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배당 없는 주식회사 '즐거운밥상'의 꿈은 "건강한 식사를 나누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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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배당 없는 주식회사 '즐거운밥상'의 꿈은 "건강한 식사를 나누는 사회"
  • 2023.08.31 15:33
  • by 정원각 객원기자

2023년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1년을 맞는 해로 협동조합 법제화를 비롯하여 각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도화를 점검할 시점이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이 크게 축소되는 기조 속에 침체국면에 처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경남 창원시 내서푸른주민회 ▲충북 옥천고래실 등 사회적경제 분야 조직들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타 사회적경제기업이 참고할 수 있게 모범적인 현장 기업들을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주식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배당받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배당의 가능성을 담보로 주식의 액면가나 실제 가치를 훨씬 넘는 가격으로 증권회사에서 거래한다. CEO라는 사람들은 주주들에게 높은 배당을 하거나 주식이 비싼 값에 거래되도록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정당한 몫을 줄이고 쥐어짠다. 심지어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거나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기업을 넘어 사회의 양극화, 빈곤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 사회적기업 ㈜즐거운밥상.
▲ 사회적기업 ㈜즐거운밥상.

CEO는 배당과 주식 가치를 높여야 유능함을 인정받아 연봉이 올라가고 스톡옵션을 두둑하게 챙길 수 있으며, 연봉이 더 많은 자리로 스카우트된다. 현대사회에서 주주들이 회사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회사가 망하거나 곪거나 관심 없다. 대부분의 주주는 회사가 내일 당장 망하더라도 배당과 주식 거래 차익에만 관심이 있다. 그래서 나타난 현상이 투기자본의 공격이고 1년 전 총회 때 엄청난 배당을 한 회사가 다음 해에 망했다는 것이다. 회사를 지키려는 사람들은 주식을 사는 세력의 정체와 의도를 파악하는데 엄청난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협동조합도 사회적협동조합이 아닌 일반 협동조합은 배당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출자금의 1/10로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수익이 나면 최우선적으로 수익의 30% 이상을 법정적립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법정적립금은 총 출자금의 세 배가 될 때까지 법적 의무 사항이다. 그러므로 단기간 동안 배당은 거의 불가능하고 해도 금리로 따지면 연 10%의 이자를 받는 수준이다. 그러므로 협동조합에 배당을 바라보고 출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한편 이것이 협동조합이 기업으로써 자본을 조달하기 힘든 걸림돌이기도 하다.

주식회사지만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기업

사회적기업 '즐거운밥상'은 주식회사인데 주주들에게 배당을 전혀 하지 않는 회사다. 대지 400평, 건평 128평의 15억 원의 부동산이 있는 회사로서 2022년 매출이 30억 원이고 영업이익도 발생한다. 그런데 배당을 하지 않는다. 주식 중에 50%는 박찬무 대표가 소유하고 있고 37.5%는 천안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소유하고 있으며, 12.5%는 퇴직한 직원이 가지고 있다. 주식은 의사결정을 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배당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협동조합 중에서도 사회적협동조합과 비슷한 방식이다. 
 

▲ 부실한 도시락 (2005.1.12 한겨레신문)
▲ 부실한 도시락 (2005.1.12 한겨레신문)

㈜즐거운밥상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 대표는 1999년, 천안자활후견기관(현천안지역자활센터)에서 실무를 시작하여 2005년 급식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일부 지자체가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급식으로 제공한 도시락에 건빵, 단무지, 요구르트 정도만 들어있는 부실한 식사를 제공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을 때였다. 그러한 도시락이 천안지역자활센터 참여자들의 자녀들에게도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화도 나고 슬펐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사를 제공하자’는 것이 계기가 되었다. 

내 아이들이 부실한 급식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시작했다. 

2005년 사업체를 등록하고 '즐거운밥상'이라는 상호로 도시락 사업을 시작했다. 2007년에는 자활공동체로 업그레이드하고 2010년에는 주식회사로 법인을 등기했다. 2005년 당시 부실한 도시락을 제공하게 된 것은 각 지자체가 갓 시작하다 보니 도시락 제조, 배송 등을 담당할 주체가 미쳐 준비되지 않은 문제가 가장 컸다는 판단이었다. 식품을 다루는데 무허가 업체들이 참여하여 사업을 시행했던 것이다. 그리고 규모는 너무 영세했다. 즐거운밥상은 이런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갔다. 

주 사업 지역인 천안시의 발주를 받아서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학기 중에는 토, 일 점심 도시락 그리고 방학 때에는 주중 점심 도시락을 제공하는 일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일이 이제 19년째다. 2023년에는 천안시 결식 우려 아동 약 1천 명에게 도시락을 가정으로 배달하고 있다. 그리고 사업 대상도 아이들만 아니라 통합돌봄서비스를 신청한 재가 노인 중에 도시락 배달을 요청한 노인들에게도 하고 있다. 또한 2016년부터는 예비군 훈련장에 도시락을 공급하고 있으며 밑반찬, 출장뷔페 등도 함께 하고 있다.
 

▲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결식 우려 아동 도시락(8천 원), 예비군훈련장 도시락(8천 원), 일반도시락(5종류), 행복두끼(10,800원)
▲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결식 우려 아동 도시락(8천 원), 예비군훈련장 도시락(8천 원), 일반도시락(5종류), 행복두끼(10,800원)

천안시는 도시락을 공급하는데 충남 대부분의 지차체들은 바우처를 준다. 바우처는 제공받는 사람들이 식당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다. 예를 들어 도시가 아닌 농촌지역에는 바우처를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 드물어 시내로 가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는 건강보다는 자극적인 입맛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편의점 도시락은 재료 신선도 등에 있어서 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바우처보다는 도시락을 제공하는 것이 낫다. 더구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은 지역순환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비자 가격의 50% 이상을 재료비로 사용하고 재료 중의 60% 이상을 국내산으로

또 시중의 식당이나 편의점의 도시락은 소비자 가격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35% 수준인데 즐거운밥상은 평균 55% 정도다. 그리고 식재료 가운데 80% 이상을 국내산 농수축산물로 사용한다. 도시락을 먹는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해 이윤이 적게 남아도 훨씬 질 좋은 재료를 쓴다는 것이다. 또한 도시락 제조 현장은 HACCP을 받아서 안전한 위생 관리를 하고 있다. 천안시나 공공 기관, 협력기관들의 담당자들은 즐거운밥상이 오랜 기간 동안 이렇게 운영해 온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신뢰하고 있다.
 

▲ ㈜즐거운밥상 HACCP 시설(공장 내부).
▲ ㈜즐거운밥상 HACCP 시설(공장 내부).

19년째 사업을 하면서 어려움도 있었다. 일부 시의원들이 천안시로부터 특혜를 받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래서 2012년부터는 입찰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또 이런 어려움도 겪었다. 천안시청 민원게시판에 시 외곽에 사는 고등학생이 인터넷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직원들은 눈 오는 추운 겨울 그 학생을 위해 도시락을 배달하다가 배송차가 미끄러져 구난차를 이용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 쓰레기 도시락이라고 글을 올린 것이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이나 시청에서는 도시락 내용을 보고 학생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배달한 직원은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인터넷 댓글에서는 오히려 학생을 나무라는 내용이 너무 많아 학생도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직원들이 최대한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즐거운밥상

즐거운밥상은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기업인데 직원이 18명이고 아르바이트 2명 그리고 배달 차량 지입 직원 12명 등 32명이다. 직원 구성은 고령자 4명, 수급자 3명, 한부모 1명 등으로 취약계층 고용비율이 41%이며, 6년 이상 장기근속자도 6명이나 된다. 직원들이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종업계보다 급여를 더 주고 있으며 휴가 등의 복지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업무 차량으로 출퇴근을 허용하면서 한 달에 주유비를 6만 원 지급한다. 그래도 이직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회사를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일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최대 3번을 나갔다가 들어온 사례가 있다. 반면 자발적 퇴사에 대해서는 한 번도 실업급여를 추천한 적이 없다. 

도시락 외에 밀키트 그리고 케이터링 등 다각화

도시락을 이용하는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도시락을 먹는 아이들과 학부모, 조부모 등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런데 '현재의 도시락이 좋다'가 25%, '밑반찬을 중심으로 받고 싶다' 25%, '밀키트로 받고 싶다' 25%, '편의점을 이용하고 싶다' 25%로 응답했다. 이런 내용을 반영하여 도시락 외에 밀키트를 위한 레시피 11종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점차 뷔페와 케이터링도 강화하고 있다. SK가 주도하는 행복도시락사회적협동조합에도 적극 참여하여 차상위 계층을 돕고 있으며 관변단체와도 협력하고 있다.
 

▲ 밀키트 (11종류) / 출장뷔페(1,000인분)
▲ 밀키트 (11종류) / 출장뷔페(1,000인분)

새로운 사회적경제 기업, 조직의 육성과 기존의 기업들과 협업을 위해 자활기업, 사회적기업 그리고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잦은 소통을 하고 있다. 또한 즐거운밥상에서 은퇴한 시니어 노동자들과 함께 반찬을 만드는 협동조합을 별도로 설립하기 위해서 인적, 물적 마중물 역할을 기획하고 있다. 이후에도 수익이 난 것에 대해 배당하지 않고 지역사회 기부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이다. 

'처음처럼'을 잊지 않는 사회적기업 ㈜즐거운밥상

이제는 10년 후를 내다보는 경영을 해야 할 시기다. 그리고 그 10년 후에 발을 맞춰 다음 경영인을 키우고자 한다. 그 경영인에게 현재 박 대표가 가지고 있는 주식의 지분을 모두 양도할 계획이다. 그럴 때, 지금과 같이 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않고 사회에 기부하거나 다른 사회적경제 기업을 키우는 전통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제도화하고자 한다. 약 20년 전에 자활사업에서 시작한 사회적기업 ㈜즐거운밥상이 앞으로도 취약계층 일자리, 사회적 약자에게 식사 공급 그리고 지역 순환 경제라는 세 가지 미션을 계속 유지하며 성장하길 기대한다. 또한 정부의 사회적경제 기업 정책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 사명을 위해 걷고 있는 박찬무 대표와 동료들이 어수선한 현시점에 모범적인 사례로 회자되길 기원한다.
 

▲ (왼쪽부터) 중소기업진흥원과 취약계층 아이들 도시락 제공 / 시민사회단체 풀뿌리사람들과 협업.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과일 제공 / 당진지역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밑반찬 제공
▲ (왼쪽부터) 중소기업진흥원과 취약계층 아이들 도시락 제공 / 시민사회단체 풀뿌리사람들과 협업.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과일 제공 / 당진지역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밑반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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