구는 다변화되고 돌봄 수요는 증가하는 현대 사회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다.

돌봄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한 사각지대를 살피고 사회에 필요한 돌봄을 제공하는 이들도 있다. 라이프인은 가정의 달을 맞아 '사람을 중심에 둔' 사회적경제 방식의 돌봄에 주목하고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각 생애 주기의 사람을 돌보는 주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tvN
ⓒtvN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배우 이선균이 연기한 박동훈은 여섯 살에 병든 할머니와 단둘이 남겨져 힘든 인생을 살아온 주인공 지안에게, 장애가 있는 할머니의 요양 등급을 받으면 무료로 요양원에 모실 수 있다고 알려준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주변에서 도움 되는 이야기를 해주는 어른이 없었던 거라 말한다.

그녀의 자라온 환경과 어려움을 알게 된 동훈은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린다"라고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자기를 처음으로 이해하는 어른을 만난 지안은 "사람이 뭔지 처음 본 거 같았다"고 마음의 말을 꺼낸다. 현실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는 이 드라마는, 주변에 좋은 어른이 있었더라면 겪지 않아도 되었을 아이들의 상처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어른의 울타리를 필요로 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제도 안팎에서 도움을 주는 기관들이 있다. 서울시 은평구에서 대안교육을 제공하는 청소년 도서관 '작공'도 그중 하나다. 그 활동 범위를 '대안교육'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학교 밖 청소년이나 보육원을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둔 청년들이 '어른 친구'들과 함께 삶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배우는 장소이다. 가정의 돌봄에서 소외된 청년이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학습‧생활‧지식‧정서 등 여러 방면에서 지원한다. 작공에서는 곁을 지키며 도움을 주는 이들을 '어른 친구'라고 한다. 두 명의 어른 친구를 만나 작공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보성 대표.
ⓒ장보성 대표.

작공은 '작은 공원'의 줄임말로, 이곳을 처음 찾았던 친구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2009년 지역에 어린이 도서관이 없어 은평구 대조동의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주민센터 한편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그 앞 공원에서 방황하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도서관으로 불러 밥을 주고 이야기를 들어준 것이 작공의 시작이다. 서울시에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사업을 시작하기 2~3년 전에 이미 지역에서 필요성을 느껴 자체적으로 생겨난 것이다. 장보성 대표는 당시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지인을 통해 우연히 작공의 교사로 합류해서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보육원에서 지내거나, 부모가 있어도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이다. 특히 보육 시설에서도 갈등을 겪거나 학교에서 다양한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는 스무 살이 되면 작공을 졸업해야 했지만, 보육원을 나와 홀로 자립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지금은 스무 살 이상의 '후기 청소년'들도 많다. 지역에서 서로 지지하며 운영해 왔지만, 올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시에서 작년 말에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를 폐지하면서 대안교육기관의 재정 지원이 서울시에서 서울시교육청으로 넘어갔다.

장 대표는 "학교 밖 아이들을 쭉 지원해 줬던 서울시가 설마 현장을 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실제로 주체가 교육청으로 바뀌면서 불가피한 행정 공백이 발생했고, 그 몇 달을 버티기가 막막했다"라고 설명했다. 공간 임대료와 기본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던 때에 지역 시민사회에서 후원의 밤을 열어보라고 제안받았다. 그녀는 이미 지역에서 많은 후원을 받아 추가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현재 상황을 공유해야 하는 의무감에 후원의 밤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작곡은 문 닫으면 안 된다. 우리 지역의 자랑이다"라는 이야기와 많은 도움의 손길로 보릿고개를 겨우 넘겼다. 
 

ⓒ작공
ⓒ작공

작공의 면적 대비 교육 정원은 17명이지만, 현재 40여 명의 청소년이 등록해 이용하고 있다. 어른 친구가 필요해서 찾아오는 친구들을 되돌려보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장 대표는 "각자가 처한 상황마다 필요한 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각자 맞춤형 교육과 지원을 지향하는데, 행정에서도 현장의 다양한 상황과 욕구를 수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런 이유로 프로그램을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성취감을 느끼고 자기 신뢰를 쌓도록 상반기에는 검정고시반에 집중하고 있다. 작년에는 검정고시에 합격한 8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진학 후에도 새로운 관계 맺음과 적응에 어른 친구의 도움이 계속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자립준비청년의 '생활 독립군' 프로그램에서는 스스로 의식주를 챙기고 바른 경제관념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작공을 거쳐 간 청년들이 어떻게 살아갔으면 좋겠는지 묻자, 그녀는 "우리가 쏟는 마음이 열매 맺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곳에 가서 꽃피고 사람들에 열매를 나눠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아봐야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으니, 작공이 플랫폼이 되어 '본인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깨달았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농민가' 등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책 '가슴의 대화'를 쓴 가이아TV 대표 윤덕현 감독은 은평구에 오래 거주하며 작공과 인연을 맺었다. 재능기부로 미디어 교육을 하며 청년들을 드문드문 만나다가, 1년에 한 번 진행하는 여행에 동행하며 본격적으로 가까워졌다. '주경야독'이라는 이름의 이 여행은, 경험과 활동의 폭이 좁은 청년들에게 많은 체험과 깨달음의 기회가 된다고 한다. 여행지에서 운전으로 이동을 도우면서 여정을 촬영하여 다큐멘터리 '어른 여행'을 완성했다. 이 영화는 지난 2월에 열린 작공 후원의 밤 행사에서 상영하여 참가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 어른여행 포스터. ⓒ윤덕현 감독  
▲ 어른여행 포스터. ⓒ윤덕현 감독  

영화에 유독 길을 따라가는 장면이 많다는 질문에 윤 감독은 "많은 프로그램 중 여행이 상징하는 바가 있다. 어른 친구들이 여행길을 함께 걷고, 아이들과 함께 삶을 걷는다는 의미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의도를 밝혔다. 그러면서 "작공에 오는 친구들에게 필요한 건 일회성 시혜가 아니라 길게 함께할 사람들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여행이라고 하지만 관광지를 가거나 특별한 체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낮에는 감귤 농장에서 땀 흘려 일하고, 밤에는 어른 친구들을 만나 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위안받는다. 

윤 감독은 "이 친구들은 명절에도 특별히 갈 곳이 없다. 부모나 친척이 없으니, 작공에 모여 떡국을 먹고 자기들끼리 보낸다. 전통적인 가족과 형식이 좀 다르다 뿐이지 일종의 가족과 같은 기능을 하는 곳"이라고 작공을 정의했다. 그리고 사회에 적응하기까지 자립지원청년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며 "고민을 같이 들어 주고 필요한 게 있으면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어른들이 주변에 많았으면 좋겠다. 이런 공간이 다른 지역에도 많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작공 청년들의 여행 이야기를 담은 영화 '어른 여행'은 현재 공개되어 있지 않다. 윤덕현 감독은 이후에 자립지원청년에 도움이 되는 자리에서 상영회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 상영에 관심이 있다면 청소년 도서관 작공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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