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먹거리 생협과 통합을 선언한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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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먹거리 생협과 통합을 선언한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①
  • 2023.05.29 12:00
  • by 정원각 객원기자

2023년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1년을 맞는 해로 협동조합 법제화를 비롯하여 각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도화를 점검할 시점이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이 크게 축소되는 기조 속에 침체국면에 처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경남 창원시 내서푸른주민회 ▲충북 옥천고래실 등 사회적경제 분야 조직들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타 사회적경제기업이 참고할 수 있게 모범적인 현장 기업들을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가난한 사람도 아무런 부담 없이 병원 문턱을 넘을 수 있고 주치의가 생기는 병원 그런 의료기관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 조합원 이상훈 (20주년 책자에서) - 

"누구보다 최혁진 씨 부모님께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버지는 밝음신협 이사장, 원주한살림 이사장을 하면서 우리 의료협동조합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고요. 특히 어머니는 설립 초기 '이틀이 멀다' 하고 직원들 힘내고 비용도 아끼라고 전 직원들 밥을 지어 보내주셨어요. 임직원 회식은 늘 어머니가 운영하는 밥집에서 했는데요. 대개가 공짜였지요."
- 초대 이사장 김정하 -

"곽병은‧임동란 부부 의사 그리고 강창희, 김종희 등 의료진들이 적극적으로 방문 진료를 하는 등 일반 의료인들과 달리 헌신적으로 진료하는 것이 재기의 큰 힘이 되었습니다."
- 전 이사장 박준영 -

"조합에 운영자금이 없어서 집 담보 대출로 운영자금을 마련했던 박준영 전 이사장님과 그런 이사장님을 믿고 함께 해주신 임직원들이 있었기에 조합원들이 20년을 함께 할 수 있던 동력이라고 생각됩니다."
- 현 이사장 이광희 -

"초기에는 판화를 하시는 이철수, 정비파 화백의 도우심으로 그림 100여 점을 팔아서 의료 기기를 살 수 있었습니다. 초기 몇 년간 자본 마련을 위해 매년 기금모금 행사를 했는데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조합원들의 참여,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 전 전무이사 최혁진 - 

오늘날 21년이 된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모습을 드러내는 표현들이다. 결론은, 인구 35만이라는 중소도시 원주시에서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의료진, 임직원, 지역 명망가, 원주시민 모두가 협동한 결과라는 것이다.

2023년 3월 총회에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먹거리생협과 통합을 선언한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찾아서 전·현직 이사장, 전무이사 등과 대화를 하고 정리했다.
 

▲ 원주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발기인대회(2001. 12. 16).
▲ 원주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발기인대회(2001. 12. 16).

원주시민, 조합원, 명망가, 독지가 등의 참여와 응원을 받으며 출발한 원주의료생협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전신인 원주의료생협은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인 2002년 5월 협동조합 간의 협동이라는 기치 아래, 밝음신협, 원주한살림생협, 원주생협 등이 중심이 되고 많은 지역 주민이 참여하여 창립한 협동조합이다. 안성, 인천, 안산에 이어 네 번째이자 비수도권에서는 처음 설립한 의료생협이다. 창립 때에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근거하여 설립했지만 2011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2014년 7월에는 협동조합기본법에 근거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여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됐다. 
<참고로 의료 관련 협동조합은 일제 강점기인 1931년 평안북도 곽산군의 곽산소비조합이 곽산의원을 조합의 병원으로 한 것이 처음이다. 이후 1968년부터 1989년까지 약 22년 동안 부산에서 장기려 박사를 중심으로 의료사업을 했던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이 해방 이후 설립한 첫 의료협동조합이다. 여기서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근거한 의료생협과 협동조합기본법에 근거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이야기한다.>

2002년 창립 이후 2011년 초까지 원주의료생협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잘 헤쳐 나갔다. 그 어려움은 일반적인 의료협동조합이 겪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것과 의료인을 구하는 것이다. 우선 의료협동조합은 의료기관 운영을 위해서 필수적인 의료 장비와 시설을 갖추어야 하므로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일부 기기를 무상으로 받기도 했지만 시설과 장비를 위해 원주의료생협의 임직원들과 조합원들이 출자금 등으로 1억 원 이상의 자금을 모았다. 하지만 이 금액으로는 매우 부족해서 독지가, 명망가들의 도움이 있었는데, 큰 도움이 됐다. 현금 1천만 원을 기부한 독지가도 있었고 개량 한복 3천 벌을 조합에 기증한 독지가도 있어 조합은 그 한복을 팔아서 수천만 원을 현금화했다. 뿐만아니라 이철수 화백, 정비파 화백, 고 김지하 시인은 여러 차례에 걸쳐 백여 점의 그림 등으로 도움을 주셨고 그 판매수익을 의료 장비 구입에 사용하기도 했다. 

진료만 아니라 돌봄, 복지 등이 함께 커뮤니티 전체 자원의 협동을 이루는 것을 꿈으로 

이런 하드웨어적인 준비 외에 의료생협의 방향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했다. 의료협동조합은 진료, 치료만 아니라 의료와 복지, 돌봄 등이 통합서비스로 가야하고 의료는 사회적협동조합이어야 한다는 방향 등에 대한 논의다. 건강은 개인에 대한 의료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의 협동을 통한 사회 전체의 변화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생각이었다. 그래서 의료협동조합을 잘 성장시켜 아동센터, 위스타트센터,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주거복지센터 등을 만드는 것을 논의했다. 그리고 이 논의들은 2006년 '밝음지역아동센터', 2008년 '위스타트 강원도 마을', 2009년 '주거복지센터' 등으로 이어졌다. 이런 방향을 위해서는 장애인 차별 투쟁도 적극 함께하고 장애인 주치의 사업, 고령자 의료복지 통합 돌봄, 방문 진료 등을 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에 대한 관심이 없으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같은 곳을 설득하여 시범사업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과를 통해 전국 확대를 시도하는 것을 꿈꿨고 끝내 이루어 냈다.
 

▲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20주년 "마중"에서.
▲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20주년 "마중"에서.

한편 의료인을 구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양의사, 한의사 모두 구하기 어려웠는데 특히 양의사 중에 의료협동조합 운동을 이해하고 원주의료생협에 오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진보적인 운동을 한 의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수소문하던 중에 연세대 의과대학 출신들이 모여 의료생협을 공부하는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가 간곡히 부탁하여 겨우 모신 사람이 한원상 원장(양방 초기 원장)이었다. 더구나 한원상 원장과 같이 공부하던 모임에서 1천만 원이라는 큰돈을 기부했다. 위 독지가가 기부했다는 기부금이 바로 이 돈이다. 이렇게 모셨더니 원주의료생협의 어려움을 알고 당시 의사들이 받는 연봉의 1/3 수준으로 받는 것을 자처하는 등 헌신적으로 진료를 했다. 초대 한의사였던 공인표 씨는 아주 잘되는 명망 있는 한의원 운영을 접고, 의료생협의 초기 한방 의료를 맡아 큰 기여를 해주었다. 이런 의료진들의 헌신성을 바탕으로 '우리동네의원'이라는 제2진료소도 운영하는 등 활발한 사업을 전개했다. 

이렇게 초기 10년은 어려운 가운데 조합원, 의료진, 실무진 등이 하나가 되어 난관을 극복해 가면서 정부와 협력사업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2004년 노동부의 사업에 참여한 것이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이 2007년 1월 제정되었는데 그 이전에 노인장기요양체계와 비슷한 사업을 한 것이다. 사업 내용은 어르신들에게 의료, 방문간호, 방문요양, 방문목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방문요양사업 길동무'라는 사업이다. 2004년 노동부가 사회적 일자리 사업으로 진행한 농촌재가케어복지사업의 일환이었는데, 원주의료생협과 성공회 원주나눔의집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원주에서는 처음으로 시작했다. 이후 이 사업은 한국의료생협연대(현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와 광역형 일자리 사업으로 발전하여 원주, 안성, 인천, 안산, 대전 등 전국 8개 지역의 의료생협이 참여하는 모델이 됐다. 원주의료생협은 이런 사업들을 경험으로 2007년 강원도 내에서는 사회적기업 1호로 인증을 받게 된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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