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정신병원을 어떻게 없앨 수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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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정신병원을 어떻게 없앨 수 있었나?
[볼로냐에서 배우다 ⑦] 취약 계층 고용과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타 베르데 사회적협동조합
  • 2019.11.18 10:52
  • by 정원각 상임이사(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06:44

경남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해외연수가 이번이 처음이니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많이 늦은 편이다. 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를 볼 수 있는 볼로냐 지역을 선정했는데, 일정은 참석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두 번의 강의와 다섯 곳의 현장방문을 진행했다. 주요 연수 내용을 정원각 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가 라이프인에 소개한다.


시타 베르데는 '그린시티'라는 뜻으로 취약 계층 고용과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혼합형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 협동조합은 1991년에 창립했는데 이는 이탈리아에서 정신병 환자를 더 이상 시설에서 관리하지 않도록 하는 바자리아법의 시행과 깊은 관계가 있다.

1978년 제정된 바자리아법은 '정신병원을 점진적으로 해체하고 환자들이 가족과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법'으로써 조금씩 시행 범위와 지역을 넓히다가 1998년에 들어서 국가 전체에서 실시됐다. 1983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정신병원이 없어지면서 그 동안 병원에 수용되었던 환자들이 병원 문을 나와서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고 지역사회에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가 2013년 한국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데 바로 '위 캔 두 댓(We can do that)'이다. 

▲ 시타 베르데 사회적협동조합을 소개하고 있는 관계자.

그러므로 시타 베르데는 바자리아법이 이탈리아에서 전면 실시되는 과정 속에서 볼로냐(볼로냐 시는 2015년 볼로냐 현에서 볼로냐 광역시로 승격됨) 시 지역에 있는 환자들을 볼로냐 지역사회가 포용하기 위해 만든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 지역에 있던 10여 명의 의사, 복지사, 지역활동가 등이 주축이 되어 과거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던 환자들이 원래 가족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노동을 할 수 있도록 '취약계층 일자리를 제공하는 B형'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28년이 지난 지금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A형' 자격도 가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성장해 혼합형이 되었으며 2019년 기준으로 직원 150명, 조합원 100명, 매출액 91억 원(2018년 기준) 규모의 적지 않은 규모의 사회적협동조합이 됐다.  

▲ 취약 계층 고용과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타 베르데 사회적협동조합.

시타 베르데 사회적협동조합이 걸어온 길을 잠깐 살펴보자. 1991년 처음 창립할 당시에는 Mondoverde(clean green – 깨끗한 녹색)라는 이름의 일반 협동조합으로 농업 분야의 일인 정원을 가꾸는 사업을 주로 했다. 1994년에는 취약 계층을 고용하는 B형 사회적협동조합이 되었고 1997년에 이름을 La Citta Verde(시타 베르데)로 변경했는데 이는 green-city(녹색도시)라는 뜻이다. 2004년에는 가구를 제작하는 사업과 장애인에게 교육을 하는 사업을 추가해 사회서비스 제공인 A형 사회적협동조합도 인가 받음으로 혼합형 사회적협동조합이 됐다. 

사업은 점점 성장해 2008년에는 크레바코레 지역에서 음식물, 나무 등의 생활 쓰레기 등을 자원으로 처리하는 시설을 인수해 자연 생태 순환형 사업도 시작했다. 2010년에는 페라라 지역에 있는 Terra Ferma 협동조합과 통합했고 2014년에는 페라라 시가 소유한 비닐하우스를 구입해 사회적 농업에도 진출했다. 2016년에는 폐목자재를 재처리하는 사업을 하기 위해 5백만 유로를 투자해 시설을 갖추고 사업을 확대했다. 이 5백만 유로 중에는 내부유보(70%), 조합원 투자(10%) 등이 포함되었으며 조합원에게는 2~3%(초기에는 3.5%)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시가 운영하는 농업 박물관의 청소 등 관리를 시작했다. 한편 협동조합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지원을 따로 받지는 않지만 중소기업의 자격으로서는 지원을 받는다.  

▲ 시타 베르데 사회적협동조합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 활동 이미지.

시타 베르데의 미션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와 사람의 변화에 따라 변한다. 궁극적인 방향은 Comune BENE를 건설하는 것인데 미션은 5년에 한 번씩 재정립한다. 현재의 미션은 2016년에 채택한 미션으로 첫째, 공동선을 추구하고 둘째, 노동을 통해 건강한 구성원이 된다는 의미로서 노동을 존중하며 셋째,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늘 혁신하는 것이다. 여기서 공동선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흔히 말하는 전체선과는 매우 다른 개념이다. 전체선은 한 사회 안에 100의 부를 가진 있는 사람과 0의 부를 가진 사람이 함께 있을 때 평균을 내면 50의 부가 나온다. 이는 기계적인 평균의 개념이다. 그런데 공동선은 곱하는 개념으로써 구성원 중에 한 사람이라도 0이 있으면 전체가 0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공동선에서는 배제를 없게 하고 포용하고 통합한다.

▲ 2018년 현재 시타베르데 사회적협동조합의 직원은 124명이다. 조합원이 81명, 비조합원이 40명, 기타 3명이고 조합원 81명 중에49.4%인 40명이 장애 또는 취약계층이다.

시타 베르데의 운영 원칙은 "첫째, 협동조합에서 일하는 사람은 지역사회와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둘째, 협동조합은 고객, 지역 주민 등과 신뢰, 협력 관계를 강화한다. 셋째, 협동조합은 혁신을 위해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대안을 연구하며 사회 진화에 적응한다. 넷째, 협동조합은 친환경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고 노동자의 건강한 삶을 추구한다" 등이다. 사업 구역은 거주 지역 중심으로 한다. 2018년 현재 124명의 직원 가운데 조합원 81명, 비조합원이 40명, 기타 3명이고 조합원 81명 중에 49.4%인 40명이 장애 또는 취약계층이다. 법에서는 30% 이상이면 된다. 시타베르데는 인턴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2019년 기준으로 27명의 인턴 가운데 7명은 탈락했고 5명은 채용, 15명은 계속 진행 중이다.  

▲ 시타 베르데 사회적협동조합 차고지.

이후 연수 참석자들 질의와 시타 베르데 관계자들의 답변을 정리했다. 시타 베르데가 사용하는 땅은 초기에 지방 정부가 무상으로 임대해 주었다. 이후는 자체 구입도 하는데 때로는 조합원들이 개별 보증을 서기도 한다. 태양광 전력은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자체 소모하는 전기를 충당하고 있다. 한편 수거한 생활 쓰레기는 낙엽, 목재 등 식물성이 30%이고 음식물이 70%인데 이들을 함께 90일 동안 퇴비로 만들어 다시 판매한다. 목재쓰레기는 펠릿으로 만들어 연료로 판매한다. 쓰레기는 수집해 자체 사용하고, 공원 정비는 입찰하며, 음실물 처리는 시설이 있는 기업에 지정 또는 입찰한다. 현재 시타베르데가 처리하는 생활쓰레기는 1만5천 톤으로 이 지역 쓰레기 발생량의 10% 수준이다.

세계 정신의학계가 주목한 이탈리아의 (프랑코) 바자리아법은 정신병 환자들을 시설에 격리, 수용하는 방법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로 나가 함께 생활하면서 치료하는 의미 있는 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정신병원 없는 사회가 가능하다는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수십 년 동안 연착륙하면서 지역사회가 커뮤니티케어를 함께 하면서 준비한 결과다. 이런 준비 없이 1960년대 말 시도한 미국은 퇴원한 정신장애인 대다수는 노숙인이 되거나, 영리시설에 집단으로 재수용됐다고 한다. 그리고 1970년대까지 시행하던 복지국가의 시설 복지, 획일적인 실시는 1980년대 들어서면서 지역사회, 가정이 함께 하는 복지, 맞춤형 복지 등으로 진화한다. 시타베르데 사회적협동조합은 거기서 더 나아가 장애인 스스로 존중받는 존재가 되는 자율적 인간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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