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날 특집]사회적금융, 협력이 희망이자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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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날 특집]사회적금융, 협력이 희망이자 관건
금융의 날 맞이 하정은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제사업단 단장 인터뷰
  • 2019.10.29 11:03
  • by 김정란 기자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제사업단

사회적금융이란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자활, 돌봄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자금 수요자에게 대출이나 투자를 하는 금융을 뜻한다. 사회적금융이 일반 금융업과 다른 점은 경제적 이익보다는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에 있다. 지난 해 2월 정부는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 이상이 지났고, 이곳저곳에서 사회적금융 관련 포럼, 토론회 등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금융은 우리에게 낯익은 개념은 아니다. 사회적금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금융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돈이 필요한 곳에 돈을 지원한다는 사회적금융. 우리는 이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지난 2015년 발족한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제사업단은 1세대 사회적기업들, 그러니까 정말 1금융권 대출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사업 자금을 마련하느라 발을 동동 구른 경험이 있었던 이들이 자생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담보나 신용이 부족해 좋은 사업 아이템과 사회적 가치를 갖고도 사업을 지속하지 못하는 곳이 적어지도록, 조금씩 각출하는 형태로 자금을 모아보자고 해 시작된 곳이다. 공제사업단은 이런 사업에 좀 더 핵심적인 역량을 갖기 위해 재단법인으로 독립한다. 라이프인은 금융의 날(10월 마지막주 화요일)을 맞아 재단법인 '밴드'로의 독립을 앞둔 공제사업단 하정은 단장을 만나 우리나라 사회적금융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그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제사업단 하정은 단장 ⓒ라이프인

사회적금융이란 말조차 아직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쉽게 설명한다면 어떤 것인가?

사회적금융은 기존 금융이 역할을 하지 못한 부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말하자면 양극화, 빈곤 등을 이 상태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있어서 생긴 것이다. 관련 정책토론회 등 이 분야에서도 사회적금융, 임팩트금융, 포용(적)금융 등으로 사용하는 등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용어가 혼재돼 있다. 그래서 지금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듣는 분들의 이해를 위해) 방점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영리 금융이나 사회투자 등 포인트가 되는 부분을 자주 언급하게 된다. 영리 추구가 금융이 가진 문제점 중 100%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라서 이 부분이 100% 사회적금융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듣는 분들을 위해서는 방점을 찍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투자는 원래 정책 쪽에서 복지국가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대안적 개념으로 많이 사용했지만, 역시 방점을 찍는다는 입장에서 강조할 때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금융이 가지고 있는 워낙 막강한 이미지가 있어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이쪽을 강조해서 설명하자는 생각이 든다.

최근 DLF(파생결합펀드, Derivative Linked Fund) 사태나 보험사의 과다한 사업비 지출 등 일반 금융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사회적금융은 이들과 다를까?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보험이나 은행 등은 공공성을 갖추기가 힘들다. 이윤을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도 원래 가진 뜻이 있는데 그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돈을 맡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들이 (DLF나 보험사 사업비 문제 등) 저런 사례들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금융 중 공제를 예로 들면 가입자 본인이 공급자이면서 수혜자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공급자이기만 한 일반 금융에 비해) 거래 비용이 적다.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 금융과 차이가 나는 금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해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 등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한 현장의 의견은 어떤가?

어떤 정책이건 시행되고 나서 한동안은 대부분 체감도가 떨어진다. 그런데 사회적금융 분야는 체감도가 상당히 높다. 일단 사회적기업들이 대부분 보증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신보에서 보증을 해주다보니 대출은 이전에 비해 많이 받을 수 있게 됐다.

사회적기업에서는 이제는 투자를 해달라는 요구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아직 일반 금융 입장에서는 투자할만한 곳이 없다고 한다. 그들의 조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금융이 얘기하는 사회가치적 성과와 재무적 성과는 동시에 올라가기보다는 한쪽을 더 키우면 한쪽이 줄어드는 트레이드오프적 성격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런 부분은 일반 금융의 논리로는 해소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금융이 이런 부분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사회적금융 관련 조직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야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최근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보니 이전에 비해 돈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아직 이 돈을 받아 사회적기업을 직접 선정하고, 대출, 혹은 투자할 중개기관 육성이 잘 되었는지 사실 의문이 있다.

현재 금융이 가진 프레임에 사회적기업 재무재표를 갖다붙이면 투자 조건에 안 맞을거다. 그럼 이들을 지원할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이걸 통일하자고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면 안되지만, 사회적 합의는 필요하다. 특히 우리는 가치 평가 기준에 대한 논의를 끊임없이 해야 할 수밖에 없다. 일반 금융의 프레임에 있는 기준도 다 중요하지만 우선순위를 좀 더 가치지향적으로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럼 금융도 그에 맞춰 근간을 흔들 만큼의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도매기금 등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대출, 투자할 사회적경제조직을 직접 선정하고 지원하는 중개기관들을 잘 육성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회적금융의 양적 공급은 상당히 훌륭한 단계다. 이제 질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할 때다.

지금의 사회적금융은 대체로 사회적기업이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부분이 크다. 이런 경우 회수율 등 사회적금융 재원이 잘 쓰였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수치, 흔히 말하는 정량적인 부분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지 않나?

그래서 사회적경제에  투입되는 돈들을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원을 받은 기업이 다른 기업에 투자를 하는 방식 등 돈이 머무르지 않고 회전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이 있을 수 있다.

일반 금융과 사회적금융의 가장 큰 차이는 그 이익이 어디로 돌아가느냐다. 주주의 이익을 돌려줘야 하면 그것이 그 조직의 근간이 되고, 그게 일반 금융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다.

사회적금융은 결국 사회적가치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쓰이도록 회전하게 해야 한다. 사회적경제는 한 기업이 우뚝 서서 누구를 먹여살리는, 그런 개념이 아니다. 사회적기업이 규모적으로 성장하기보다는 그 사회적 가치를 확장하는 것을 이끌고 그런 부분을 측정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

제도적인 부분, 특히 공제의 경우 사업을 하고 싶어도 이를 실행할만한 법안 부재 등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회적금융 관계기관이 많다.

금융이라고 말하면 라이센스가 있는 기존 금융의 제도를 따라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혁신금융의 경우 지금 현재 금융라이센스를 가질 수 없다보니 대부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대부업이 갖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대부'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지 않지만, 가질 수 있는 라이센스가 그렇다보니 문제들이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

이런 부분을 해결하고 활용하기 위한 방안들을 연구 중이다. 일단은 재단의 경우도 재단 정관을 중앙정부부처 승인을 받는 등 법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신용협동조합 등으로 등록하는 등의 해결방안도 생각할 수 있는데, 현재 이 분야도 더는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한 걸음씩 나가면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러 난관들이 있는데 사회적금융은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을까?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인데 개인적으로는 최근 희망적인 신호가 여러 가지 감지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협력 부분이 가장 희망적이다. 사회적경제, 금융 분야에서 나타나는 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이 혼자서만 풀 수 있는 갈등은 없다. 여러가지 분야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협력이 너무 어려웠다. 네트워크라는 단어만 붙으면 성과 안 나는 사업으로 취급하는 면이 있었는데, 요즘은 사회적 협력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혼자 풀 수 있는 문제는 없고, 우리보다 잘하는 곳이 있으면 그곳과 협력할 수 있고 그런 것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10년 전과는 다르다. 특히 민간의 협력들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신호다.

공제사업단이 재단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어떤 것이 바뀌나?

일단 그동안은 열지 못했던 문호를 좀더 적극적으로 개방할 생각이다. 그간 여러 가지 문제로 자활, 협동조합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조직에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기존의 공제사업단은 주로 기업을 상대로 했지만, 재단으로 넘어가면서는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액 대출, 보험 등 여러 사업을 하려고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금융위원회 산하 개인공제분과에서 여러 단위가 같이 논의하고 있다.

비영리기관은 정책자금을 대출해주는 대행 성격이 있다고 본다면 공제사업단은 민간이 스스로 만든 자조기금이라는 의미가 있다. 공제사업단을 통한 금융은 납입을 하면서 대출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내 스스로 공급을 하면서 수혜자가 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금융기관처럼 대출심사를 하지만 재무적 가치 외에 사회적 가치 등을 심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필요한 부분을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을 연계 지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재단으로 가면서 이런 연계와 협력으로 사회적가치를 확장하는 사업들을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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