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참사는 자연적인 현상 아닌 인위적인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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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참사는 자연적인 현상 아닌 인위적인 재앙"
「생명안전기본법」제정 위해 '생명안전기본법제정을위한시민동행(생명안전 동행) 31일 정식 출범
사회적 참사 관련 진상 조사, 원인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국민의 기본 안전권 보장 요구
  • 2023.06.01 08:30
  • by 이새벽 기자
▲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동행'이 출범하면서 31일 한국기독교회관 2층에서 발족식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라이프인
▲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동행'이 출범하면서 31일 한국기독교회관 2층에서 발족식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라이프인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동행'이 출범하면서 31일 서울 종로에 있는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발족식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동행(약칭 생명안전 동행)'은 단체명 그대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해 결성한 단체다. 4·16 세월호 참사, 경동건설 산재, 대구지하철 참사,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등 여러 재난 및 참사와 관련한 재난·산재 피해자 주체 안전운동단체와 종교·노동·시민사회 단체가 연합했다.   
 
행사 사회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실종자 가족인 허경주 씨와 경동건설 산재 유가족인 정석채 씨가 맡았다. 

▲ 김훈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 ⓒ라이프인
▲ 김훈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 ⓒ라이프인

김훈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는 이태원 참사 때 박희영 前용산구청장의 발언 '핼러윈 데이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어떤 하나의 현상이다'를 인용하면서 "그 말을 통해 정부의 기본인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인파가 저절로 모여 벌어진 사태에 대해 정부의 원천적인 책임이 없다는 뜻이다. 이태원 참사 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 등 여러 수많은 산업현장에서의 재난과 참사에 대해서도 정부는 적극 개입하지 않고 현장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줬다. 이로 인해 일부사람들 또한 재난을 하나의 현상으로 인식하게 됐다"라며 재난과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회피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이어 "재난과 참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며, 산업의 구조, 고용 불안정, 안전에 대한 정책 부재가 빚어낸 인위적인 재앙이다. 오늘 우리는 「생명안전기본법」의 입법을 촉구하는 운동을 시작한다. 이는 국민의 권리로서 생명안전에 대한 정부의 책무를 규정하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입법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생명안전 동행에서 ▲재난피해가족 대표로 최순화 씨(4·16세월호가족협의회, 창현이 엄마) ▲산재피해가족 대표로 김미숙 씨((사)김용균재단 대표, 김용균 노동자 엄마) ▲어린이 대표로 김해찬 군, 조승희 양(광명YMCA볍씨학교) ▲장애인 대표로 김수정 씨(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 ▲시민 대표로 남미옥 씨(구로 노란리본공방 활동가) ▲자캐오 신부(성공회 신부, 용산나눔의집)가 정부, 국회, 언론, 시민에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 동참을 호소했다.

▲ (상단 왼쪽부터 하단 오른쪽 순으로) 최순화 씨, 김미숙 씨, 김해찬 군과 조승희 양, 김수정 씨, 남미옥 씨, 자캐오 신부. ⓒ라이프인
▲ (상단 왼쪽부터 하단 오른쪽 순으로) 최순화 씨, 김미숙 씨, 김해찬 군과 조승희 양, 김수정 씨, 남미옥 씨, 자캐오 신부. ⓒ라이프인

현 한국사회, 생명에 차별이 존재한다 
최순화 씨는 "수학여행 중이던 250명 고등학생들을 사라지게 한 피리 부는 사나이는 누구냐"며 입을 열었다. "모든 인간의 생명은 동등하게 소중하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사라진 사람들은 우리들 대신(代身)이다. 사회전체가 짊어져야 할 위험을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대신 지고 있다. 생명에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말하고, "참사의 피해자로 살아가기를 체험해 보라"며 유가족의 심정을 토로했다. 

참사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비정상사회
김미숙 씨는 "참사 피해자는 누군가의 금지옥엽(金枝玉葉)인 자식이며, 지위를 막론하고 죽어도 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피해자 부모로서 발언했다. "우리 사회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면서도 수많은 참사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부차원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기구 하나 마련하지 않았다. 참사 때마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등 모두 탁상공론만 하는 등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비정상사회"라며 "생명 안전과 인권과 정의가 보장되어야만 민주사회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는 방법은 사전 예측과 대처 
김해찬 군은 4·19세월호 참사 때의 선장, 청와대, 해경 등 책임 주체의 역할 미흡을 지적하고, 10·29 이태원 참사와 카타르 월드컵 거리 응원 사례를 비교하면서 "사람이 몰리는 상황을 예측해 경찰 인력을 미리 배치하면 안전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생명안전기본)법을 만드는 동시에 인파가 몰릴 경우에 대비한 매뉴얼을 만들어 경찰, 구급대, 지자체에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승희 양은 음주운전 스쿨존 사망자 배승아 양을 언급하면서 "음주운전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말과 함께 "「생명안전기본법」이 생긴다면 사람들은 안전과 위험을 더 인식하고, 사고의 책임자와 진실을 밝히는 공정한 조사도 이뤄질 것"이라며 법 제정을 지지했다. 

발달장애인 가족의 삶, 일상이 재난
김수정 씨는 29세 발달장애인의 엄마로서 고충을 말하며 발달장애인 지원책 마련을 요구했다. "정부는 발달장애인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어 장애인의 가족은 돌봄과 부양의 부담을 오롯이 떠안고 있다. 어려움을 감당하지 못한 장애인의 부모나 형제가 장애인을 학대 또는 살해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발달장애인 가족끼리 '일상이 재난'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우리나라는 UNCRPD(유엔 장애인 권리 협약)에 가입했으나 발달장애인 복지 현실은 수준 이하다.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지원한다면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으로 발전하면서 놓친 것은 생명의 존엄성 
노란리본을 만드는 남미옥 씨는 아버지가 6·25참전용사였던 택시기사와의 대화를 공유했다. "택시기사는 4·19 세월호 참사 관련 사회 상황을 두고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희생한 것도 아니고, 놀러가려다 일어난 일에 왜 이렇게 시끄럽냐'는 논조로 이야기 했다. 약자가 약자끼리 서로 마음 아프게 하는 이 상황은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선진국으로 발전하면서 놓친 것은 생명에 관한 이야기다. 입법에 관련해 언론인과 정치인이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빨리빨리 잊고 넘어가라'는 한국사회 고질(痼疾)적 반응 
자캐오 신부는 "제가 이 자리에서 간곡하고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단 한 가지, 정치권과 언론이 피해자들의 멈춘 시간과 굳어진 마음을 위로하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하루 속히 앞당겨 달라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10·29 참사에 대해 "빨리빨리 잊고 넘어가라는 한국사회의 고질적 반응 적지 않았다. 치유와 회복에 집중해도 모자란 피해자와 유족들이 진실 규명과 재발방지, 사회적 치유를 위해 스스로 앞장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현행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수습 차원에 국한돼 있어

▲ 김혜진 생명안전 동행 정책위원. ⓒ라이프인
▲ 김혜진 생명안전 동행 정책위원. ⓒ라이프인

김혜진 생명안전 동행 정책위원은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취지와 주요내용을 간략히 밝혔다. "국내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라는 법이 있으나, 이는 정부가 어떻게 체계를 만들어서 수습할 것이냐에 국한돼 있다. 사회 내 안전사고 위험이 지속적으로 격화(激化)되고 있는데, 대응의 원칙과 기본 방향에 대해 정리된 내용이 없다. 그래서 「생명안전기본법」이라는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법 제정 취지를 밝혔다. 

"세월호 참사 이후 피해자, 법률가, 활동가들이 모여 7년 간 법 제정을 논의했다. 2020년 11월 12일에 처음 발의했으나 행안위에서 논의하지 못한 채 계류돼있는 상황이다. 법안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빠르게 통과될 수 있도록 대응기구(생명안전 동행)를 구성한 것"이라며 생명안전 동행의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권으로서의 안전권이다. 국민 모두에게 안전할 권리가 있으며, 정부와 기업에게 그 책임이 있음을 명시한다.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구조적 원인 규명,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골자(骨子)로 한다.

"생명안전 동행은 시민과 함께 대중의 행동을 만들어 나갈 것이며, 법은 국회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토론회 개최 등 여러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활동계획을 전했다.  

이하 생명안전 동행의 생명안전 권리 선언문 발표와 퍼포먼스 사진 및 영상.

▲ (왼쪽부터) 생명안전 권리 선언문 발표, 퍼포먼스. ⓒ라이프인
▲ (왼쪽부터) 생명안전 권리 선언문 발표, 퍼포먼스. ⓒ라이프인
▲ 라이프인이 행사장에서 작성한 메시지. ⓒ라이프인
▲ 라이프인이 행사장에서 작성한 메시지.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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