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로컬 살리려는데, 협의 자리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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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로컬 살리려는데, 협의 자리 있나요?
만 16세 이상부터 참여 가능한 주민자치회, 학업과 생계에 매달린 청년 일과시간 고려 안 해…사실상 유명무실(有名無實)
지역이 청년 의견 진지하게 수용한다면 발제 권한 강화, 민관 협의 자리 마련 등 제도적 뒷받침 필요
  • 2023.05.24 18:23
  • by 이새벽 기자
▲ (사)함께만드는세상이 '지역-청년 상생을 위한 민관협력방안모색 심포지엄'을 23일 스페이스살림에서 개최했다. 
▲ (사)함께만드는세상이 '지역-청년 상생을 위한 민관협력방안모색 심포지엄'을 23일 스페이스살림에서 개최했다. 

(사)함께만드는세상이 '지역-청년 상생을 위한 민·관 협력방안 모색 심포지엄'을 23일 스페이스 살림(서울시 동작구 소재)에서 개최했다. 

(사)함께만드는세상은 2021년 8월부터 지역 청년활동가 지원사업 'Boost Your Local'을 운영해 왔으며, 6월 초 3기 모집을 앞두고 있다. 

▲ 김용덕 (사)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 이사장. 
▲ 김용덕 (사)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 이사장. 

김용덕 (사)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 이사장은 "지원사업을 시작할 때는 청년이 지역에서 비영리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등 우려와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 2021년 첫 공모를 시작해 현재 41개 단체를 선발 및 지원하며 그들의 활동을 지켜본 결과 기우였다고 생각한다. 청년의 성장과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우리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논의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라며 심포지엄의 취지를 밝히며 개회했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은 "심포지엄 통해 지역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마련하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길 기원한다"며 축사를 전했다. 

 

"지역 청년 활동가 지원사업과 청년 마을 사업에 민관협업 중장기적 지원 확대할 예정"

▲ 김형균 행정사무관이 국정과제 119번 지역사회의 자생적 창조역량 강화를 설명하고 있다. 
▲ 김형균 행정사무관이 국정과제 119번 지역사회의 자생적 창조역량 강화를 설명하고 있다. 

김형균 행정사무관(행정안전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 지역활성화정책과)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 심화로 청년인구 탈지방화와 지역소멸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난제를 풀기 위해 민관협력으로 지역 청년 활동가 지원사업을 2021년 8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1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추진한다"며 지역 청년활동가 지원사업의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김 행정사무관은 "지역사회의 자생적 창조역량 강화는 국정과제 119번에 해당한다. 이를 위한 행안부 운영 지원사업은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 ▲청년마을 ▲청년 공동체 활성화 사업 ▲지역 청년 활동가 지원사업 ▲청년 마을기업 등 크게 5가지로 나뉜다. 그중 지역 청년 활동가 지원사업에 민관 협업을 통한 중장기적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지역 청년을 통해 지역문제 해결 및 활력 제고를 기대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대변했다.

 

"청년은 지역 살리러 가는 것 아니다! 새로운 로컬 라이프 스타일 창조하러 가는 것"

▲ 황종규 동양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 황종규 동양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황종규 동양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한국사회대학은 새로운 혁신을 만드는 견인차 역할을 잃어버린 지 20년 이상 됐다"며 대학교육의 혁신성 부족을 지적했다. 황 교수는 "공간적 주변부인 지역문제와 인구적 주변부인 청년문제는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현상의 다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지역문제해결 위한 청년의 참여는 배제된 자들의 협동과 연대로 새로운 로컬의 건설로 이해할 수 있다"고 청년의 지역문제해결에 대한 의견을 요약했다.

이어 "정부 보조금은 자발적 방향 만들기에는 독약”이라며 “보조금은 배제된 청년 집단에게 사회가 제공해야 할 공공성의 요소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보조금의 역할과 인식에 대한 재정의(再定義) 필요성을 논했다. "청년이 지역을 살리러 가는 것이 아니라 로컬에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살도록 응원 및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에 일침을 놨다.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청년으로 송진호 천율 대표(경남 의령)와 김태욱 청년망고 협동조합 이사장(경기 양주)이 두 기업의 활동 사례를 공유했다.

 

"국악인으로서 100인 농악 프로젝트로 지역경제 살려보고 싶었어요!"

▲ 송진호 문화예술협동조합 천율 대표가 의령군을 떠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송진호 문화예술협동조합 천율 대표가 의령군을 떠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송 대표의 말에 따르면 경남 의령은 지방소멸지수 전국 상위 15다. 의령을 떠난 청년들에게 이유를 묻자 '문화·여가생활'의 이유가 제일 컸다. 의령에서 나고 자라면서 자연스레 국악을 배운 송 대표 많은 방문객이 드나드는 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생가에서 '풍수지리학적으로 부가 생기는 자리에서 국악공연을 열면 지역 홍보 및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해 '100인 농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행사 시 부스를 설치해 지역민이 제품을 홍보·판매하게끔 했다. 이후 의령군 위인 '홍의장군 곽재우 의병장(紅衣將軍 郭再祐 義兵將)'의 정신을 기리고 브랜드화하기 위해 '홍의별곡(紅衣別曲)’이라는 국악 기반 청년 공동체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 (왼쪽부터)송진호 천율 대표를 중심으로 이뤄진 '100인 농악프로젝트'와 국악기반 청년 공동체 '홍의별곡'. 
▲ (왼쪽부터)송진호 천율 대표를 중심으로 이뤄진 '100인 농악프로젝트'와 국악기반 청년 공동체 '홍의별곡'. 

 

청년 예술인, 접경지역 봉암마을에 가다. 망해도 Go! 하지만 안 망했다!

▲ 김태욱 청년망고 협동조합 이사장. ⓒ라이프인
▲ 김태욱 청년망고 협동조합 이사장. ⓒ라이프인

청년망고협동조합(이하 청년망고)은 과일 망고 관련 기업이 아니다. '망해도 고(Go)'라는 청년다운 패기를 지닌 이름이다. 김태욱 이사장은 "가난하고 배고픈 청년 예술인들이 도시에서는 높은 월세, 보증금 등으로 활동 공간 마련이 어렵다. 사용 가능한 유휴공간을 조사하다 봉암마을에 오게 됐다"고 청년망고가 봉암마을에 터를 잡은 배경을 설명했다. 

▲ (왼쪽부터)청년망고 협동조합이 운영한 봉암마을 배움터와 활성화된 봉암마을의 모습. 
▲ (왼쪽부터)청년망고 협동조합이 운영한 봉암마을 배움터와 활성화된 봉암마을의 모습. 

청년망고는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청소하고 곳곳에 벽화를 그렸다. 이후 ▲봉암마을 사랑방(팩스, 메일, 프린트, 공과금 납부 지원 등) ▲봉암마을 배움터(그림, 사진, 커피 등) ▲봉암마을 밤마실(이웃집에 건너가 음식과 이야기 나눔) ▲봉암마을 문화나눔축제 (전시, 공연, 마켓, 밤마실 개최 등) 등 주민과 다양한 문화 소통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발제 후엔 황석연 제주더큰내일센터장이 좌장을 맡아 발제자들과 더불어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류인선 임팩트스퀘어 로컬사업실장 ▲강기훈 청년희망팩토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세종) ▲이찬슬 뜨거운상징 대표(전남 신안)와 함께 토론을 진행했다. 

 

동물 애호가들, 전남 신안에 동물 숲 공원 조성해 새로운 로컬 라이프 창조   

▲ 이찬슬 뜨거운상징 대표. 
▲ 이찬슬 뜨거운상징 대표. 

이찬슬 대표는 "청년은 지역을 살리러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해 살기 위해 로컬로 간다는 황 교수의 발제에 동의한다"며 "동물 애호가들이 모여 전남 신안군 안좌도에 '주섬주섬마을(동물 숲 공원)'을 조성하니 많은 방문객이 몰려 관광지가 됐다"라며 라이프스타일을 살린 로컬 크리에이터의 사례를 공유했다.

송진호 대표는 "나는 오히려 로컬에 가서 라이프스타일을 찾은 경우다. 의령은 공업·산업에는 마땅치 않은 조건의 지역이라 대기업이 진입하지 않는다. 공간적인 여백의 미가 많아 휴식, 원고 작성, 예술 활동에 좋은 곳이라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원하는 분은 의령에 와보셨으면 좋겠다"며 지역을 홍보했다.

황 센터장은 "두 대표의 사업 활동지가 내가 담당했던 청년마을사업지역이다. 이 청년마을사업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가 숙제 같았다. 최성진 대표와 류인선 실장이 그 단서를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의견을 청했다. 

 

"또 다른 '말뫼의 기적'을 만들려면 혁신과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최성진 대표는 "스타트업 생태계 90%는 수도권에 쏠려있다. 10억 원 이상 본격 지원받은 기업 대부분이 서울에 있는데, 40%는 원래 지역에 있었으나 직원고용, 투자자 만남 등을 고려해 서울로 올라오더라"며 스타트업 생태계 수도권 쏠림 현상의 이유를 설명했다. 

최 대표는 '말뫼의 기적(쇠락해 가는 스웨덴 도시 말뫼가 친환경 도시 조성을 원하는 청년들의 스타트업 창업을 장려한 결과 인재와 기업이 몰려와 도시가 살아났으며, 2007년 유엔환경계획은 말뫼를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았다)'을 언급하며, "혁신에 성공한 도시는 사람, 자본, 기술, 시장, 커뮤니티 총 5가지 요소를 잘 갖췄다"고 도시재생비결을 말했다. 

그는 지역 청년활동가 지원사업의 성공을 바라면서 ▲사업성과를 인재와 커뮤니티를 남기기 위한 것으로 설정할 것 ▲로컬크리에이터와 스타트업이 지역문제해결을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 차례 시도할 수 있도록 활동 지역을 제한하지 말 것 ▲청년이 지역문제해결을 위해 정주 또는 생활 인구가 되고자 한다면 지역 출신 여부를 따지지 말고 유연하게 수용할 것 등을 강력하게 조언했다.

 

"도심 떠나온 청년에게 지역은 '좋은' 일자리 제공할 수 있어야 해요"

▲ 류인선 임팩트스퀘어 로컬사업실장. 
▲ 류인선 임팩트스퀘어 로컬사업실장. 

류인선 로컬사업실장은 "'지역과 청년 간 정말 상생, 윈윈(Win-Win)이 맞나? 청년이 지역문제를 해결할 때 청년은 지역에서 무엇을 얻고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한 뒤 "지역은 청년에게 무엇을 결과물로 줄 수 있는 지를 고심해 봐야 한다. '디센트 워크(Decent Work, 노동자가 건강하게 생활하고 만족할 수 있는 직업)'를 줄 수 있는 '좋은'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야 청년이 기꺼이 오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류 실장은 청년을 위한 조언으로 "대상에 따른 언어 사용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 말을 왜 안 들어주지?'라고 생각하기보다 지자체 등 관(官)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 투자 유치를 위한 비즈니스적인 언어를 배워야 한다"라며 "필요시 우리가 연결다리가 돼 줄 테니 문을 두드려라"라고 지지의 말도 덧붙였다. 

 

주민자치제도, 진짜 청년 의견 수렴하려면 회의시간부터 조정해야 할 것 

▲ 강기훈 청년희망팩토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강기훈 청년희망팩토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지역에서 주민 자치에 참여하고 있는 강기훈 청년희망팩토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주민자치회는 기본적으로 좋은 제도며, (세종시 기준)만 16세 이상부터 참여 가능하다. 그러나 그들(청소년 및 청년)이 실질적으로 참여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 주민자치회의 시간은 학업과 생업에 뛰어드는 세대가 일과를 뒤로하고 참여하기 어려운 시간대다. 게다가 참여해 의견을 내면 '젊은 친구가 좋은 의견 내네~'라는 등 듣고 마는 분위기다"라며 주민자치제도의 유명무실을 지적했다.  

이어 "이런 과도기에는 청년주민자치회가 광역 단위에서라도 생겨야 힘이 생길 것 같다. 의견을 내고 추진할 수 있는 권한 부여와 민관 협의 자리 마련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청년이 참여해 마을이 바뀌는 경험을 해야 지역에 남게 되고 진정한 새로운 로컬이 완성될 것"이라며 로컬을 위한 청년 권한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외에도, 좌장 황 센터장은 "현재 제주에는 우주산업, 모빌리티, 도시교통, 드론택시, 수소산업 등이 화두다. 서울, 판교 아닌 제주에서 이것들이 가능할까 생각되겠지만 청년들이 해보겠다고 하니 제주시가 7만 평의 산업 부지를 마련하고 이를 함께 조성할 청년들을 모으고 있다. 망해가는 지역에서 살길은 상상력을 가진 청년들을 데려와 새 판을 짜는 것"이라며 현 제주의 상황을 통해 선례를 공유했다. 

황종규 교수는 류인선 실장과 대조적으로 "정부나 지원기관이 청년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견해를 밝힌 뒤 "지역문제 해결하려면 대도시가 못 가진 '작은 공동체'의 생태적 힘을 활용해야 한다"며 로컬의 특성과 잠재력을 짚었다. 
"청년 여러분이 대나무 숲(대학생들이 익명으로 제보하는 SNS 페이지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 매체를 의미)을 활성화시키고 그곳에 정책 관계자를 초대해라. 정책 관계자는 로컬을 찾아온 청년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라. 지역 정책 개선에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청년과 정책 관계자에게 거침없이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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