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지방에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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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지방에서 왔습니다
지역에 새로운 물결을 … 서울 밖에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공개 대잔치
  • 2019.09.20 23:48
  • by 이진백 기자

"서울 밖에서 사는 일은 쉽지 않아요. 지방이라서 별 관심이 없거든요. 
지방은 여행지 아니면 생각나는 게 없다고요? 지방에도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어요.
'지방'이라는 장소를 창조와 도전의 무대, 삶의 질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어 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서울 밖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는 19일부터 22일까지 지방 청년 창업가와 기업들을 위한 네트워킹 행사인 서울 밖에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공개 대잔치 '지방에서 왔습니다'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서울 밖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상호 소통 및 협업 기회 제공 ▲존재와 가치를 알리고 투자 및 연결고리 제공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문화 조성 등을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행사는 상시 운영하는 기획 전시로 나흘간 운영되며 '서울 밖에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란 주제로 지역을 변화시키는 로컬 기업들을 소개하고, 기업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할 기회도 마련된다. 또한 지역에서 의미있는 활동을 하는 청년 기업을 모티브로 제작된 개성 넘치는 포스터 20종을 전시 및 판매한다. 수익금은 전액 '너멍굴 영화제'에 기부할 예정이다. 

주관사인 청년 소셜벤처 '공장공장'의 박명호 공장장은 "'변화는 서울에만 있다'는 서울 사람의 사고 방식을 뒤집고 싶어 서울 한복판에서 행사를 개최했다"며 "스타트업과 도전을 이야기할 때 이제 지방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지역은 청년에게 빈 공간과 기회를 제안하고 청년은 지역에서 기회를 발견한다

19일 오프닝 이벤트로 준비된 토크콘서트 '그냥 간 놈, 딴 데 간 놈, 돌아온 놈'은 지방에서 활동하는 청년 사업가들이 강연자로 나서 지방에서의 각종 도전을 소개했다. 서울에서 목포로 연고 없이 이전한 '공장공장'(그냥 간 놈) 홍동우 대표와 통영이 고향이지만 인근 남해로 간 '팜프라'(딴 데 간 놈) 유지황 대표 그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다자요' 남성준 대표와 '무브로드'(돌아온 놈) 김신애 대표가 그 주인공들이다.

'공장공장' - 공동체,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

홍동우 대표는 "지방은 '서울이 아닌 지역'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는데, 주로 뒤쳐지고, 고리타분한 곳이라 사람들이 생각한다"며 "오히려 지방은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말도 안 되지만 해보고 싶은 일을 계속하는 실험주의자를 양성하기 위해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장공장을 만들었다는 홍 대표는 "공장공장은 실험주의자들이 사회 곳곳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길 기대하며 쉼, 상상, 작은 성공, 공동체를 제안하고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빈공간을 함께 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공장공장(O장O장)은 현재 전남 목포에서 '괜찮아 마을'을 운영 중이다. 홍 대표는 "청년 사망 원인 1등이 '자살'인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무 것도 안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은 '괜찮아 마을'을 고향도 아닌 목포에서 운영하고 있다"며 "지자체는 지역 활성화, 인구 유지를 위해 청년을 부르지만 우리는 청년에 '쉼'을 제공하는 게 우선이다. 쉼을 제공받은 청년이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건 그 다음의 일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점이 오히려 청년들의 자발적 에너지를 터져 나오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괜찮아 마을'은 현재 29명이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다. 홍 대표는"이들은 빈 집(Empty)을 활용하고 공유(Share)하며 커뮤니티(Community)를 만듦으로써 서울로부터 'ESC'키를 누르고 새 기회를 찾았다"며 "언젠가 전세계 청년이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 위해 찾는 도시로 발리, 치앙마이 이어 목포가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팜프라' - 다음 세대들을 위한 지속가능한 촌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브랜드

통영이 고향이지만 인근 남해에서 청년 농부를 위한 생활 인프라 '팜프라'를 운영하고 있는 유지황 대표는 처음 농사를 짓던 때를 회상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농촌으로 들어가려는 예비 청년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인프라와 경제적으로 불리한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고 농업·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2016년 6월 농촌 청년들을 위한 주택 제작을 해보고자 '코부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3개월 속성으로 집짓기의 기본을 배운 뒤 공간 이동이 자유로운 이동식 주택에 주목했다.

팜프라는 2018년 2월 '기반 없는 청년농부를 위한 농업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슬로건으로 세 명의 친구가 모여 만든 회사다. 팜프라는 판타지 촌라이프를 꿈꾸는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실험하고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주거, 토지, 기술, 수익모델 등 기반을 만든다. 팜프라는 6년 간의 고민으로 찾아낸 대안들을 하나씩 실험하고 실행하면서 제도, 정책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팜프라는 '촌라이프'를 시작하려는 청년을 위한 조립식 이동형 주택을 설계하고 이를 매뉴얼화, 모듈화하고 워크숍을 열어 보급을 늘리고자 했다. 앞으로는 다양한 제품과 프로그램, 브랜드를 마련, 수익 모델을 실험한 다음 '팜프라촌'을 조성, 궁극적으로는 다음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촌라이프스타일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현재 팜프라촌은 남해에 거점을 두고 있지만 앞으로 지자체를 확산하여 청년 네트워크의 영역을 넓게 구축하는 것이 팜프라의 목표다. 

'다자요' - 공간재생 프로젝트로 관광객에게 제주만의 특색있는 공간 제공

한 때 서울 강남에 살다가 고향 제주로 돌아간 '다자요' 남성준 대표는 "제주도가 힐링, 자연 컨셉으로 관광객을 유치하지만 오히려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자연을 가리고 들어선 대규모 리조트와 놀이공원이 자연 경관을 방해하고 있다"며 "제주도에 사람이 살지 않은 빈집은 2만 5000여 채에 달한다. 이를 활용하면 800개 넘는 호텔을 대체하고 250만㎡에 가까운 자연 환경을 보호할 수 있을 거라 봤다"고 사업 시작 배경을 설명했다.

'다자요'는 제주도 지역 빈집을 장기 무상임대 리모델링해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제주도 폐가를 무상으로 빌려서 새로운 공간으로 만든다. 무너져가는 시골집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민박집으로 개조 관광객에게 제주만의 특색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모든 비용은 다자요에서 낸다. 대신 약 10년 동안 이 집을 숙박시설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집주인에게 권리를 양도받는다. 숙박시설로 등록한 뒤 여행객에게 빌려준다.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어 시골이라고 외면받던 집들은 관광객의 힐링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2019년 9월 현재 2개 지역에 4개의 빈집을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여 리모델링을 완료하였으며 최근에는 신규사업으로 제주지역 기업을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운영(9월말 오픈예정)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소유주는 있어도 거주인이 없다는 이유로 규제를 당하자 얼마 전 기존 사업은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관련 부처, 국회의원과 직접 만나 국회 입법과 규제 프리존 설정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제주도 내 빈집 재생사업이 규제로 막혔지만, 그 막힌 상황이 오히려 열어준 기회를 통해 포기하지 않고 정면승부 하겠다"고 말했다.

'무브노드' - 놀며 일하는 공간 

너무도 떠나고 싶었던 고향 태백으로 돌아와 코워킹 스페이스 무브노드를 운영하고 있는 김신애 대표는 태백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서울에 올라와 디자인 서적 저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 사회공헌게임을 개발하는 '널티(NULL-TEA)'라는 소셜벤처를 창업한 바 있다. 2015년 대안학교와 청소년지원센터 등에서 위기청소년들을 만났고, 그 아이들에게 게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 동안 잊고 살았던 자신의 가치를 게임을 통해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으나 그리 성공적이진 않았다. 

이후 김 대표는 '제주에서 한달 살기'를 하며 디지털 노마드가 살만한 공간을 찾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노트북만 있으면 일할 수 있는데 꼭 서울이어야 할까? 그렇다면 굳이 서울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대표는 "새로운 환경에서, 모르는 동네에서 멍하니 앉아 있고 흥얼거리며 거닐다 보니, 잊고 있었던 감각들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내가 살아있는 게 맞구나.' 싶었고, 행복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서울살이에 지쳐 잠시 인생의 휴식기를 보내러 겸사겸사 돌아온 고향이지만 고립된 도시 태백이 주는 치유의 힘을 발견했다. 더불어 서울에서는 늘 조연에 머물렀는데 고향에 돌아오자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주인공 대접을 받았다. 이는 곧 자신감과 활기로 이어졌고, 비로소 살아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렇게 문을 연 무브노드는 어느덧 놀이 문화 공간, 루프탑 공연장, 독립 서점과 편집숍, 셰어하우스와 게스트 하우스, 코너 갤러리를 갖춘 번듯한 코워킹 공간으로 자랐다. 다양한 태백지역사회 활동가들과 디지털 노마드들이 함께 소통하며 문화를 생산하고 확산시키는 비산업적 프로젝트가 생활문화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을 포함해 △속초 △춘천 △태백 △세종 △부여 △대전 △목포 △창원 △부산 남해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0여명의 혁신적인 청년 기업,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토크콘서트를 통해 △왜 지역에서 기회를 발견했는지 △지역에 어떤 기회가 있는지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에서 오는 어려움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했다.

같은날 오후 7시부터는 인생을 다시 설계하고 싶은 청년들을 위해 지방 소도시에 쉬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은 대안적인 마을 '괜찮아마을'을 다뤄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본선에 올랐던 다큐멘터리 영화 '다행이네요'도 상영됐다.

사진 왼쪽부터 '무브로드' 김신애 대표, '다자요' 남성준 대표,'팜프라' 유지황 대표, '공장공장' 홍동우 공동대표, 진행을 맡은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 장재열 대표.

20일에는 기업, 투자자, 일반인 간 교류를 위한 네트워크 파티 '만남의 광장'이 열린다. 단순한 대화 자리가 아닌 정보 교류와 협력을 도모하는 행사를 위해 '컨투어드로잉'을 통한 아이스 브레이킹, '라이프쉐어'를 통한 삶에 대한 공감대 형성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21일에는 가상 투자쇼 '개천에서 용 났네'를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듣고 청중이 가상의 임팩트 투자자가 돼 모의 투자를 해보는 행사가 개최된다.

▲ 지방 소멸의 시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인구와 기회의 쏠림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로컬리티가 필요하다. 

이번 행사에는 강원도(더웨이브컴퍼니(강릉), 문우당서림(속초), 불개미상회(춘천), 무브노드(태백)), 충청도(공생(대전), 윙윙(대전), 푸마시(세종), 자온길(부여)), 전라도(푸르름(익산), 청춘세탁연구소(전주), 지방(군산), 공장공장(목포)), 경상도(기술자숲(창원), 베러먼데이(부산), 알티비피얼라이언스(부산), 팜프라(남해)), 제주도(공심채, 재주상회, 다자요, 카일루아) 등 5개 권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20개 지방 청년 기업이 참여했다.

행사를 주최한 IFK임팩트금융의 이종수 대표는 "기운 넘치는 팔도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지리"라고 인사말을 전하며 "정부가 일자리, 주거, 복지를 중점으로 청년희망사다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부분 수도권, 대도시에 거주하는 청년을 위한 것 같다.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에서 청년이 일할 근거와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임팩트금융이 하는 일인 만큼 앞으로도 응원하고 지방에서 일하기 좋은 터전이 마련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찬스!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려는 청년들에게 주는 꿀정보!

사랑의 열매와 다음세대 재단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도들을 응원하고, 이러한 시도가 지속가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을 시작한다. 

사업지원비, 공유사무실, 육성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지원대상은 미설립 상태의 팀부터 설립 후 3년 미만의 비영리 조직이다. 대표자 포함 총 2명 이상의 전담 인력이 육성 프로그램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신청 방법은 이달 30일 자정까지 apply@npostartups.org로 접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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