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사회주택? 땅이 시민의 것으로 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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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사회주택? 땅이 시민의 것으로 남는 것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가에게 묻다(2)-녹색친구들 김종식대표
  • 2019.10.15 09:56
  • by 김정란 기자

사회적기업이란 무엇일까? 사회적 경제, 기업에 대한 관심은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지만, 막상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 속시원하게 답을 해주는 사람은 없다.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기업? 사회적인 가치가 있는 일을 하는 기업을 말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일반 기업과는 무엇이 다를까?

라이프인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거나 준비하는 기업가들에게 묻기로 했다. 이 생태계에 뛰어든 이들이 생각하는 사회적기업이란 무엇일까? 직접 만나 이들이 생각하는 사회적기업과 그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라이프인과 인터뷰 중인 김종식 대표.

우리나라의 전체주택 수 대비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6.3%(2016년 기준)다. 2007년 이후 꾸준히 올라가고 있긴 하지만, 2014년 기준인 OECD 공공임대주택 재고율 8%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수준이고, 네덜란드(35%), 오스트리아(25%) 등 이 분야 선진국들과는 비교하기 조차 힘든 수준이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을 더 짓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사회적 편견 등 여러 제약 속에서 이를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은 사이, 최근 많은 사람들이 치솟는 민간주택가격에 좌절을 겪고 있다. 그 속에 '사회주택', 즉 공공의 땅에 민간이 집을 짓는 '녹색친구들'이 있다. 공공임대주택도, 민간주택도 아닌 사회주택. 그것은 대체 무엇이 다른 집일까? 사회주택은 부동산 시장이 국민들의 정서를 뒤흔들고 있는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던질 수 있을까? '녹색친구들'의 김종식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012년 법인을 설립한 '녹색친구들'은 공공의 토지에 민간, 주로 사회적경제 주체가 집을 짓는 '사회주택' 건설, 공동주택 운영관리, 도시재생 사업 등을 하는 기업이다. 지난 2017년 마포 성산에 첫 사회주택 입주식을 했고, 현재 구로구 입주민도 모집 중이다. '사회주택'은 임대료가 싸다. 각 사업지마다 다르지만 첫 입주한 성산동 사회주택의 입주 공고에는 별도 테라스가 있는 37.42㎡의 임대보증금이 1억 4264만원, 임대료가 월 25만 4690원이라고 적혀 있다.('상기 원룸형 월세전환가는 시세의 50% 수준의 임대료,  투룸형 이상은 시세의 75% 수준을 반영한 임대료'라는 설명도 덧붙어 있다). 8년, 혹은 10년까지 거주가 가능해 주거 안정성이 보장된다. 완전한 공공사업이 아닌데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할까?


김종식 대표는 "사회주택은 민간과 공공 사이에 있는 제 3섹터라고 할 수 있다. 사회주택은 땅을 우리, 즉 시민의 것으로 만드는 사업"이라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사회주택의 의미에 사회주택의 특징과 역할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을 것 같았다.


김 대표는 사회주택의 의미에 대해 네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공공의 예산 절감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기관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공공임대주택에 비해 토지는 공공의 것이더라도 건축은 민간의 자본으로 하기 때문에 공공의 예산이 절감된다. "공공임대주택의 예산이 1억이라면 사회주택은 6500만원 드는 식"이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시설, 징수 중심인 공공임대에 비해 사람 중심이라는 점이다. 김 대표는 "우리 입주자들은 '입주민자치규약'을 만드는데 어떤 곳은 1년씩 걸려 만든다. 아파트도 '관리규약'이 있지만 그건 일방적인 관리를 위한 규약이고, 우리 규약은 본인들이 직접 참여해 정하기 때문에 즐겁게 참여하고, 잘 지키는 편이다. 그만큼  공동체에 대한 접근이 달라진다"고 했다. '녹색친구들'의 입주민들은 이제는 많이 사라진 반상회와 유사한 모임을 정기적으로 하기도 하고, 자주 모이다보니 서로 친하게 지낸다. 마을의 모습은 달라졌지만, 마을이 가졌던 공동체 역할을 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필요한 곳에 주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임대주택은 도심에 계속 지을 땅도 없다고 하지만, 사회적 편견도 크다. 그러다보니 자꾸 서울 외곽으로 나간다. 그런데 청년들이 일자리에서 멀고 아픈 분들은 병원과 멀어지는데 계속 나갈 수가 있나? 우리는 도심에 주로 짓고 있어 필요한 지역에 주택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설명은 땅이 시민의 것이 되는 공공토지 비축으로서의 의미다. 김 대표는 "최근 공공임대주택은 8, 10년이 지나면 분양을 하는데 이 부분은 공공, 즉 시민의 땅을 줄인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시민에게서 세금을 받아, 땅을 확보해야하는 공공기관이 땅을 다시 개인의 재산으로 돌리는 것은 결국 부동산이 시장 논리대로 움직이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녹색친구들'이 짓고 운영하는 사회주택의 경우, 토지를 가진 공공기관과 30년 혹은 그보다 긴 기간 토지 계약을 한다. 적어도 이 기간 동안은 땅 주인도, 집 주인도 주택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수혜자는 당연히 싼 임대료와 사람 중심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입주민이다. 시민 스스로가 우리 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사회주택이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즉 시민의 땅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 녹색친구들 창천동 외관. [제공=녹색친구들]

그의 말대로 사회주택은 여러가지 장점이 많다. 하지만 몇 사람만 이를 알고 끝난다면 그냥 이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김 대표는 "사회주택은 그 자체가 가진 본질적 가치와 힘 때문에 광범위하고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계속 이런 식으로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상황이 오면 결국 버블 붕괴로 경제가 힘들어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파탄을 책임져야하는 것은 우리다. 김 대표는 "그래서 우리의 역할을 사회주택의 장점을 극대화해 보여주고, 그를 통해 잘 홍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또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시민의 힘'이다. "시민의 힘이 강해야 일부 특권계층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흘러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실제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대체로 시민의 힘이 강한 나라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정권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과 관계 없이 사람 중심의 경제, 정치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믿음이다.


'녹색친구들' 이전 김 대표는 무역, 핸드폰 관련 사업 등 영리기업을 운영한 바 있다. 두 가지 모두 경험해 본 김 대표가 생각하는 사회적기업이란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나는 영리 목적의 사업도 해봤지만, 그 둘 자체를 가르기보다는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치, 미션, 설립취지를 이루기 위해 과정에 어떻게 그런 것을 반영하는지가 중요하다. 돈벌고 착하게 사는 것은 너무 늦고, 그를 반영해 성공했을 때 사회적 파급력도 더 크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인간이 소외되고 공동체가 파괴된 사회를 다시 세상의 주인을 사람으로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녹색친구들은 새로운 도전도 준비 중이다. "지리산 뱀사골 출신이어서인지 태생적으로 생태, 환경에 관심이 많다"는 김 대표는 집 자체에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동주택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이다. 재산으로서의 의미가 아닌 공동체의 한 부분으로서의 집을 다시 되살릴 수 있을까? 다양한 형태의 사회주택이 새로운 공동체를 살리는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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