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거리 청소년을 품다, 카페 '로스트앤 파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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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 거리 청소년을 품다, 카페 '로스트앤 파운드'
성심수도회 김정미 수녀 인터뷰
  • 2019.04.18 10:03
  • by 신동민 객원기자
종교계가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떡을 주고 잠자리를 주는 사회복지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자립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도모하는데 사회적경제는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열심히 활동하는 종교계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오른손이 한 일들이 공유되고 확산된다면 더 많은 오른손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필자는 [오른손]을 만나 오른손이 한 일을 널리 알려보고자 한다.  

우리 사회에 가장 소외된 이웃 중 하나인 거리 청소년. 부모님의 이혼, 가정폭력 등의 이유로 상처받고 거리에 나온 아이들이 삶에 대한 소망 없이 떠돌아다닌다. 그리고 범죄환경에 노출되어 다치거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상처받은 아이들을 잘 감싸서 보살피는 쉼터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필요하다. 

부천에서 거리 청소년들과 함께 살면서 그들의 아픔을 감싸고 보살피고 그들이 사회에 나가서 잘 살도록 일자리까지 책임지는 쉼터가 있다. 한 카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쉼터와 카페가 부천에 있다. 카페 '로스트앤 파운드'이다. 카페를 운영하는 김정미 수녀를 만났다.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주체인 성심수도회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섬심수도회는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프랑스 혁명 이후 1800년도 혼란의 시기에 여성교육을 위해서 세워진 수도회입니다. 전통적으로 교육사업을 하는 수도회였습니다. 학교, 장학사업, 영성 선교사업, 사회복지 사업 등의 사업을 했고 한국에서도 성심이란 이름으로 고등학교 대학교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형식교육과 사회복지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비형식교육을 했습니다.

 

쉼터의 히스토리를 말씀해주세요.

1999년도 성심수도회 200주년을 맞이하여, 설립 초기의 정신으로 살고 있는지 수도회가 점검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성 청소년들을 위한 비형식교육기관인 쉼터가 세워졌습니다. 특별히 거리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였습니다. 이전의 거리 청소년들은 정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관리되었습니다. 일례로 경기여자기술원 같은 시설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거리 청소년들을 수용하여 뜨개질, 집재, 미용 등을 가르쳐서 사회화하는 시설이었는데 인권유린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1995년 여름에 학생들의 방화로 불이 나서 37명이나 죽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시설들의 문제를 보완하여 시작된 것이 청소년 쉼터였습니다.

저는 당시에 성심여자대학교 재무기획과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이 힘들기도 했고 의미를 찾기 어려워 쉼터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직원으로 일하는 것보다 쉼터에서 일하는 게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몇 배는 더 힘든 일이라는 것을 일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1999년 2월에 쉼터를 시작하고 6월 피정기간 중 기도하다가 쓰러지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당시에 말하길 체력이 하나도 없는 상태라고 했어요. 쉼터의 특징상 아이들과 24시간을 붙어있어야 하다 보니 항상 긴장모드로 지내야 했던 것이죠. 처음에 경험이 없으니 원칙과 규율도 없이 시작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쉼터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처음에는 단기 쉼터만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운영하면서 돌아갈 집이 없어서 오래도록 케어가 필요한 아이들의 수요가 생겨 2006년도에는 중장기 쉼터를 열게 되었습니다.

중장기 쉼터에 들어가는 아이들과는 특별한 약속을 했습니다. 검정고시를 봐서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 하거나 복학을 하거나 혹은 직업훈련을 받기로 했습니다. 쉼터에서 나가 사회에 나갔을 때 혼자서 자립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켜주는 것이 쉼터의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쉼터에 오는 아이들은 포기에 익숙한 아이들이었습니다. 삶에 대부분을 실패와 낙오로 살다 보니 포기가 빠르고 쉬웠습니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준다는 고마운 사장님들도 좋은 마음에 야단을 치기보다는 그냥 놔두기 마련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올바른 사회훈련이 안된다는 생각에 직접 훈련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카페가 시작된 스토리를 이야기해주세요.

당시에 단기 쉼터에 미혼모 아이가 들어왔었어요. 생각보다 똑똑한 아이여서 출산 후 아이를 입양하고 중장기 쉼터에 들어왔습니다.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수시 접수하여 간호학과를 진학했습니다. 입학까지 남은 시간에 일자리를 찾았지만, 아이가 부모도 없고 검정고시 출신이라는 이유로 고용이 안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급격하게 우울증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후우울증까지 겪고 원형탈모가 오는 등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이가 실의에 빠져 있는 가운데 우연한 기회에 YMCA에서 진행하는 바리스타 교육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추천하게 되었고 커피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아이가 커피 배우는 것을 너무 재미있어했습니다. 그래서 쉼터가 카페를 직접 운영하는 것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무작정 가톨릭대 총장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래서 학교 안에 작은 카페를 하나 열어달라 요청했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카페를 열라고 흔쾌히 허락하셨지만 카페 운영 경험이 전혀 없는 쉼터가 준비 기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팀을 꾸리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경제개념, 창업, 커피 등을 공부하면서 카페들을 탐방을 다녔습니다. 각자가 맡은 것 조사해서 발표하고 음료를 개발했습니다. 카페창업을 위한 R&D가 활발하게 굴러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커피동물원’ 카페가 생겼습니다.

 

 

1호 카페 이름이 왜 커피동물원 인가요?

중장기 쉼터에서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동물치료를 했습니다. 사람들, 특히 어른들을 믿지 않는 아이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교감을 할 수 있는 대상은 동물이었습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동물 별명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카페는 동물원이 되었습니다. 카페로고도 메뉴, 레시피 다 아이들이 만들었습니다.

 

2호 카페 로스트앤 파운드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성심여자고등학교 교정 옆에 3층 건물을 카페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로스팅 시설도 갖추고 공간 인테리어도 나름 세련됩니다. 지금은 쉼터와 별개로 운영됩니다.

 

쉼터와 분리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쉼터운영에서 물러나고 다른 분이 오면서 중장기 쉼터를 운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단기 쉼터에서 아이들이 더 오래 머물 수 있는데 굳이 중장기 쉼터를 운영해야 하느냐 라는 생각으로 닫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카페에서 일할 청소년들이 쉼터로부터 연결이 안되게 되어 다른 청소년 시설에서 알바를 고용하게 되었습니다.

카페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일자리를 가지기 전의 마지막 단계로서 사회생활을 배우는 비형식교육이 일어나는 곳이었는데 그 의미가 없어지게 된 것입니다. 다른 시설에서 온 아이들은 그냥 알바하는 곳으로 카페를 인식했습니다. 사회복지사의 훈육과 통제를 잘 따르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커피동물원이 세워진 취지와 정신이랑은 별개로 움직였습니다.

같은 아이여도 단기 쉼터에서의 행동과 중장기 쉼터에서의 행동이 다릅니다. 완전히 다른 아이처럼 행동합니다. 3개월 단기로 들어온 아이는 사회복지사에게 3개월 분량만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아이가 2~3년 묵게 되는 중장기 쉼터에서는 자기 안에 있는 상처들이 다 나오기 시작합니다. 단기 쉼터에서 멀쩡하던 아이들이 자해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등 정말 어려운 일들을 겪어야 했던 곳이 중장기 쉼터였습니다. 말 그대로 삶을 같이 사는 곳이죠.

처음에는 너무 당황하고 힘들어서 청소년 전문 의사 선생님을 찾아갔었습니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이 그랬습니다. 그 공간이 안전한 곳이니까 아이들이 자기 속을 꺼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실무자들끼리 서로 탓하지 말고 기다려 주라고… 사실 아이들을 케어하는 저를 포함한 실무자들은 아이들과 삶을 같이 살면서 그냥 버텨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직업훈련으로 가는 이 단계가 지금은 빠지게 된 것입니다. 너무 애석합니다.

 

 

운영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먼저는 처음의 취지와 다르게 쉼터와 아이들의 직업훈련을 위한 카페로서의 의미가 약해져서 이것을 다시 어떻게 살질지 고민입니다. 하지만 이제 나이 먹은 제가 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좀 더 젊고 열정 있는 사람이 와서 맡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쉼터가 일하기 어려운 곳이라 사회복지사도 잘 오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람을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리고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로스팅 시설도 만들어 놨는데 법적으로 제조업신고가 안 되는 곳이라 외부로 원두를 팔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을 누가 해결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롤모델로 하고 있는 사례가 있나요?

호주에 방문했을 때 보았던 사례입니다. 크리스찬 브라더스, 마리스트 브라더스, 구세군이 운영하는 쉼터를 방문했습니다. 이들은 데이케어센터, 상담, 대안학교 이렇게 단계별로 구분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무자가 모든 일을 하는 구조가 아니라 한가지 일만 하면 되는 구조였습니다. 이들도 직업훈련 장소가 있었습니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카페였는데 전문 사회복지사가 배치되어 있었고 이들의 인건비를 국가에서 부담하는 형태였습니다. 그리고 소장이 하는 일은 후원금을 모금하여 그 돈으로 매장이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면에 커피동물원 카페는 매출로 인건비와 운영비를 충당해야 하는 구조여서 어려웠습니다.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커피동물원도 로스트앤 파운드도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쉼터에 있는 상처받은 아이들을 품는 또 다른 공간이었습니다. 운영을 어떻게 하면 잘할까 고민보다도 왜 시작을 하였는지 그 정신으로 계속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수녀님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진심이 느껴졌다. 평생 상처받고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부둥켜안고 함께 살면서 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까 생각하니 숙연해졌다. 커피동물원을 초창기에 같이 만들고 기획했던 아이들은 대학도 가고 지금 사회에서 당당하게 직업을 가지고 산다고 한다. 모든 사업이 그렇지만 특별히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비즈니스는 구조와 틀을 이루는 하드웨어보다 그것을 돌리는 취지와 정신, 즉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사례를 인터뷰하면서 재확인했다. 그 사랑의 정신을 이어갈 새로운 사람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로스트앤파운드 주소 – 서울시 용산구 효창원로 36
전화번호 – 070-4115-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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