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잘못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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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잘못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안전 칼럼_안전사회시민넷.라이프인 공동기획]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 2017.07.27 15:11
  • by 라이프인
황필규 변호사

 

대형선박이 순식간에 침몰했다. 갑판에 물이 치솟는 등 선체가 찢어지고 구멍 나지 않으면 벌어질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배가 아예 두 동강이 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선사 측에서는 노후선박은 맞지만 노후화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다. 해경과 관계기관의 수사와 조사는 100일이 훨씬 지났지만 들리는 소식은 없다. 아직도 여러 노후선박들, ‘똥배’들이 죽음을 향해 세상을 누빈다. 그리고 22명은 아직도 실종 중이다.
 
침몰 직전과 직후 조난신호가 있었다. 그러나 사고 후 12시간이 지난 후에야 수색 작업이 시작되었다. 선사 측은 사실상 몇 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해경 등 정부기관은 선박이 다른 나라 국적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가장 중요한 시점에 수색구조가 늦어지고 집중되지 못한 책임은 누가 어떻게 져야 하나.

정부의 입장을 보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건이 국가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재난’인 해상사고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재난’인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건에 대해 전 대통령, 청와대, 국무총리실 이하 모든 관련 부처는 법령에 규정된 관련 조직의 구성, 운영 등 국민의 안전에 대한 법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해외 해상에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한 일반적인 긴급대응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고, 관련 부처의 공동 대응은커녕 정보교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루과이 측에 의하면 4월 8일 미국의 군항기, 초계기가 구명벌을 발견했다고 우루과이 측에 알려왔다. 늦은 시간, 기상 악화 등을 이유로 현장 수색이 지연되었고 선박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구명벌을 발견할 수 없었다. 4. 10일 미국 측에서 구명벌로 보고되었던 것이 기름띠로 분석되었다는 정보가 접수되었고 선박들은 ‘구명벌’ 발견 지점이 아닌 원래 계획된 수색구역 수색에 투입됐다. 어떻게 구명벌이 기름띠로 둔갑할 수 있었을까, 그 분석의 근거와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지점을 둘러싼 수색이 이루어졌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부에게는 이런 상식적인 질문을 던질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

정부는 한 번도 피해가족, 국민, 언론을 대상으로 어떤 법령, 지침, 매뉴얼에 근거 해 누가 어떤 책임이 지며 어떤 근거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한 적이 없고 피해가족들의 이에 대한 설명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답하고 있다. 특히 사실상의 수색 중단과 관련해서는 정부는 아무런 사전 협의나 통보도 없이 폴라리스쉬핑 측과 우루과이 측이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부는 중요한 책임과 결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그러나 4월말 국민안전처가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을 재난소식에서 배제시키고, 외교부가 미초계기 등 관련 상황확인을 중단하고, 선사 측은 예인선 추가 투입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기상악화 등을 핑계로 기존 구조선박들을 철수시켰다. 수색구조와 관련해서는 전혀 보여주지 못했던 정부 부처들과 선사 모두의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대응이 피해가족들을 따돌리고 이루어진 사실상 수색중단에서는 너무도 잘 이루어졌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은 청와대 민원 1호 사건이 되었다. 수색을 한다고 했을 때, 어느 정도 구역을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어느 정도 예산 어떻게 마련하여 진행할 것인가라는 상식적인 질문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책임과 전문성이 있는 정부부처는 이를 고민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청와대는 그런 것이 뭐가 문제냐, 의지가 문제다 며 몇 주를 허비했다. 처음에는 기존 정부 관료들이 문제였고, 한 달이 지난 다음에는 갑자기 법률의 미비가 문제였고, 그 다음에는 청와대 내의 다양한 의견이 문제였다고 주장한다. 수색과 구조, 가족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정부에 구걸하고 정부와 흥정해야 하는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스텔라데이지호, 잘못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재난과 안전, 그리고 인권을 논하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답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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