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 줄게~ 보증금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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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 줄게~ 보증금 다오!
[기획] 안전과 환경오염의 주범 '플라스틱' 해법을 찾아라! ⑤
  • 2019.10.24 16:39
  • by 이진백 기자
10:29

"바다에 있는 미세 플라스틱은 현재 우리 은하에 있는 별보다 많다. 만약 현재 동향이 계속된다면, 2050년까지 우리 바다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게 될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의 말이다. (2018년 세계 환경의 날 기념 연설)

인간이 쓰고 버린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매년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파도 등에 잘게 부셔져 물고기가 먹게 된다. 플라스틱 입자를 먹은 물고기를 인간이 섭취한다. 인류가 버린 플라스틱이 생태계를 거치면서 다시 인간에게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인간에게 준 축복으로 여겨졌던 플라스틱이 전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다가왔다. 인류의 역사를 석기-청동기-철기시대로 나눈다면 현대는 플라스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 중 한곳이어서 플라스틱 사용의 부작용을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우리만의 문제를 넘어서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이어지기 전에 지구와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책임이다. 

라이프인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플라스틱의 사회적, 환경적 문제와 그에 대응하는 한국사회의 방식을 진단하고, 국내외 사례를 통해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고민해 보는 기획시리즈를 여섯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①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 인간에게 묻다
② '9%', '91%' 플라스틱 - 숫자로 보는 플라스틱 재활용
③ 플라스틱 문제 누가 해결하고 있을까? 
④ 플라스틱 재활용률? 단순하거나 없애거나
⑤ 폐플라스틱 줄게~ 보증금 다오!
⑥ 버려지는 플라스틱 '혼합 플라스틱'으로 해결하자

지난해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금지 여파로 전세계가 폐플라스틱 대란을 겪으며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확대됐다.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지난 10년간 42%나 증가해 2017년 3억 4,800만 톤을 기록했고, 버려진 플라스틱의 양은 2016년 기준으로 약 2억 4,200만 톤에 이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주요국 플라스틱 규제 동향과 혁신 비즈니스 모델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자연분해 되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주된 쓰레기로 인식되면서 2015년부터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의 사용 금지 및 제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단위의 규제까지 포함하면 현재 약 64개국이 플라스틱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그 예로 미국과 호주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비닐봉투와 스티로폼, 빨대 등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점차 규제 도입 지역이 증가하고 있다. 1998년 이래 지방정부 차원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해 오던 인도는 2016년 '국가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규정'을 제정해 국가차원에서 非퇴비성 비닐봉투를 금지했다. EU는 2015년 '비닐봉투 금지 개정 법률'을 발효했고, '순환경제를 위한 유럽의 플라스틱 배출 전략'을 2018년 1월에 공표했다. EU의 목표는 2030년까지 시장에 출시된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2017년부터 시행된 플라스틱 제품 인증 규정에 따라 대상 품목은 반드시 정해진 시스템에 등록하고 인증로고를 제품에 부착하도록 의무화했다. 플라스틱에 대한 제재가 환경보호를 중요시하는 유럽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케냐, 르완다, 모로코 등)와 아시아(방글라데시, 대만, 한국 등)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시행되면서 플라스틱 퇴출이 전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우리가 일상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의무적으로 감당해야 할 환경비용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오히려 경제활동 비용을 얻게 해준다면 어떨까. 현재 독일과 노르웨이 등 전세계 25개 나라가 자동 판매기형 수거기를 도입해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률을 높이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에 대응하는 '보증금 환불 제도'를 실시하는 몇 개국의 사례를 소개한다.
 

독일 : 보증금제도 판트(Pfand)를 아시나요? 높은 보증금 - 확실히 수거되도록 하는 시스템

독일은 플라스틱 병에 대한 보증금 반환제도(Deposit Return Scheme)와 포장재 관리를 통해 플라스틱의 사용을 규제하고 있으며, 최근 플라스틱을 포함해 포장재 재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강화했다. 

독일은 유리병 뿐 아니라 각종 플라스틱과 캔까지 수거한다. 그리고 독일 시민들은 줄까지 서가며 빈병을 반환한다. 빈병 반환금이 꽤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거리에 버려지는 쓰레기도 거의 없다.

독일은 2003년부터 소비자가 페트(PET)음료수를 구매할 때 0.25유로(약 320원)의 보증금을 지불하고, 빈 플라스틱 용기 반환 시 보증금을 돌려받는 보증금 반환제도(판트, Pfand)를 시행해 왔다. 독일의 빈병 보증금 반환 제도의 이름이기도 한 판트(Pfand)는 독일어로 '보증금'을 의미한다. 

▲ 필(必)환경시대의 지구수다 - '합리적인 보증금제도 자원순환의 첫걸음' 편 화면 캡처.

독일 사람들에게 판트는 일상이다. 거의 모든 마트에서 판트가 가능하고, 조금 규모가 있는 마트를 찾아가면 종업원에게 요청할 필요도 없이 빈병 반환기계(Pfandautomat)를 통해 수거하는 게 용이하다. 빈병 반환기계는 4만대 이상 독일 전역에 설치되어 있다. 페트병 보증금은 평균 0.25유로 약 320원이다. 꽤 큰돈이다. 6개 묶음 생수 가격이 2.15유로(약 2800원)인데 PET병만 가져다 주어도 1.5유로(1950원)이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빈병만 잘 모아가도 현금 없이 장을 볼 수 있다.. 

페트병 두께에 따라 보증금이 다른데 두꺼운 페트병보다 얇은 페트병의 보증금이 더 높다.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얇고, 수거가 어려울수록 보증금을 높게 책정했다. 이러한 판트 환급금은 1년에 무려 2300억원이다. 

▲ 필(必)환경시대의 지구수다 - '합리적인 보증금제도 자원순환의 첫걸음' 편 화면 캡처. 경우에 따라서는 빈병만 잘 모아가도 현금 없이 장을 볼 수 있다.

판트가 일상화 될 수 있었던 데는 상품 뿐 아니라 마트 내 가격표와 영수증에조차 일일이 기록되는 판트 내역의 역할도 크다. 마트의 음료 코너에는 진열된 상품 아래로 가격과 함께 판트가 얼마로 책정돼 있는지 일일이 적혀있어, 소비자들이 장을 보며 확인할 수 있다.

독일 정부는 판트 제도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즉각 보상을 지불하거나 구매시 할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능동적 재활용을 이끌어 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깨끗한 거리, 자원 재활용, 쓰레기 감소 등 환경적 효과도 있지만 판트는 재활용을 통해 환경을 살리자는 보편적인 접근 방식 대신 '재활용이 곧 돈'이라는 인식을 자리 잡게 했다. 덕분에 독일의 재활용률은 95%에 달한다.


노르웨이 : 플라스틱 병 97%를 재활용 

수십 년 동안 플라스틱 병 보증금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는 노르웨이는 플라스틱 재활용 분야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플라스틱 병 재활용 비율은 97%에 육박하고 있으며, 폐기율은 1%미만이라고 한다.

노르웨이에서는 수거기에 플라스틱을 병을 넣을 때마다 보증금 1크로네(약135원)를 돌려받는다. 노르웨이는 '인피니툼'이라는 기관을 통해 플라스틱 병을 가장 효율적이면서 환경 친화적인 방식으로 재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지 출처: https://bit.ly/2NKZaoN
The Infinitum recycling plant in Fetsund, Norway. Photograph: Elin Høyland/The Guardian

위 사진은 인피니툼의 재활용 플랜트에서 플라스틱 병을 처리하는 모습이다. 이곳에서 92%의 플라스틱 병은 품질이 높은 소재로 변환돼 음료수병으로 재사용되고 있으며, 일부의 경우는 동일한 소재를 이미 수십차례 이상 재사용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인도와 중국, 오스트리아 등의 국가가 노르웨이의 선례를 참고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91%의 플라스틱이 재활용되지 않고 있으며, 매년 8백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폐기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노르웨이의 성과가 엄청나 보인다. 미국의 경우는 플라스틱 병의 재활용 비율이 대략 30% 수준이며, 영국은 20~45% 수준이다.

노르웨이의 재활용 방법은 어떻게 다른 걸까? 노르웨이는 한 때 가치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던 플라스틱 병에 재활용 가치를 부여했다. 보통의 경우에는 오래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보다 새로운 플라스틱 생산이 저렴하다고 한다. 재정적 혜택 없이는 기업과 소비자들을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르웨이가 사용한 모델은 대여시스템에 기반한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플라스틱 병은 소비자 소유가 아니라 빌려서 사용한다는 컨셉이다. 소비자가 플라스틱 병을 구매할 경우에 약 13~30%에 해당하는 요금이 부과된다. 이 요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회수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자동판매기에 플라스틱 병을 반환할 경우에 바코드를 판독해 요금을 돌려 받거나 작은 가게나 주유소에 플라스틱 병을 갖다 주고 현금이나 포인트를 받게 된다. 가게 주인 또한 재활용 병에 대해 소액을 받게 된다. 이와 동시에 노르웨이 정부는 플라스틱 제조업체에 환경 세를 부과하며, 전국 단위로 재활용 비율이 95% 이상이면, 환경 세를 면제받게 된다. 95% 이상의 재활용 비율이 어려운 목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노르웨이는 지난 7년간 매년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캐나다 : 앨버타주 용기 재활용 제도(Alberta Container Recycling Fee) … 회수율 83%

캐나다 앨버타주(州)정부는 폐기물 관리 전략(Waste Management Strategy)의 하나로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에 보증금을 부과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앨버타주에서 판매되는 모든 음료 용기는 재활용 대상에 해당된다. 플라스틱 음료 병과 주전자, 알루미늄 캔, 플라스틱 코팅 용기, 유리병, 금속 캔 등 13만 개 이상의 음료 용기가 주정부에 등록돼 있다. 대상이 되는 음료(음료수・주류)의 용기를 미리 지정하고, 소비자가 해당 음료를 구매할 때 보증금과 부대 수수료를 먼저 내는 구조이다. 

재활용 용기 수집센터(Bottle Depot)로 명명한 사설 기관이 빈 용기의 반납과 보증금 환불을 담당하며, ▲소비자 직접 방문(소비자가 모아 두었던 용기를 수집센터에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 ▲픽업 서비스(요식업, 호텔 등 재활용 용기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는 수집센터가 반납을 대행하는 픽업 서비스를 제공) ▲보틀 드라이브(지역 공동체가 인근 수집센터와 협조해 직접 가정을 방문해 개개인의 용기를 수거하고 환불된 보증금을 기부하는 방식) 등의 방식으로 수거한다. 

주정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음료용기 관리위원회가 재활용 시스템 운영을 감독하며 해당 관리위원회가 승인한 복수의 용기 수집 업체에서 수집을 담당한다. 

용기별 보증금은 1리터 이하의 종이 또는 플라스틱 용기가 10센트(86원), 4리터 이하 1리터 초과의 종이・유리・플라스틱 용기는 25센트(215원)이다. 보증금 환불이 가능한 용기는 'Recyclable/Refund Where Applicable' 이라는 표기가 측면에 있으며, 관련 웹페이지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 음료 캔에 표기된 보증금 환불가능 표시.

앨버타주는 캐나다 내 다른 주와 비슷한 용기 재활용 제도를 운용 중이며 비교적 이른 1997년부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다른 주와 다른 점은 북미 최초로 우유 용기를 보증금 대상에 포함시켰고, 보증금 액수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또한, 다른 주는 대체로 보증금제도 적용 대상을 주류용기로 한정한 곳이 많다. 회수율은 83%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서는 페트병과 캔에도 보증금 제도를 도입해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률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1985년 맥주병과 청량음료에 대한 공병보증금제도가 도입됐다. 재활용이 가능한 페트병이나 금속캔은 보증금이 없다. 

지난해 중국의 폐자원 수입금지 조치로 재활용 대란을 겪으면서 빈병 외에 페트(PET)병과 캔에도 보증금 제도를 도입해 재활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현재 '빈병'에만 적용되는 보증금 제도를 확대하는 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유승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자원절약법을 발의하고 빈병 외에도 페트병과 캔 등 반복 사용이 가능한 용기에 대해 보증금 제도를 확대 도입하는 내용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보증금 제도가 도입되면 시골이나 공원, 강 등에서 플라스틱병이나 깡통들을 훨씬 적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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