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노인학대, 영국의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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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노인학대, 영국의 대응은?
<기고> 영국 노인 학대의 실태과 대응_탁민영(영국 베드포드셔 대학 사회정책학 교수)
  • 2017.12.28 10:16
  • by 라이프인
탁민영 (영국 베드포드셔대학 사회정책학 교수)

노인과 아동은 공통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학대에 취약한 사회집단으로 분류되지만, 20세기 후반까지도 노인 학대는 아동학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아왔다. 그러던 것이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노인인구의 증가와 함께 학대를 경험하는 노인의 수 역시 증가하면서 노인 학대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으로 점점 늘고 있는 추세이다.

성인이 되어 학대를 겪을 가능성은 노년기에 접어들며 급격하게 상승한다. 그 예로, 금년 11월에 발간된 영국 국민건강서비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17 회계연도에 조사된 총 109,145건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학대 중, 63%에 이르는 69,265건의 피해자가 만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또한 ‘초고령 노인’으로 분류되는 만 85세 이상 노인의 경우는, 만 18-64세인 노동연령 인구에 속하는 성인보다 약 20배가량 학대를 당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영국 정부는 사회적 돌봄에 대한 정책 개혁을 담은 케어 액트 (Care Act 2014)를 발표하며 성인 학대 피해자에 대한 보호 (safeguarding)를 한 층 더 강화시켰다. 2015년 4월 1일에 발효된 케어 액트에서는 지역사회에서 일어난 학대사건에 대해 지방정부의 개입을 강화하고 공식적으로 지방정부를 학대사건 발생시 가장 우선적으로 문제를 보고받아 조사해야 할 책임 기관으로 명시했다. 기존에도 학대 피해자 보호에 지방정부 사회서비스 팀의 역할이 있었지만, 이번 케어액트로 인해 크게 달라진 점은, 지방정부마다 의무적으로 성인 학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위원회 (Adult Safeguarding Board)를 설치하게 해 관련기관과 전문가들의 정보공유와 공동해결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또한 인상적인 것은 단순히 신체적, 정신적, 성적, 금전적 학대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자기방임 (self-neglect)’ 과 나이, 인종, 성별, 장애 등에 근거한 차별적 경험까지 학대의 범주에 넣었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에서는 실무자들과 서비스 이용자들을 위한 공식 가이드라인을 발행했는데,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노인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지방정부들이 학대의 정의를 넓게 가지고 다각도에서 학대 사건을 살피도록 하고 있다.

이런 넓은 범주의 정의는 Action on Elder Abuse가 내린 정의와도 일맥상통한다. 영국내 유일하게 노인 학대에 중점을 둔 자선단체인  Action on Elder Abuse 는 1995년 영국 보건부의 지원(펀딩)을 받아 심층 논의를 거쳐 새로운 학대의 정의를 내렸다. 정의에 따르면 노인 학대는 ‘신뢰 관계 안에서 한 번 혹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노인에게 해를 입히거나 정신적 괴로움을 주는 행위 또는 적절한 조치의 부족’ 이며, 이 정의는 후에 국제보건기구(WHO)에 채택되어 현재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최근 4년 사이의 통계를 보면 영국 내에서 지방정부에 보고되는 학대 사건의 숫자는 매년 늘고 있는 추세여서 지방정부가 학대 문제의 해결에 있어 감당해야 할 몫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줄어드는 사회서비스 재정의 압박 속에 학대 사건 조사와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된 지방정부들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주목해볼 만 하다. 또한, 지금은 법이 발효된 지 채 3년이 되지 않아 아직 학대 관련 수치와 자료를 두고 정책의 성과를 논하기는 어렵기에, 장기적으로 케어 액트가 노인들의 삶의 질에 얼만큼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다.

/ 필자 탁민영 (영국 베드포드셔대학 사회정책학 교수, LSE대학 사회정책학 석사, Oxford대학 사회정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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