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참사법' 통과 하루 전,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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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참사법' 통과 하루 전, '눈'이 내렸다.
[강찬호의 위험사회 아웃(32)] 법 통과 요구 항의농성과 본회의 표결 현장을 지켜보며
  • 2017.11.28 14:38
  • by 강찬호 기자
24일 국회 본회의 통과 후 유가족들이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사진 환경운동연합

세월호와 '안방의 세월호'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11월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약칭으로 '사회적 참사법'으로 불렸다. 이 법은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신속처리(패스트 트랙)법안'으로 지정돼 지난해 11월 발의되었고,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신속처리 법안의 처리 시한은 330일, 11월24일이 최종 시한이었다. 이날 본회의에서 상정돼 216표 중 찬성 162표, 반대 46표, 기권 8표로 통과되었다. 

이 법안이 통과되는 현장을 세월호 유가족과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족들이 국회 방청을 통해 지켜봤다. 그 현장에 함께 했다. 이 법안이 통과됨으로서 세월호는 1기 특별조사위원회(1기 특조위)에서 규명하지 못한 부분을 2기 특조위를 통해 밝힐 수 있게 됐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도 지난해 국회 특별조사위원회(특위) 활동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을 밝힐 수 있게 되었다. 이 법안은 9명의 특조위원으로 특조위를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특조위는 4개의 소위원회로 구성된다. 1소위는 가습기살균제, 2소위는 세월호, 3소위는 안전사회, 4소위는 피해자지원을 맡게 된다. 9명의 특조위원 추천은 여당이 4명, 야당이 4명, 국회의장이 1명을 추천한다. 특조위 활동 기간은 1년을 기본으로 하고, 1년 더 연장할 수 있어 총 2년이다. 120명의 직원을 둘 수 있다. 수사권은 없지만, 특검에 회부할 수 있는 등 1기 특조위에 비해, 권한이 더욱 강해졌다.

사회적참사법이 통과되기 하루 전 국회 본관 앞에서 노속 농성에 돌입한 세월호 유가족들. 사진 환경운동연합

이 법안의 통과는 순탄치 않았다. 당초 지난해 발의된 원안에서, 통과된 안은 수정안으로 통과되었다. 발의 당시의 여야 상황이 법안이 통과될 시점에서 달라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과 헌법재판소의 해임이 이뤄졌고, 이어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등장했다. 바뀐 정치적 상황에 맞게 법안은 수정돼야 했다. 국회 통과를 앞두고 416연대,416가족협회,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은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 2개월 간 거리서명, 광화문 집회 등 집중 캠페인을 진행했다. 주도는 416연대와 416가족협회가 했다. 11월18일(토) 오후1시 광화문을 출발해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까지 8킬로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유가족이 함께한 첫 공동행동이었다. 이어 11월20일(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족들이 안산 세월호 분향소를 찾아 분향하고, 세월호 유가족들과 연대의 간담회를 가졌다. 21일(화) 국회 앞에서서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고, 거리서명 결과와 사회적참사법에 동의하는 국회의원 인증샷 결과를 국회에 전달했다.

이어 11월23일(목)부터는 국회 본관 앞에서 1박2일 항의농성이 전개됐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텐트를 펼치고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23일 국회 여야협상 과정에서 타협안을 두고 법안의 내용이 후퇴하고 있다는 내용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타협안을 통해 수정안의 내용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노숙농성을 통해 유가족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담은 사회적참사법 수정안이 반드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유가족 대표단은 23일 오전 9시30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면담했다. 사회적참사 법안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확정적이지 않은 모호한 답이 오갔다. 항의농성은 자정으로 이어졌고, 밤늦게 올해 첫눈이 눈답게 내렸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족들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본관 앞에서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 환경운동연합

당초 1기 세월호 특조위나 가습기살균제 국회 특위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자유한국당에 대해서, 유가족들은 불신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 대해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국민의당의 행보가 모호했기에 긴장감이 감돌았던 것이다. 만약 국민의당이 법안을 틀면, 통과는 어렵다. 국회의원 인증샷을 받은 결과로 보면 통과는 가능하지만, 실제와는 다를 수 있는 우려가 있었다. 23일 인증샷을 통해 이 법안에 찬성한 152명의 국회의원 명단을 공개하며 별도로 기자회견을 갖고 통과에 압력을 가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만약에 대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 것이고, 유가족들은 철야 노숙농성으로 의지를 전달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하고, 또 수정안을 통해 본회의 준비를 해 온 박주민 의원과 의원실도,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두고 대비했다. 동시에 국민의당 협상대표단과 막판까지 조율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23일 자정 즈음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국민의당과 최종안에 대한 의견 접근을 보았고, 이를 근거로 최종 협상안을 마련했다. 세월호, 가습기살균제 유가족대표단과 박주민 의원 등은 자정을 넘겨, 새벽 2시경까지 안을 마련하고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24일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당은 9시30분 의원총회를 열고, 이 법안에 대한 당론을 정했다. 그 직전까지 최종안에 대한 조율이 진행됐고, 의총에서 당론이 정해졌다. 국민의당 입장이 정해짐으로서 큰 줄기가 잡혔다. 이제 현장에서 가결되는 것을 감시하고, 지켜보는 것만 남았다. 자유한국당이 어떤 변수로 나올지 등. 

국회 본관 앞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들이 사회적참사법 통과를 환영하며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 환경운동연합

24일 오전 11시경 세월호, 가습기살균제 유가족 100여명은 본회의장 방청석으로 이동했다. 각 상임위에서 회부된 법률안건들이 상임위 별로 상정되고, 제안설명을 들은 후, 처리되었다.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 맨 마지막 안건으로 사회적참사법 안건이 상정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법안을 상정했고, 자유한국당 정유섭(인천 부평갑) 의원이 반대 토론을 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이어 찬성토론했다. 정세균 의장은 추가 토론을 받지 않겠다며, 바로 표결에 붙였다. 표결 전 자유한국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여야 3당간 합의노력이 있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반대하기로 해 공동발의에서 빠진다고 입장을 밝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 일부는 표결을 앞두고 자리를 이석하는 등 노골적인 반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결과는 박주민 의원의 수정안대로 통과됐다. 방청석에서 환호와 박수소리가 나왔다. 몇몇 세월호 유가족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고, 언론의 카메라 후레쉬가 터졌다. 법안 통과 후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유가족들은 국회 본관 앞에 모여서, 뒷정리를 했다.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최종 결과에 대한 보고회를 진행했다. 긴박한 1박2일의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 대표로서,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옆에서 지켜 본 세월호 유가족들의 모습은 자랑스러웠다. 따뜻함과 강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회적참사법 일등공신은 세월호 유가족들, 그리고 이들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416연대와 박주민 의원과 의원실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안방의 세월호 문제로 싸우고 있는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넷이었다.

그리고 발언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대로된 진상규명 없이, 제대로된 피해구제와 재발방지 대책은 있을 수 없다. 그동안 피해구제법이 반쪽짜리인 이유이기도 하다"고 외쳤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전과 이후, 우리 사회는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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