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 만난 시민들의 상상력과 실험, 지역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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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서 만난 시민들의 상상력과 실험, 지역을 바꾸다
7월 11~12일 커먼즈필드 춘천에서 '실험도시 춘천 선포식 및 2022년도 주민참여 지역문제해결 지원사업 성과공유회' 개최
성과공유회 통해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가는 6팀 사례 소개
후평동뒤뜰 "원룸 주차 공간 활용한 공유주차장 운영, '소통' 통해 나온 결과"
새로새김 "영화계가 인간성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한 연구"
  • 2023.07.14 12:16
  • by 노윤정 기자
▲ 12일 커먼즈필드 춘천에서 열린 '2022년도 주민참여 지역문제해결 지원사업 성과공유회'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라이프인
▲ 12일 커먼즈필드 춘천에서 열린 '2022년도 주민참여 지역문제해결 지원사업 성과공유회'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라이프인

왜 도시에 '실험'이 필요할까.

현대 도시는 다양한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주택, 교통, 환경, 빈곤, 다양성과 포용력의 부족,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 격차 등 현대 도시에서 일반적으로 양산되는 문제들의 면면은 이토록 다양하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지역 내 문제들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지역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여러 가지 시도들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춘천사회혁신센터(이하 센터)는 2018년 설립 당시부터 주민들과 함께 지역이 당면한 과제들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고안하며 여러 가지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여러 주체들이 모여 관계를 형성하고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지난해의 경우 주민참여 지역문제해결 지원사업을 통해 강원소셜리빙랩(3개팀),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5개팀), 소소한 동네연구(14개팀) 등의 세부 사업을 운영했다. 이를 기반으로 센터는 춘천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해결책을 만드는 '실험도시 춘천'을 제안하고, 11~12일 양일간 강원도 춘천시 커먼즈필드 춘천에서 '실험도시 춘천 선포식 및 2022년도 주민참여 지역문제해결 지원사업 성과공유회'를 열었다.
 

▲ (왼쪽부터) 안효란 후평1동 동장, 서윤희 후평1동 20통 통장, 김지영 후평동뒤뜰 팀 대표. ⓒ라이프인
▲ (왼쪽부터) 안효란 후평1동 동장, 서윤희 후평1동 20통 통장, 김지영 후평동뒤뜰 팀 대표. ⓒ라이프인

첫째 날 실험도시 춘천 선포식과 특별 포럼이 진행된 데 이어, 둘째 날에는 실험도시 춘천 성과공유회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강원소셜리빙랩 사업에 참여한 ▲후평동뒤뜰 ▲스토리가,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에 참여한 ▲온맘펀 ▲나풀나풀 ▲새로새김 ▲러스틱실레 총 6팀이 참여했으며, 커먼즈필드 내 카페웰컴 메인 무대에서 후평동뒤뜰 팀과 새로새김 팀의 발표가 진행됐다.

후평동뒤뜰 팀은 유휴 시간에 원룸의 주차장을 활용하여 후평1동 20통 상가 골목 일대에서 공유주차장을 운영했다.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협업 활동을 추진하던 중 골목 내 주차 문제가 주민들과 상인들의 공통 문제로 지목됐고, 이를 계기로 '후평1동 마을 공유주차장'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주차 문제는 인구가 밀집하거나 공간이 협소한 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주차 문제를 공론화하자마자 주민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됐고 상인, 행정, 주민 세 주체가 하나가 되어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빠르게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김지영 후평동뒤뜰 팀 대표(살루떼 베이커리 대표)는 "모두가 겪고 있지만 말하지 않았던 문제를 공론장에 올리면서 서로 이해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차 문제의 핵심은 차를 댈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에 후평동뒤뜰 팀은 주차 공간 확보에 방점을 두었고 ▲주차면 조사 및 확정, 의견 수렴 등을 진행하는 '환경조성' 단계 ▲시범 운영 및 모니터링을 시행하는 '운영' 단계 ▲'운영 분석 및 정책 제안' 단계 등 총 3단계에 걸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 초기 후평동뒤뜰 팀은 원룸 주차장, 주택 내 주차장, 상가 앞 주차장 등 12개 주차면을 확보하여 이용 인구가 많지 않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공유주차장을 운영했으며, 이후 주말까지 이용 요일을 확대했다. 이렇게 프로젝트를 시행한 결과, ▲이용 차량 730대(일 평균 9대) ▲평일 이용률 73%, 주말 이용률 27% ▲평균 이용 시간 2시간 등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평균 이용 시간이 2시간이라는 것은 정말 필요할 때 잠깐 주차하는 분들이 많다는 뜻이다. '내 자리에 왜 차를 대느냐'는 문제로 주민 간 다툼이 일어날 소지가 줄어든 것"이라고 부연했으며,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에도 원룸 소유주들이 주차면을 계속 제공하기로 하여 9개면(面)이 여전히 공유주차장으로 유지되고 있다.

또한 김 대표는 "현재 시에 공용주차장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해 둔 상태다. 정책 제안까지 나아간 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평동뒤뜰 팀은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으로 '소통'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전까지는 주차 문제로 주민들끼리 서로 신고하는 일이 빈번했다. 그런데 문제를 공론화하고 서로 만나서 터놓고 이야기하다 보니까 모두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원룸 사장님들도 흔쾌히 주차 공간을 내주었다"고 말했다.

서윤희 후평1동 20통장 역시 "원룸 사장님들이 협조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무엇보다 대화가 중요하다. 소통으로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 새로새김 팀의 유민아 감독(우)과 김준기 프로듀서. ⓒ라이프인
▲ 새로새김 팀의 유민아 감독(우)과 김준기 프로듀서. ⓒ라이프인

다음으로 강릉 및 강원도 지역에서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새로새김 팀의 발표가 이어졌다. 새로새김 팀은 사업 기간 동안 지역 영화계에서 성차별을 해소할 방법을 고민하고 페미니즘 가이드라인 캠페인을 진행했다. 영화 제작을 업으로 삼고 있는 유민아 감독과 김준기 프로듀서(세손가락 협동조합 이사장)가 연구원이 되어 '강릉 영화인들과 페미니즘 문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주제의 연구 보고서를 발행했고, 해당 보고서를 바탕으로 단편 영화 '붐붐붐'을 제작했다.

강릉에서 자란 유 감독과 김 프로듀서는 청소년 시기부터 영화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해 왔다. 두 사람은 성인이 된 후 당연한 수순처럼 서울로 향한 일, 서울 영화 제작 현장에서 느낀 노동 및 성차별 문제, 다시 강릉으로 돌아와 지역의 영화 현장을 보면서 느낀 점 등을 이야기했다. 유 감독은 강릉 영화 산업이 빠르게 성장했다는 말을 전하며 "영화인들이 영화를 하면서 지역에서 먹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라고 말한 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다"며 불균형과 차별의 문제를 꼬집었다.

유 감독과 김 프로듀서는 강릉 영화계가 더 나은 관계망과 문화 다양성을 가질 수 있도록 '페미니즘 영화 문화'를 고민했다. 두 사람은 '페미니즘 문화'를 '가족 관계, 항렬, 출신 학교, 대학 진학 및 졸업 여부, 군대, 성별, 나이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함'이라고 정의한 뒤, 페미니즘 영화 문화는 '제작 과정과 영화의 내용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쳐 고정된 성역할을 탈피하고, 페미니즘을 자유롭게 담아낼 수 있는 분위기 전반'이라고 말했다.

유 감독과 김 프로듀서는 이와 같은 주제로 강릉 지역에서 영화 제작을 한 경험이 있거나 페미니즘 문화에 대한 인지가 있는 영화인 8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고, 해당 인터뷰를 통해 ▲지역주의 ▲조직 문화 ▲위계 ▲성폭력 등의 키워드를 도출했다. 그리고 해당 키워드를 바탕으로 △지역주의: 개인의 배경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출신 지역에 따른 차별 금지 등 △조직 문화: 성 고정관념이 담긴 말 지양, 공동체 내부에 필요한 노동과 돌봄은 민주적 소통을 통해 분담, 개인과 조직의 욕구가 배치될 시 충분한 소통을 통한 해소 지향 등 △위계: 불균형이 일어날 수 있는 범주를 정하고 서로의 삶의 방식을 존중, 문제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고압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방지 등 △성폭력: 문제 발생 시 적극 대응, 2차 가해 예방 등의 내용을 담은 항목이 가이드라인에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프로듀서는 해당 보고서에 대해 "누군가에게는 필요 없고, 귀찮고, 후순위로 밀리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매일 일상에서 겪는 불편에 관한 일이고 더 나아가 생존과도 연결된 문제다"며 "우리가 정리함으로써 강릉 영화계에 있는 이런 문제들을 처음 알게 됐다는 분들도 있고, 지지하는 말들도 들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성과공유회 참석자들이 영화 '붐붐붐'을 관람하고 있다. ⓒ라이프인
▲ 성과공유회 참석자들이 영화 '붐붐붐'을 관람하고 있다. ⓒ라이프인

심층 인터뷰 내용을 반영하여 제작한 영화 '붐붐붐'은 외모만으로는 성별과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이유민'이 영화 연출부 막내로 면접을 보러 오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중심으로, 영화계에서 숱하게 마주하는 고정관념과 차별, 위계의 문제를 그렸다.

영화 상영 뒤 유 감독은 "우리를 돌보고, 우리를 위하고, 영화계가 인간성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진행한 연구"라고 말하며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강릉 영화계가 어떻게 다양성을 포용해 나갈지 고민한다면 강릉은 영화를 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두 사람은 보고서를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사람들 중 '자신의 불편함이 페미니즘과 연관되어 있음을 인지하지 못할 뿐'인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페미니즘 문화가 영화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다른 영역들과의 연대를 통해 확산된 논의를 이어 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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