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뭐하는 데냐 ⑦] 청춘플랫폼이 어린이도서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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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뭐하는 데냐 ⑦] 청춘플랫폼이 어린이도서관으로
상도동 매력탐구 시간 - 상도동 주민이 말하는 상도동
  • 2019.06.04 11:51
  • by 정설경 (성대골어린이도서관 관장)

2013년 상도동으로 잠입했던 건 아이의 방과후마을학교가 탐났기 때문이다. 마을학교의 모태였던 성대골어린이도서관도 내 심장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성대골어린이도서관에 발을 딛고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던 횟수를 거듭하다가 올해 들어 도서관을 운영하는 책임자가 되었다. 소극적 이용자이면서 때론 방관자로 세월을 낚다가 치명적 책임을 갖게 한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의 새로운 공간 스토리를 담고자 한다.  <글쓴이 주>

 


상도동을 소개했던 2019년 1월 첫 회의 이야기는 상도동 청년들의 이야기였다. 상도동에 들어와 공유공간을 열어 주민에게 대여하고 다양한 커뮤니티 소통의 모델을 보여주었던 청춘플랫폼. 청춘플랫폼의 성공 요인은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는데 그치지 않고 여기서 맺어진 ‘관계’ 이후에 새로운 커뮤니티의 활로를 자꾸자꾸 찾는 것이라고 고백했었다.

지나고 보니 청년들의 고민엔 뼈가 담겨 있었다. 그들의 새로운 활로는 청춘플랫폼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것이었고, 이미 플랫폼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우리 성대골도서관 운영진에게 공간을 돌려 받는 당사자가 되지 않겠냐고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공간을 마련하고 새로운 활동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시급한 우리 도서관으로서는 앞뒤 잴 것도 없이 공간을 받아야 한다고 믿었다. 10평의 아담한 공간을 도서관이 접수할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설레이는 모험이 시작되었다.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은 2010년에 문을 열어 내년이면 10년차가 되는 동네의 작은도서관이다.

개인적으론 올해로 7년차에 접어든 도서관살이, 10년을 채우고도 훨씬 넘긴 생협활동을 마무리짓고 '동네에서 놀자'는 프로젝트로 입성했다. 오래전부터 어려워진 도서관을 관망만 하던터라 활동가로서 과감한 액션이 필요했다. 가만히 있다고 누가 구해주지 않으니 뭐라도 찔러보는 실행이 필요했다. 청춘플랫폼에서 도서관으로 전환하면서 마련해야 할 보증금은 운영위원과 도서관을 아끼는 분들이 큰돈·작은돈으로 출자했고, 청춘플랫폼의 운영자였던 블랭크도 참여했다.

아이들의 아지트 ‘꼼지락다락방’을 작당하며
계약을 마치고 공간을 접수할 2단계를 모색했다. 도서관이 되었으니 우리 마음대로 상상하고 두드려 볼 기회가 왔다. 도서관 후원 구조로는 매월 월세도 감당하지 못하는데 시설 투자는 꿈이라도 꿀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할까말까를 망설이는데 품을 낭비하지 말고 일단 뛰어 들어볼 용기를 앞세웠다.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의 네임브랜드라면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나서지 않을까, 붙들 수 있다면 뭐라도 해보자. 동네공동체의 거점이었던 작은도서관은 아직 우리가 붙들고 가야 할 사회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도전할거라면 재밌게 해 보자. 긍정의 도전정신으로 '무모하게' 공간리뉴얼에 들어갔다. 결과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공간은 결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표다. 

카카오같이가치는 미션을 알리고 공감만해줘도 모금이 되어 씨앗자금을 마련하는데 좋은 매개였다. 그런데 초기 10%를 채워가고 또 20%를 채워가며 과정은 저절로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모금의 속도가 기대보다 더디자 하루 걸러 지인들한테 공유하고 그럴 때마다 10%씩 도달하는 묘미를 경험했다. 어째든 딱 한달만에 목표했던 금액이 순조롭게 채워졌고, 성대골도서관의 원년멤버들도 움직이게 한 계기가 되었다. 리뉴얼의 주요 작업이었던 ‘꼼지락다락방’을 만들고 공유부엌을 손질하고 책장을 보강하여 도서관다운 외모를 갖춰, 지금 도서관은 새로운 공간을 찾아 응원해 주는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동네 협업을 실험한 10평짜리 어린이도서관
도서관 리뉴얼 작업은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청년건축가가 '동네프로젝트 1호'로 의기투합해 주었다. 공간구성과 자재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해 줬던 당사자여서 공간리뉴얼에 대한 의지와 애정을 아낌없이 발산해 주었다. 인건비는 커녕 최소한의 자재를 모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처지여서 ‘협업’이라는 명분으로 청년건축가는 혼자서 공사와 씨름했다. 건축설계에 전념해야 할 건축가는 생계활동도 잠시 멈추고 동네 프로젝트 한다며 낮이고 밤이고 새벽까지 길고 긴 품을 들여 '꼼지락다락방'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자재를 최소한으로 조달하고 기존 시설을 재활용하거나 재배치하는데 시간을 들였더니, 아담하고 이쁜, 그리고 오고 싶은 공간으로 탄생했다. 누구나 한번쯤 꼭 와 보라고 자랑하고 싶다.
 


살아 숨쉬는 골목, 그 안의 작은 거점을 꿈꾸는 성대골어린이도서관
성대골도서관은 동네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은 골목에 위치해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여기 뭐하는데냐’고 묻는다. 공사할 때부터 ‘여기에 뭐가 들어오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져 작업자가 일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간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은 각별하다. 도서관으로 바뀌고 나니 ‘골목과 너무 잘 어울린다’, ‘포근해서 꼭 들어와 보고 싶다’고 덕담들을 주신다. 문턱을 어려워 말고 마구마구 들렀다 가면 좋겠다. 도서관 앞에 앉혀 놓은 벤치는 정겨움의 상징으로 오래도록 가져가고 싶다. 언덕으로 진입하기 전 쉬어가는 쉼터로 안성맞춤이다. 얼음을 한가득 채울 수 있는 냉장고가 있으니 골목의 옹달샘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하드웨어를 구비했으니 이제 활동으로 도서관다움을 갖출 미션에 돌입한다. 
 


시설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람들이 채워갈 앞으로의 시간인지 모른다. 여러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도서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참여와 응원으로 공간리뉴얼의 여정이 즐거웠던 것처럼 앞으로 달려갈 도서관의 여정도 즐거움으로 가득하면 좋겠다. 청년들이 주도한 공유공간에서 도서관으로 전환하여 시설을 갖추고 프로그램으로 다시 시작하는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은 일단 즐겁게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동네 공유공간의 역할을 이어갈 예정이다. 주말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아기자기한 골목에 자리한 도서관과 상도동의 명소를 둘러보시길 추천해본다.
 

#성대골어린이도서관 #상도동살이 #성대골마을 #협업파트너_무명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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