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의 확장, 로컬페어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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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의 확장, 로컬페어트레이드
[공정무역의 변화를 모색한다④] 정지현(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학과 석사과정, 쿠피협동조합 조합원)
  • 2019.01.23 19:08
  • by 정지현(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학과 석사과정)
한국에 공정무역이 시작된 지 17년이 흘렀다. 공정무역단체, 소비자생활협동조합, 학교, 종교기관, 지방정부 등의 다양한 조직들과 사람들이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고 공정무역 소비, 인식확산, 교육을 촉진해왔다. 최근에는 인천시, 부천시, 서울시, 화성시가 공정무역마을이 되었고, 공정무역마을 운동을 시작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공정무역은 규모 면에서도 인식의 확산 측면에서도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2013년부터 공정무역을 연구해 왔던 쿠피협동조합의 공정무역 연구팀은 글로벌하게 진행되고 있는 공정무역의 주요한 흐름을 소개하고 분석함으로써 한국 공정무역이 발전하기 위한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출처- 경기도주식회사 블로그)

공정무역의 확장, ‘개도국-선진국’에서 ‘노동자-소비자’로
최근 공정무역운동은 다양한 실천을 통해 그 대상과 참여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로컬페어트레이드는 그러한 움직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로컬페어트레이드(Local Fair Trade)란 개도국 뿐만 아니라 공정무역제품을 소비하던 선진국의 농업인 및 농업노동자들까지도 그 대상에 포함시킨 것을 의미한다. 즉, ‘개도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선진국에서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소비한다’는 개념을 넘어 ‘농업인 및 농업노동자와 소비자 간의 공정한 거래’로 그 의미가 확장된 것이다.

로컬페어트레이드운동은 북미와 유럽에서 다양한 명칭과 범위, 방식을 통해 실천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 국가 혹은 조직마다 서로 다른 명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에선 최근 경기도가 이 명칭을 도입했다. 그러나 ‘로컬(local)’의 범위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유럽권 전체를 로컬이라고 본 유럽과 달리, 경기도는 도 내로 로컬의 범위를 국한하고 있다. 100%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에도 로컬페어트레이드라고 이름을 붙이는 북미와 유럽과는 다르게 한국은 지역생산품과 개도국의 생산품을 혼합하여 만든 가공품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가별 로컬페어트레이드의 명칭, 범위 및 실천방식 비교

 

세계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로컬페어트레이드는 한국에서도 그 중요성이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로컬페어트레이드를 활발히 실천하고 있는 국가 중 북미의 협회 사례를 통해 향후 한국 로컬페어트레이드운동의 방향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북미의 도메스틱페어트레이드협회(Domestic Fair Trade Association, DFTA)
북미의 도메스틱페어트레이드운동은 유기농업과 공정무역 네트워크가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다국적기업들이 유기농 시장에 참여하게 되면서 미국 농무부 유기농 인증기준이 점차 완화되기 시작했고,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소농들이 중심이 되어 단체를 구성했다. 이들은 국내농업의 공정한 거래를 미션으로 삼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해 2008년 도메스틱페어트레이드협회(DFTA)를 만들었다. 국내 농산물 거래에 관여하는 소농 및 가족농, 농업노동자, 유통업자, 소비자, 협동조합, 공정무역단체, 비정부기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이 과정에 참여했으며, 현재 협회에는 총 30여개의 조직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협회는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쳐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의사를 반영한 도메스틱페어트레이드 원칙을 개발했다. 협회가 세운 총 16가지 원칙은 세계공정무역기구(WFTO)의 원칙에 기반하고 있으며, 노동권, 소유권과 가격정책, 역량강화 등의 사회정의와 지속가능한 유기농업, 그리고 인증에 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협회의 주요 목적은 운동이 확장되더라도 유기농업과 공정무역의 가치와 비전이 퇴색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며, 인증과 라벨을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도메스틱페어트레이드 인증은 독자인증 또는 제 3자 인증으로, 유기농과 달리 공공성을 지닌 인증이 부재하다. 인증단체들의 배경도 다양하다. 기존에 공정무역을 인증하던 단체에서 범위를 확장하여 도메스틱페어트레이드 인증을 도입하기도 하며, 유기농 인증에 사회정의의 기준을 더하여 인증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인증 기준을 하나로 통일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협회는 2014년부터 공정무역 및 사회정의 인증과 라벨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하고 있다. 이 지표를 통해 협회는 도메스틱페어트레이드 인증 기준의 통합을 추구하며, 동시에 소비자들은 주체적으로 인증마크의 공정성 및 타당성을 평가할 수 있다.

협회 설립 당시 강조된 또 다른 키워드는 농업노동자이다. 농민뿐만 아니라 급여를 받는 농업노동자 역시 자유무역으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과 불안정한 노동조건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이들의 공통된 이해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의 16가지 원칙에는 농업노동자를 고려하는 세부 기준들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노동권과 관련된 원칙에는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 국제노동기구 권고사항과 세계인권선언 준수, 최저임금과 수익분배의 혜택 등 노동자로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명시되어 있다. 

로컬페어트레이드운동을 성공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한국에서 공정무역을 확산하기 위한 방안으로 로컬페어트레이드는 좋은 선택지이다. 공정무역은 유기농업을 지지하고 농민의 빈곤문제 해결에 앞장서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조직들과 협동하여 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공정무역의 범위를 확장하고, 나아가 공정무역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운동의 범위가 확장되고 참여하는 조직과 사람이 늘어날수록 기존에 추구하던 원칙과 가치가 희석되거나 변질될 수 있음을 염두해야 한다. 또한 공정무역운동 특성상 인증을 통한 실천이 가장 활발하기 때문에, 북미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각기 다른 인증기준에 근거한 인증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로컬페어트레이드에 새로이 참여하고자 하는 단체들이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만한 구체적인 원칙을 개발하고 공유해야 하며, 이는 로컬페어트레이드를 실천하는 다양한 참여자들의 합의를 통해 도출되어야 한다. 

한국의 공정무역운동은 글로벌 트렌드를 발빠르게 따라가며 로컬페어트레이드와 같은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의 인식은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로컬페어트레이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로컬페어트레이드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과 원칙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대중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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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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