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는 어떤 '사회가치'를 만들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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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는 어떤 '사회가치'를 만들어야 할까?
[서진선의 사회적경제 Q&A ⑧] 사회적 경제의 사회가치는 사회 목적을 가지고 경제 활동을 유지하는 것
  • 2019.10.04 09:49
  • by 서진선 (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연구소 연구원)
ⓒ라이프인


2019년 우리나라에서 “사회가치(또는 사회적 가치)”라는 단어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8월에 열린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에서는 ‘사회적 가치경영’ 세션이 별도로 진행이 되었고, 공공기관들은 사회가치 전담부서를 차례대로 신설하고 담당자를 배치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이런 흐름에 보조를 맞추는 것을 넘어 사회적가치연구원을 설립하여 관련 사업과 연구, 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가치’에 많은 관심을 주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는 사회가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말이지만 어쩌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회가치 개념이 다 다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모든 개념이 사회가치를 가리키는 것일 수 있다. 사회가치가 무엇인지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아 서술해보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먹고 사는 문제는 인간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역사 이전의 시대에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동물을 따라 이동하고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농업혁명을 일으킨 것은 먹고 살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었을 것이다. 18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인류는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우리는 산업혁명 중에도, 그리고 산업혁명 이후에도 다수의 사람들은 절대빈곤에서 머물렀음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즉 경제가치가 인류의 중요한 사회가치일 것이다.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이윤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발전은 먹고 사는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결하면서, 절대빈곤을 벗어나는데 기여했다고 본다.

마케팅 관리 철학의 발전단계를 보면 경제적인 부가 증가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마케팅 관리 철학의 발전단계는 생산, 제품, 판매, 마케팅, 인간 및 사회지향적 마케팅 개념 등 5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185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순차적으로 발전한 생산, 제품, 판매 개념은 생산자 또는 판매자 중심의 개념이고, 1950년대 이후로 나타난 마케팅, 인간 및 사회 지향적 마케팅 개념은 소비자 및 사회 중심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개략적으로 설명하자면, 생필품의 공급이 부족한 시절에는 제품을 만들면 팔리는 시기로 볼 수 있다. 이 시기는 생산자와 판매자가 소비자보다 우위에 있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지면서 생산자와 판매자가 생각하는 가치가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가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되기 시작한다. 이후에는 사람들의 욕구와 필요를 넘어 사회 지향적 가치를 담은 제품과 서비스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이 시대의 시작은 대략 세계적으로 경제가치 이외의 사회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하던 때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경제가치를 넘어 사회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지만 그 뒤로 한참동안은 경제가치가 여전히 사회를 지배하는 시대였으며 경제발전을 위해 다른 많은 사회가치를 포기하였던 것처럼 보였다. 기업의 목적은 이익의 극대화이고, 더 정확히는 주주 이익의 극대화라고 가르쳤으며, 이를 위한 경영을 주주가치 경영이라고 불렀다. 그 모범사례는 항상 GE의 잭 웰치 회장이었다. 1등이나 2등 아니면 과감히 사업을 포기하면서 그가 20년 동안 회장을 맡는 사이에 GE의 연 매출은 다섯 배, 순이익은 여덟 백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취임 후 첫 5년 동안 10만 명 이상의 직원이 해고되었다고 하니 주주가치 경영에서는 오로지 주주 외에 다른 이해관계자에게는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아이러니하게 주주가치 경영은 사회 전체의 효용을 극대화해서 사회의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공리주의적 철학이 깔려있다. 이러한 공리주의적 철학이 재산권 이론과 대리인 이론의 기반이 되고 주주가치 경영으로 이어진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기업은 사업을 통해 매출을 발생시키고, 공급자, 직원 등등의 이해관계자들은 정해진 금액을 받아간다. 직원은 급여를 받아가고, 공급자는 공급한 제품과 서비스의 비용을 가져간다. 이렇게 공급자와 직원들에게 반드시 줘야 할 것을 다 준 다음에 남은 잉여금을 잔여재산이라고 하는데, 기업의 주인이 주주는 이 잔여재산을 가질 수 있다. 이 잔여재산을 극대화하면 주주의 부가 늘어나고, 사회 전체적으로 부가 늘어난다. 이미 공급자와 직원들은 자기의 몫을 가짐으로써 그들의 효용은 확정되었고, 나머지 몫을 늘린다면 사회 전체의 효용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체험적으로 경제적인 효용의 최적 상태가 사회적인 효용의 최적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경제가 사회로부터 분리되고 경제가치 외에 다른 가치를 배제하면, 공동체 해체 현상, 소득, 주거, 교육의 양극화, 환경파괴 등의 부정적인 사회문제가 발생한다. 경제시스템은 사회시스템 내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사회가 무너지면 결과적으로 경제시스템도 붕괴된다. 이러한 위기를 경험하거나 깨달은 사람들은 경제가치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가치도 함께 추구하는 경제조직과 시스템을 구상하고 실행하였다. 아마도 이러한 경제조직과 시스템을 사회적 경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사회적 경제는 이윤을 목표로 작동하는 자본주의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한 사회적, 경제적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1844년 로치데일공정선구자협동조합이 나타난 시대적 배경에는 1840년에 백만 명 이상이 아사한 아일랜드 대기근, 장시간의 노동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경제적 생활 등이 있었다. 1980년 국제협동조합연맹 모스크바 총회에 제출된 레이들로 보고서는 당시 인류가 처한 사회경제적 위기를 설명하면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 협동조합 운동이 어떻게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은 자조(self-help)의 의지는 있으나 소액의 부채 때문에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설립되었다.

그러면 사회적 경제조직이 창출하는 사회가치로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 사회적 경제조직이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사회가치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사회가치는 사회구성원들이 주목하여 합의된 가치일 수 있으며, 아직 발견되지 않았거나 합의되지 않은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사회가치의 예로는 지속가능발전 개념에 포함된 경제, 사회, 환경이라는 세 가지 차원을 사회가치의 범주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고, 2015년 유엔에서 합의된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가지를 구체적인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적 경제조직이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것 그 자체가 사회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려다 보면 그만큼 생산의 효율성이 감소할 수도 있고, 시장에서 경쟁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 2018년 말 상장기업의 26%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치열한 곳이 시장이다. 이러한 치열한 시장에서 사회적 경제조직이 생존한다는 것은 경제가치와 더불어 사회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투자자소유기업과 다른 목적을 가진 사회적 경제조직을 투자자소유기업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도 안 된다. 더군다나 평가는 그 비교대상이 있어야 의미 있는 해석을 할 수 있다. 잘못된 잣대를 가지고 비교할 대상도 없이 사회적 경제조직의 성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 경제조직의 성과 측정방안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구체적인 평가방안을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재무제표에 사회가치와 환경가치가 드러날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조직을 위한 회계기준과 사회적 경제조직의 정보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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