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광주 동구의 새로운 구원투수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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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광주 동구의 새로운 구원투수 되다
  • 2023.11.24 11:20
  • by 김대호 (재)피스윈즈코리아 미래변화연구소장

올해 1월 1일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인구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을 돕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침체되어 가는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최종적으로 생활 인구를 증가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통해 건강하고 튼튼한 재정이 구축된다면 지역의 재정자립도가 높아질 것이다. 기부라는 특성을 활용해 지역의 숙원 사업도 시행할 수 있다. 특히 재정 문제로 인해 운영이 어려운 다양한 복지 사업에도 고향사랑기부제(이하 고향세)가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 동류그룹을 설득하는 지정기부

▲ 일본 히로시마현의 진세키고원초에서 진행된 유기견 보호 프로젝트 '피스완코' 모금 페이지 갈무리.
▲ 일본 히로시마현의 진세키고원초에서 진행된 유기견 보호 프로젝트 '피스완코' 모금 페이지 갈무리.

고향세 모금을 폭발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부 활용처를 지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부자들이 지향하는 가치와 삶의 방향은 다양하다. 환경, 복지, 동물, 아동 등 우리 사회의 문제도 여러 가지이고, 기부자들의 관심사도 다르다. 관심 분야와 관심사가 아닌 분야에 기부를 할 때 느끼는 효능감에는 차이가 있다.

그러니 기부자들에게 소위 '깜깜이 기부'(기부금 용처를 알 수 없는 모금)는 통하지 않는다. 단순히 우리 지역을 도와 달라는 메시지가 출향인들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으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효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세계적인 마케팅 그루인 세스 고딘은 이제 '최소유효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대 사회 소비자들은 다양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로 세분화된다. 세스고딘은 이들을 '동류그룹'이라고 지칭한다. 특정한 가치에 따라 연대하고 협력하는 팬덤 그룹을 뜻하는 것이다.

일례로, 온라인 해시태그 캠페인을 주목해 보자. '고양이'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고양이를 키우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콘텐츠가 나온다. 온라인 소비자들은 그것에 공감하고 협력하며 친구 맺기를 하고 교류한다. 이들이 바로 반려묘 동류그룹인 것이다. 만약 특정 지역에서 고양이와 관련한 기부 캠페인을 한다면 반려묘 동류그룹의 반응은 어떨까? 일반적인 기부 방식과 비교하여 폭발적인 효과를 거둘 것이다. 실제로 일본 히로시마현의 진세키고원초는 피스윈즈재팬과 함께 진행한 유기견 보호 활동으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피스완코라는 이름의 지정기부는 2015년도에만 32억 원의 고향세를 모금했다. 이후에도 매년 평균 50억 원 정도의 고향세를 모금하고 있다. 물론 모금 참여자 중에는 진세키고원초 출향인도 있다. 그러나 유기견 보호 활동에 공감하는 일반 시민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 중요하다.

■ 국내 최초 지정기부, 광주 동구의 도전 

▲ 광주광역시 동구의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 모금 화면 갈무리.
▲ 광주광역시 동구의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 모금 화면 갈무리.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많은 지자체가 고향세 모금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정기부를 진행하고 있는 지역은 많지 않다. 유일한 곳이 바로 광주광역시 동구다. 광주 동구는 두 개의 지정기부 프로젝트를 열고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첫 번째는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이다. 광주 극장은 일제강점기였던 1935년 개관했다. 설립자는 조선인 최선진.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일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대부분의 극장은 일본인 소유였기 때문이다. 광주극장은 엄혹한 시대를 보내며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의 판소리 공연과 민중극을 올리며 민족 자부심을 위해 싸웠다. 광주극장은 마지막 남은 단관극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광주극장은 폐관 위기에 처해 있다. 광주극장은 우리 근현대사 문화를 담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의미가 있는 장소를 시민의 공간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광주 동구는 이런 비전을 가지고 고향세 지정기부함을 열었다. 지정기부함이 열림과 동시에 뜻에 동참하는 각계 인사들의 참여와 지지가 잇따랐다. 영화감독 변영주 씨가 모금 참여를 위한 독려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1일에는 곽푸른하늘, 아마도이자람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등 인디 뮤지션들이 광주극장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개봉했다. '버텨내고 존재하기'라는 제목의 해당 다큐멘터리에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영화를 사랑하고 문화를 사랑하는 기부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 광주광역시 동구의 'ET 야구단 지원 프로젝트' 모금 화면 갈무리.
▲ 광주광역시 동구의 'ET 야구단 지원 프로젝트' 모금 화면 갈무리.

두 번째 프로젝트는 발달장애 청소년 야구단인 'ET 야구단' 지원 프로젝트다. 발달장애 아동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이 보호자의 도움 없이도 자립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에 적응하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단체 스포츠만큼 사회 적응력을 기르는 데 좋은 방법은 없다. ET 야구단에 속한 청소년들은 야구를 배우며 동료와 협력하고 사귀는 법을 배운다. 이런 경험은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지정기부함이 열리자 많은 이들이 기부 취지에 공감하며 모금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까지 광주 동구는 민간플랫폼과 함께 지정기부를 모금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광주극장 프로젝트 31,712,000원, ET 야구단 프로젝트는 65,760,000원을 모금했다(11월 22일 기준).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직접 기부를 한 사람까지 포함할 경우 1억 원을 상회하는 모금액을 예상할 수 있다. 운영 3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목표 금액은 광주극장 프로젝트 52,000,000원, ET 야구단 프로젝트 82,000,000원으로, 지금의 모금 속도라면 수월히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판단된다.

고향세는 광주 동구에 '구원투수'가 되었다. 이는 여러 지자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각 지역에는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있고, 시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나 아직 갖춰지지 않은 시설들이 있다.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일도 필요하다. 광주 동구와 같은 방식이 확산돼야 하는 이유다. 고향세는 광주 동구를 넘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지역들의 구원투수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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