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공제 이제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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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공제 이제 시작해 볼까요?
한국 사회적경제 공제의 실태와 발전 방안
  • 2019.09.29 16:20
  • by 이진백 기자
▲ 국회사회적경제포럼과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가 25일 동자아트홀에서 '한국 사회적경제 공제의 실태와 발전 방안'이란 주제로 공동포럼을 개최했다.

생활협동조합(생협)은 2010년 3월 개정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연합회'와 '전국연합회'가 공제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시행 조건이 다소 까다롭고 공제사업에 필요한 시행규칙 등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아직도 생협의 공제사업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2019년 현재, 생협의 공제사업은 전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공제는 사람들이 지역이나 직장에서 경제적, 사회적 또는 문화적인 필요를 협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연대해서 만든 조직을 기반으로 생활보장의 실현을 꾀하는 상호부조 제도이며 사회운동이다. 공제사업은 조합이 보험료에 상당하는 돈을 조합원으로부터 받고 조합원에 사고·질병 등이 발생하면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사업으로, 사실상 보험업과 같다. 생활보장을 위해 시민이 자발적으로 형성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민간보험과 그 역할은 유사하나 성격이 다르다. 

▲ 공제와 일반보험의 비교

유럽 국가에선 19세기 상호부조운동의 결과로 공제회, 상호회사 등 공제조직이 현재에도 남아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경제의 공제사업, 사회적경제와 비영리시민단체가 시행하는 공제사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제도는 미비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영리보험이 활성화돼있는 반면 공제 조직의 발달은 미미하다. 그마저도 엔지니어링 공제조합 등 특별법에 기반한 단체 중심의 공제라 일반인들은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 

협동조합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농민이나 중소 상공업자들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생산·판매 등을 공동으로 하는 조직이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 생협은 조합원 간 소통·신뢰에 기반해 소규모로 운영된다. 전국단위 생협에만 공제사업을 허용한 것은 각 지역 상황이나 구성원 특징에 맞춰 소규모로 운영되는 생협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에는 공제사업을 위한 공제기본법이 없으며, 다른 사회적경제 조직이 공제사업을 시도할 때 생협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생협 공제를 둘러싼 상황은 비단 생협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사회적경제 차원에서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 

국회사회적경제포럼과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가 25일 동자아트홀에서 '한국 사회적경제 공제의 실태와 발전 방안'이란 주제로 공동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한국의 사회적경제에서 공제의 현황과 실태를 확인하고, 해외사례 등을 통해 사회적경제 공제의 발전 방안과 그 공익적 효능을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번 공동포럼에서는 이향숙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선임연구원이 '한국 사회적경제 공제의 실태와 제도 개선 방안'이란 주제로 기조발제를 진행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프랑스 의료공제조합, ▲일본 사회적경제 공제, ▲스페인 라군 아로 등 해외 사회적경제 공제사업의 다양한 사례 소개를 통해 한국 사회적경제 공제사업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을 법제도와 거버넌스 관점에서 살펴봤다. 또한 국내외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경제와 비영리시민단체(어소시에이션)의 공제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이들 공제의 제도적 기반을 검토한 후 이러한 모델이 영리 보험사업과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우위성과 이에 따른 공익성을 밝히고 사회적경제 공제를 위한 제도적 장애물과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한국 사회적경제 공제사업 현황과 과제 그리고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언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사회적경제가 하는 공제사업은 사회적경제조직을 기반으로 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생협과 같은 사회적경제조직은 소비자 운동을 해왔으며 공제사업도 소비자를 위한 대안운동이다"라며 "소비자와 조합원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공제사업을 통해 영리 보험회사를 견제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상호부조를 기반으로 한 유대 강화로 사회적경제의 활성화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현재 사회적경제조직이 공제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법 제도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보험업법의 적용이 배제되어 공제사업의 재무건전성, 리스크관리 취약성에 대한 소관부처와 금융당국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공제사업을 영위하는 조직은 조합원과 소비자의 보호를 위해 스스로 공제 사업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제사업을 추진하면서 경험을 축적하고 노하우를 쌓아가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이 선임연구원은 "소관부처와 금융당국의 태도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며 "우려와 소극적인 태도보다는 공제사업의 자율적인 성장을 위한 발판 마련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지는 사례발표에선 ▲김대훈 세이프넷지원센터장이 '당사자 기반 공제의 필요성과 과제: 생협 공제의 필요성, 경과와 과제'를 주제로 ▲유유미 전국주민협동회 상임이사가 '당사자 기반 공제의 필요성과 과제: 자활조직의 사례'를 주제로 ▲여진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사무처장이 '당사자 기반 공제의 필요성과 과제: 공익활동가의 사례'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김대훈 센터장은 ▲생협의 공제사업 추진배경 ▲한국 생협 현황 ▲일본 생협의 공제 ▲한국 생협공제의 논의 경과 ▲생협공제 시행 시 고려사항 ▲생협공제의 시행 방안 등에 관해 소개했다. 

김 센터장은 "공정위는 연합회가 공제사업의 실시방법, 공제계약, 공제료 등의 내용을 담은 공제규정을 만들고 인가를 받아 공제사업 시행을 할 수 있도록 공제사업의 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또한 규제, 감독, 행정편의적 발상과 접근이 아니라 생협이 공제사업을 건실하고 내실있게 준비, 실행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을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생협은 조합원 수요조사 및 필요에 기반한 공제상품 개발 및 중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관련분야 경력직원 채용, 자체인력 훈련, 외부 전문가 활용 등 공제사업의 시행을 위한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진 사무처장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에 대한 설명과 동행이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동행은 조합원에 대한 소액대출사업과 상호부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행은 활동가들에게 급작스럽게 다가오는 경제적 어려움, 사고, 질병 등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자원과 위기 대처 능력을 함께 만들어 가는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경제적 지원망, 상호부조,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의료, 재충전, 교육 등 복지지원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여진 사무처장은 ▲공익활동가 공제회법 제정 필요성 ▲자산확충과 후원확대로 공익활동가 지원 확대 ▲공익활동가의 독립된 공식 직업군 분류 ▲공익활동을 위한 시민자산화 추진 등 지속가능한 공익활동을 위한 지원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유미 상임이사는 전국주민협동연합회에 대한 설명과 단체가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전국주민협동연합회의 기반이 되는 주민협동회는 지역자활센터 자활사업 참여자들이 상호부조, 주민자치력 향상, 긴급지원을 목적으로 설립해서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호부조 협동운동으로 '천원의 행복'을 운영하고 있다. 의료비 부담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조합원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스스로 조성한 금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자치적인 생활 안정망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조합원이 매달 1천원을 납부하고 소멸성이며 매년 갱신된다. 가입 후 30일 후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조합원 1인의 본인부담 병원비 30만 원까지 지원가능하다.  

토론에는 김형미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을 좌장으로 해 김형탁 동국대 겸임교수, 김광민 변호사,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회위원장, 하현기 기재부 협동조합과 사무관이 패널로 참여했다.

'시민 주도적 공제를 위한 사회적경제의 공제 시작 필요성'이란 (소)주제로 토론에 참여한 김형탁 겸임교수는 공제에 대한 왜곡된 인식 2가지를 언급했다. 김 겸임교수는 공제보다 영리 보험회사가 안전하다는 인식은 허구이고 계약자가 돌려받는 수익률은 순보험료를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운동장은 잘 만들어 놓았는데 들어가는 입장문을 어디로 할지 몰라 운동장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비유를 통해 공정위의 '탁상행정'을 비판했다. 

김 겸임교수는 "공제사업 인가 부처를 협동조합 주관 부처로 바꾸어야 하고 노동조합의 고유한 사업 중의 하나인 공제사업은 이제 생협을 넘어 다른 사회적경제조직에게까지 확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광민 변호사는 생협공제가 시행되지 않은 상황을 법제도적 관점에서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생협법은 공제를 생협의 사업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관할 부처는 생협이 공제사업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관련 제도를 제정하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 생협의 공제사업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이는 생협법 제66조 제1항이 '연합회가 공제사업을 하는 때에는 공제규정을 정하여 공정위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하여 공제사업에 대한 인가주의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생협이 공제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인가를 받아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생협 공제사업의 인가 여부가 문제되는 것은 관련규정(생협법 제65조 제2항)인 총리령의 부재가 원인"이라며 현 법제도 하에서 가장 근본적인 관련 총리령의 부재가 어떠한 위법 요소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그는 "입법부는 생협법 제65조 제2항을 통해 행정부에 관련 총리령을 제정할 의무를 부과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행정부에게 관련 총리령을 제정할 의무가 있음에도 거의 10년 가까이 행정입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헌법재판소의 견해에 따르더라도 행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경제 공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향'이란 주제로 토론을 진행한 강민수 정책위원장은 '공제'에 대한 정의가 중요하고 '공제'와 '보험'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공제기본법 제정에 대한 의견으로 "'국제 공제 및 상호보험연합회(ICMIF)'에 따르면 저소득국가의 63%는 공제에 관한 규제 법률 자체가 없으며, OECD 국가 중 3분의 2는 공제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나머지 3분의 1은 공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일률적으로 공제기본법이 필요한지는 또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공제기본법 제정 요구에 비해 민간 보험사의 반대는 훨씬 조직적일 것이 분명하다. 공제기본법 제정 보다는 현행 주무부처에 의한 지도와 감독 하에 공제사업을 수행하면서 사회적경제의 사업 수행경험을 근거로 사후에 근거 법률을 제정하는 순서가 현실적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다양한 공제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기본법의 개정을 통해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이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조속히 개정되도록 하고 상호부조를 위한 공제사업의 구체적 내용은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 시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생협 공제사업이 공정위 때문에 시행될 수 없는 상황은 시급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공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금융위, 소관부처의 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하현기 사무관은 공제사업의 주관 부처인 공정위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며 "사회적경제의 공제사업의 경험 부족으로 인한 소비자 보호 문제와 공제는 전문감독기관이 없고 주무관청의 감독 전문성 결여 문제가 있어 공제가 늦게 진행된  것이라 생각이 된다"고 개인적 소회를 밝혔다. 

그는 "협동조합에서 공제 모범사례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런 공제 모범 사례들이 만들어 졌을 때 그것이 꼭 사회적협동조합뿐만 아니라 일반 협동조합 법인으로도 확장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이게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제도적으로도 이후에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적경제의 공제사업은 조합원의 상호부조, 공동유대에 기초한 협동의 산물이다. 사회적경제 공제사업은 조합원을 위한 공동의 이익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사회안전망을 보완하면서 시민사회의 공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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