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분야 주목할만한 성과를 분석하다(1) 협동조합(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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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분야 주목할만한 성과를 분석하다(1) 협동조합(上)
협동조합 분야 - 아이쿱생협, 안성의료복지사협
  • 2020.03.07 06:46
  • by 정화령 기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는 사회적경제 섹터의 출현과 그에 따른 성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지난해 국내 대표 우수사례 10건을 조사했다.(연구책임자 장종익 교수)

체계적으로 정리한 성과를 공유함으로 우리나라 사회적경제 분야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그 대표사례들을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소셜벤처의 세 가지 섹터별로 구분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협동조합 분야로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사회적협동조합 ▲해피브릿지 네 곳을 선정했다. 저자는 서두에 아이쿱생협과 안성의료복지사협은 '협동조합 소유형태의 장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는 혁신적인 제도와 규칙을 발견해 냈음'을 선정 이유로 들었고, 도우누리와 해피브릿지의 경우는 '노동자가 소유하는 기업 형태의 장점을 제도적으로 살리는 데 노력하여 협동조합형 비즈니스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2018년 아이쿱생협 그룹, 파머스쿱 그룹, 구례, 괴산 클러스터에 입주한 협력업체 협의회, 사회적경제기업/비영리조직을 아울러 SAPENet으로 정의했다. ⓒ아이쿱생협
▲ 2018년 아이쿱생협 그룹, 파머스쿱 그룹, 구례, 괴산 클러스터에 입주한 협력업체 협의회, 사회적경제기업/비영리조직을 아울러 SAPENet으로 정의했다. ⓒ아이쿱생협


1.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아이쿱생협은 강력한 네트워크를 통해 혁신을 거듭해온 점에 주목했다. 1998년에 7개 회원조합과 4개 준회원조합으로 출발하여 현재 전국 99개 지역생협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특히 안심하고 구매할 친환경 식품의 종류를 꾸준히 늘리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이 주체적으로 물품 개발 및 사업 운영, 새로운 사업 개발 등에 일상적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이 구축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2019년 8월 기준 총 6,039가지 품목을 취급하며, 구례·괴산 식품클러스터의 친환경유기농식품공방에서 제조하여 공급하는 물품 수는 565개로 전체의 약 9%를 차지한다. 가공과정을 통제하여 조달하는 방법을 통해 생협콜라, 사이다와 같이 어린이들에게 이롭지 않은 가공식품의 대체 물품을 만들어내는 성과가 높았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 괴산 자연드림파크. ⓒ괴산군


또한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농민 및 가공업체에 안정적인 공급처를 제공하고 연대기금을 운영하는 상생의 연결고리 또한 강조했다. 비수도권에도 생협조직 설립에 노력을 기울여 소외된 농촌지역사회의 활성화와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본 창출에 기여한 점에도 주목했다.

문화시설이나 프로그램의 혜택이 적은 남원, 해남, 상주, 홍성 등 지역에 전국 조합원과 직원의 연대로 문화센터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농촌지역인 괴산과 구례의 자연드림파크에도 개봉관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시설을 설치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역시 지역사회의 활력을 회복하여 도농간의 균형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이러한 성과가 나오기까지 자본조성과 사업 및 조직 운영에 조합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제도적 혁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연합회에서 사업을 집중수행하고 의사결정구조를 중앙으로 모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그 뒤에는 선출직 조합원 대표가 전문적인 직무수행이 가능하도록 상당한 교육연수를 진행하는 등 리더그룹을 탄탄하게 구축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조합원 리더 활동을 계량화하여 총량을 축적 기록하는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아이쿱놀e터' 라는 어플을 통해 소모임, 교육참가 및 물품활동, 지역연대, 생산자와 만남, 매장활동, 캠페인 등을 기록하고 그 성과에 따라 복지, 교육, 공정여행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도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사례이다.

주목할만한 성과 중 마지막으로는 필요에 따라 분야별 자회사를 설립해 사업의 효율성을 추구한 것을 꼽았다. 사업규모가 확장되면 필연적으로 의사결정이 쉬운 위계적 구조를 채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이쿱생협은 그 대신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회사 간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각 조직별 책임자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면서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협동조합에서 지적받기 쉬운 느린 의사결정구조를 개선하면서 경영자의 책임과 전문성을 발휘하는데 효율적인 전략이라 평가했다.

보고서에서는 설립초기 소비자 중심의 협동조합에서 적잖은 변화를 취해온 아이쿱생협은 앞으로도 더 큰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키워가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1인 가구 증가와 달라진 소비패턴에 맞춰, 현재 4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친환경식품 공급 전략에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대안으로 친환경농식품의 제조분야에 직접 진출하고 거기에 그린·힐링 투어리즘을 결합하였는데 이는 소비자조합원의 거주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일상적 운영과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 새로운 비즈니스에 비조합원의 이용이 늘어나며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정체성과 충돌할 수도 있는데, 이때 아이쿱생협네트워크의 본질에 대하여 재규정할 필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사업장이 협동조합에서 직접 운영이 아니라 연합회와 회원조합, 직원 등이 소유하는 하이브리드(hybrid)형태의 주식회사로 운영되는 만큼 협동조합의 관계, 지분소유 직원과 기타 직원과의 관계 등 여러 과제에 대해 전망하며 사례분석을 마무리했다.

 

2.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1994년 출범해 2019년 9월 말 기준 안성시 가구 수의 9%에 해당하는 6,270세대의 조합원이 가입한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6개 의원과 재가장기요양기관 1개, 검진센터 두 곳을 운영 중이다. 의료인 59명을 포함해 127명의 직원이 종사하며 의료사협으로는 드물게 안성에서는 두 번째로 큰 대규모 의료기관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의료서비스 분야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사례를 소개하며 ▲의료분야에서 의사와 환자 간 신뢰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과다한 거래비용과 ▲의료복지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이 있음을 설명했다.

안성의료사협에서는 위 두 가지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믿을 수 있는 좋은 의료서비스의 제공',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서비스 제공', '지역사회 주민 자치능력 향상'을 미션으로 설정했다. 이로 인해 조합원 입장에서는 믿을 수 있는 주치의가 마련되었다. 연구내용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대표적인 과잉진료로 볼 수 있는 '상기도 감염 항생제 처방률'과 ‘주사제 처방 빈도’가 전국의원 평균 대비 매우 낮다고 분석하고 있다.
 

▲ 안성의료사협 우리생협의원 항생제 처방률과 주사제 처방 빈도 추이. ⓒ안성의료사협 사회적회계 보고서(2016)


또 한 가지 효과로 건강한 삶의 실현을 위한 기회가 확장되었음을 강조했다. '마을 건강모임 만들기'에서 시작한 조합원 활동은 '보건학교'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고 이후 꾸준히 건강리더(활동가) 양성과 건강 관련 자조모임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1997년부터 2015년까지 양성된 조합원 건강리더는 600여 명, 1998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건강관련 자조모임은 1,200여 회로 총 12,6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질병관리를 위한 뇌졸중환자와 가족들의 건강자조모임인 해바라기 교실, 당뇨걷기모임, 치주만성질환자 모임 등 2018년까지 다양한 환자조합원과 가족이 참여한 모임이 730여 회 12,000명에 이른다.

그리고 의료인이 환자로부터 신뢰로 받아 높은 만족감을 얻은 효과와 더불어 의료사협이 조합원을 넘어서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성과로 들었다.
 

▲ 소모임 안내. ⓒ안성의료사협 소식지(2020. 1)


이는 오랜 시간 구축해온 의료인과 환자 간 신뢰와 조합원의 적극적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상담시간을 확보하고, 질병치료 이전에 예방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조합원 가입 시 가족의 건강력을 조사하여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건강상태를 살피는 '주치의 관리 사업'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안성의료사협에서는 앞으로 노령화의 심화와 정부의 커뮤니티 케어 정책에 따라 주민참여형 커뮤니티케어를 구상 중이다.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공공자원과 연계를 강화하고 타 의료사협과의 협력이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외부자원과 연계가 충분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에 어려움이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보건의료와 사회복지를 연계하는 새로운 모델에 정부와 지자체의 투자가 필요함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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