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 Re: 사회연대경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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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기획] Re: 사회연대경제로
  • 2023.12.28 12:00
  • by 윤모린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성장지원팀장(사회적경제학 박사)
▲ 윤모린 팀장.
▲ 윤모린 팀장.

1997년 아마도 IMF 사태라고 이야기되던 그때라고 생각된다. 1980년대 지구 반대편에서 시작된 신자유주의와 구조조정의 거친 물결이 한국 사회를 덮쳐 결코 쉽게 회복될 수 없는 생채기를 낸 후 그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앞만 보고 달리기 시작했던 그때라고 생각된다. 동시에 '사회'가 무엇인지, 속함과 공동체, 연대, 그리고 사회적경제가 무엇인지, 그 전통을 우리 삶 속에서 다시 끄집어내 점차 알아나가며, 모이고 실천하고 노력하느라 더 많은 시민이 움직였던 것도 그 이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흡사 코로나19를 겪으며 '기저질환'이라는 게 뭔지 그게 우리를 얼마나 더 힘들게 하는지 알아갔던 것처럼, 2023년 한국 사회의 '기저통증'이라 부를 만한 경제 양극화, 불평등은 더욱더 악화일로에 있지만 한국의 사회적경제가 마주한 현실은 사회적경제 정책의 축소와 실종이다. 필자의 단견이나마 사회적경제가 지나온 2023년을 떠올려 본다. 

그간 사회적경제는 국가와 시장으로부터 자율적 연대의 실천을 통해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응하는 활동을 해왔다. 사회적경제 제도를 통한 도입기(1997~2011년)를 지나 사회적경제기업의 생태계를 조성해 나간 '사회적경제 1.0(2012~2018년)', 나아가 사회적경제 2.0(2019~2022년)이라 부를 수 있는 지난 3~4년에는 시민들의 생활문제를 사회적경제의 협동과 상호돌봄의 방식으로 해결해 보고자 노력해 왔다. 

2023년에도 연대와 제도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대내외적 진전이 있었다. 1월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신년회를 시작으로 3월에는 사회적경제 생태계 종합 인프라를 지향하는 사회적경제 혁신타운이 전북 군산과 경남 창원에서 잇따라 개소하였다. 서울 사회적경제의 중심이 떠나가고 축소되는 시점에서 지역의 사회적경제 혁신 타운의 건립은 또 다른 희망이었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설립은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경제 전담조직을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으며 출범하였다. 4월에는 유엔이 만장일치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Promoting the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을 채택하여 사회연대경제의 제도화의 교육, 다양한 비즈니스 지원과 역량 및 정책개발을 종합적으로 활성화할 것을 천명했다. 6월에 개최된 제5회 사회적경제 박람회(부산 벡스코)는 전국에서 5만 명이 참여하였고, 사회적경제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자생, 그리고 복원의 의지를 되새긴 즐거운 축제의 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과열된 경쟁과 정책 실종, 예산 감축, 일자리 상실, 무기력함, 각자도생 등 위기의 수사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았던 한 해였다. 지난 9월 1일 고용노동부의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2023~2027년)'을 시작으로 사회적경제 예산 삭감 계획이 발표되었다. 현장과 중간지원조직은 흔들렸다. 사회적경제 예산 원상복구를 위해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되었고 사회적경제기업, 연합체, 연대회의 등 각각의 주체들은 예산복구를 위해 노력했지만 축소와 삭감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어떤 목소리는 코로나 이후 국가이익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냉혹한 국제질서, 시장과 국가에 포획된 시민적, 사회적 삶, '각자도생'이라는 생존의 화두에 사회적경제 또한 압도당하고 있으며 연대와 협력도 각자가 살아남았을 때 가능하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인 견지에서는 사회적경제의 기반을 흔들었던 정치가 지나고 나면 더욱더 사회적경제의 주체가 공공화되고 민간 중심의 연대와 협력체계가 자라났다.

바라건대 사회적경제가 시민들과 함께 인식의 지평을 넓혀가면서 우리 시대 삶을 성찰 속에서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회적경제가 시민들의 삶 속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미쳤는지 '우리들만의 리그'는 아니었는지 질문하고 토론해야 한다. 성장에 대한 집착으로 점철된 경제, 뭐가 균형인지도 모를 기득권들만의 축소 경제, 이웃을 이기려는 경쟁에서 서로의 삶의 질을 높이는 협동으로의 전환, 지역에 뿌리를 둔 지역 사회문제의 의제화, 해결을 위한 솔루션 중심의 네트워크 구축을 서로 격려하고 지치지 않으면서 추진해 나갔으면 한다.

다시(Re:) 사회연대경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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