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헬스③] 금융이 본연의 역할을 되찾아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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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헬스③] 금융이 본연의 역할을 되찾아야 할 때
청년들의 금융건강, '미래'가 아닌 '오늘'에 투자할 때 가능하다
  • 2019.12.24 10:32
  • by 김민정 (크레파스솔루션 대표)
▲Financial Health는 모든 이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언제든 재무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재정건정성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이를 위해서는 금융이 현재와 미래가치, 기회와 자금을 연결하는 본연의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제공=크레파스솔루션]

금융의 역할은 무엇일까?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학생들이 세차례나 선정한 명강의로 유명한 미히르 데사이 교수는 2015년 MBA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마지막 강의에서 금융의 본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 바 있다. (그 마지막 강의는 국내에서 '금융의 모험'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회계와 대차대조표가 본래 성격상 정태적이고 과거 지향적인 반면, 금융이 가치를 평가하는 출발점은 이전에 성취한 것이나 지금 소유하고 있는 것이 진정한 가치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은 전적으로, 그리고 집요하게 미래 지향적이다. 오늘 존재하는 가치의 유일한 원천은 미래다."

'금융'하면 스프레드시트와 계산식을 떠올리는 요즘이지만, 금융 본연의 역할은 미히르 데사이교수의 말처럼 회계적 개념으로서 단순히 자산을 늘리거나 투자를 위한 것보다는 미래가치에 의거해 기회를 주는 것에 있다. 금융은 기회와 자금을, 현재와 미래가치를 연결해서 사회를 굴러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금융은 그렇지 않다. 일단 사람들은 금융거래 실적이 없으면 자금이나 기회에서 멀어진다. 특히, 청년층은 대출 받기가 무척 어렵다. 꼬박꼬박 입출금 거래해온 은행에서 '심사가 힘드니 다른 데 가봐라'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실제 국내외 금융사들의 신용평가 시스템은 대부분 장기 금융거래 실적을 기반으로 하는데, 청년층의 대부분은 금융거래기록이 부족하다 보니 첫 등급이 4~6등급으로 시작하는 저신용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은행에서 거절당해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20대 청년들은 고금리의 불합리한 '금융비용'을 감수하고 있다.

그런데, 은행에서 거절당해 대부업을 이용한 청년 대출자들의 100명 중 92명은 연체없이잘 갚고 있었다(출처: 금융감독원, 2019년 국정감사 자료). 현재 신용평가시스템이 이들 92명의 신용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으며, 은행 입장에서도 이들을 '블랙리스트'로 걸러내는 바람에 신규고객 창출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금융기관들이 획일적인 심사 시스템으로 인해 금융 기록이 없는 청년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게 만드는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금융'기관이 아니라 '회계'기관의 역할에 그치고 마는 대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레파스솔루션'은 그동안 130여 개의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인 빅데이터 처리, 머신러닝, AI 등으로 무장한 전문가들과 함께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대안신용평가 플랫폼, 'STEPS(Scoring Technology Enterprise Platform & Solution)'는 대출 지원자 개인의 속성을 다면적으로 평가해, 이들을 '화이트리스트'로 편입함으로써 보다 더 쉽게 신용 사회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전통적 신용평가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한다.

대안신용평가는 개인의 생활패턴에 기반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92명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설명은 간단하지만, 플랫폼 뒤에서는 복잡한 빅데이터 처리 과정이 진행된다. 모바일, 이메일, 설문지 등 다양한 데이터 포인트로부터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암호화 하여 플랫폼에 전송/저장하고, 예측력 있는 200여 개의 feature(판단근거 자료)를 생성한다. 그리고, 사회적 특성과 행동 특성 등을 감안한 변수들의 조합을 통해, 대안신용평가 점수를 산출하고 등급화한다. 이 모든 과정은 신청 정보를 입력하기 시작한 이후 몇 십 초 이내에 완료된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크레파스솔루션은 개인투자자와 청년대출자를 이어주는 P2P플랫폼, '청년5.5'를 운영해 보았다. 지금까지, 은행을 이용할 수 없었던 176명에게 금리 5.5%로 대출 하였고, 그 중 장기 연체는 2건에 불과했다. 또, 국내 6개 금융사와 함께 대안신용평가 기술을 적용해 본 결과, 기존의 신용등급 만으로는 거절했을 사람들 중에서 추가 승인하여도 될 만큼 리스크가 낮은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음을 검증해 냈다. 즉, 단순히 과거의 금융거래 정보 대신 대출지원자의 생활패턴과 성실도를 담보하여 잠재력과 미래를 평가하는 신용을 찾아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거절하기 위한 신용평가가 아니라 기회를 더 주기 위한 신용평가 체계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개인투자자와 청년대출자를 이어주는 P2P플랫폼 '청년5.5' ⓒ크레파스솔루션

결국 청년들에게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은 '시간', 바로 '오늘'이다. 그러나 많은 청년들이 당장의 '금융비용'을 감당하느라 꿈과 미래와는 먼 '오늘'을 소비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비용들이 청년들의 financial health, 재정건전성을 해치고, 나아가 삶과 미래를 가로막는 위험요소가 된다.

2019년 6월 말 기준 한국에서 20대 청년층이 대부업체 상위 20개사에서 이용한 신용대출은 5,942억 원에 이른다(출처: 금융감독원, 2019년 국정감사 자료). 이 금리를 5%씩만 낮춰줄 수 있다면 연간 297억의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저임금으로 환산하면 355만 시간이 넘는다. 이 시간을 청년 각자가 필요한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돌려준다면 어떨까?

누군가 청년들에게 필요한 '비용'을 투자해 준다면, 청년들은 더 가치 있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온전히 투자할 수 있다. 금융이 본연의 역할을 되찾아 청년의 ‘오늘’을 지켜준다면, 우리 사회는 결국 청년들을 통해 더 큰 가치를 돌려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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