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민주주의, 돌봄을 위해 나를 속이지 않는 사회로 한 걸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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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민주주의, 돌봄을 위해 나를 속이지 않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보건복지자원연구원, 공개 세미나 '돌봄민주사회로 가기 위한 첫걸음은?' 개최
  • 2024.05.07 09:29
  • by 정화령 기자

사회에서 돌봄은 어떤 가치로 여겨지고 있을까? 돌봄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책임과 역할은 인정받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단법인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은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돌봄민주사회로 가기 위한 첫걸음은?'이라는 주제로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돌봄민주사회' 실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인 국가, 사회의 돌봄 책임과 역할을 재점검하고, 돌봄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방안을 공론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최 측은 "제22대 국회에서 반영해 줄 것을 기대하며 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라고 밝혔으며, 이날 참여한 조국혁신당 정춘생 당선인은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위한 숙제를 받아, 22대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 뭔지 연구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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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을 해도 슬퍼지지 않는 정치공동체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나상원 우석대학교 객원연구원은 "가정에 없어선 안 될 돌봄 주체들이 사회정치적으로는 결국 초라한 시민이 되고, 사회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다"라는 현실을 설명하고, 사회적으로 '누가 돌봄을 할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 공적인 사회적 타협과 토론이 있어야 돌봄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나상원 우석대학교 객원연구원. ⓒ라이프인

그는 돌봄을 기피하는 현상을 설명하고 이를 해결할 정치공동체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지금까지 돌봄을 하지 않는 사회인에게만 '일등 시민'의 자격이 주어진 사회적 조건도 꼬집으며 "경력 단절을 끊고 사회에 다시 참여하기 위해서는 이제 돌봄을 하지 않을 거라는 어필을 해야 한다. 나를 속이지 않고 주변에 눈치 보지 않을 조건에 관해 생각해야 한다"라는 문제의식도 풀어냈다. 돌봄이 삶에서 필수 불가결한 가치이지만 그동안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았고, 자유주의 안에서 불평등한 관계가 훨씬 많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돌봄을 하면 불리해진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 발전하는 과정 안에서 돌봄 주체의 요구사항은 포함된 적이 없다"라고 꼬집고 "일하는 사람은 일등 시민이고, 안사람은 이등 시민이 되어, 결국 돌봄을 하는 사람을 가두는 프레임이 형성됐다"라고 문제를 정리했다. 이제 떳떳하게 자신을 속이지 않고 돌봄을 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그가 주장하는 '돌봄민주주의'의 비전인 셈이다. 

나상원 연구원의 발표를 듣고 좌장을 맡은 주진우 (사)풀빵 노동공제연구소 소장은 "돌봄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사회를 운영하는 원리와 철학에서부터 돌봄을 찾아야 한다. 돌봄민주주의가 비록 생소한 개념이지만, 첫 출발점으로 삼아보자는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 이숙진 원장. ⓒ라이프인
▲ 이숙진 원장. ⓒ라이프인

이어서 이숙진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원장은 '돌봄민주주의가 해결해야 할 무급 돌봄노동의 보상 및 분배 방향'에 관해 발표했다. 이 원장은 "돌봄을 사회적가치로 인정하지 않으면 여성의 사회참여가 제한되고 빈곤이 지속되기에 UN에서도 돌봄을 인권 이슈로 정의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특히 무급 돌봄노동에서 여성 비중이 큰 점을 지적했다. 스웨덴, 덴마크 등 무급 돌봄노동을 하는 인원의 성별 비중은 5.5:4.5인데 반해 한국은 8.2:1.7이다. OECD 중 격차 1위이며, 이 차이는 지난 30년간 줄어들지 않았다.

가정에서 무급돌봄을 하면 적절한 사회연금을 적용하는 국가들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해, 60대에 돌봄이 끝난 여성이 다시 시장에 나와 노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금까지는 무급돌봄 노동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남성이 31세부터 47세까지 돌봄에 참여하는 데 반해, 여성은 25세부터 84세까지 돌봄을 한다. 84세가 되어야 비로소 돌봄에서 벗어난다는 이야기다"라며, 무급 돌봄노동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돌봄노동에 관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는 방법인 '크레딧 제도'를 제안했다. 현재 출산크레딧이 적용되어 둘째부터 12개월을 인정받지만,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짧고, 산전휴가와 출산휴가 기간은 제외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수급률이 매우 낮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앞으로 성별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돌봄 할 권리를 박탈당한 남성'이 돌봄에서 배제됐다는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도 이야기했다.

 

▲ 남우근 소장. ⓒ라이프인
▲ 남우근 소장. ⓒ라이프인

마지막 발제자인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돌봄노동자들의 노동 및 최저시급 기준'을 분석하고, 임금체계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근로 시간이 짧고 시간당 임금도 낮은 돌봄노동의 특징을 꼽았으며. 특히 방문돌봄 노동자의 임금수준이 낮다고 설명했다. 또한 저임금노동자 비율이 높아 평균 근속이 짧기도 하다. 

남 소장은 방문 돌봄노동에서 ▲이용자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야 하기에, 근로의 최소 기준이 보장되지 않는 점 ▲기관의 임금 개입 ▲이동시간과 교통비 미반영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시간제노동 등의 쟁점을 분류했다. 그리고 이러한 체계의 개선 방안으로 "적정 시급 책정과 경력 인정이 중요하다. 경력개발로 서비스 질이 높아지면 이를 반영한 임금체계도 개선돼야 한다"라며, 시급은 최저임금 대비 115~120% 수준인 실태생계비나 생활임금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근속기간에 따른 경력 보상과 교육 등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제 발표 후에는 세 명의 발제에 관해 송다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김영미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이 토론을 이어갔다. 이 주제에 관해서는 오는 6월 4일 오후 2시에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두 번째 세미나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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