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8일, 우리는 국회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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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8일, 우리는 국회 앞에 섰다.
[강찬호의 위험사회 아웃(8)] 문재인 정부에 이어 국회에 문제 해결 재촉구 캠페인 전개
  • 2017.05.21 23:24
  • by 강찬호
5월18일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7년5월18일(목). 온 국민의 시선은 광주로 향했다.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맞이하는 첫 5.18이었다.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집무를 시작한 지 불과 일주일 남짓 지나지 않아 맞이한 5.18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5.18기념일 현장을 찾아 유족을 뜨겁게 안아 주었다. 감동적으로 연설했다. 많은 국민들이 이날의 연설과 장면들을 인상 깊게 지켜봤다. 기념식 참석은 민주정부의 계승을 확인하고,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전통성을 회복하는 일이었다. 5.18정신을 헌법에 담도록 하겠다는 것은 그 연장에서 추진되는 귀결이다.

이렇듯 2017년5월18일, 모든 시민들과 언론의 시선이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518 당일이라고 하는 특수성이 더해져 광주 518기념 행사장으로 쏠렸다. 당연하고 마땅했다.

이날,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와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가습기 전국넷)은 평소대로 자리를 지켰다. 매주 목요일 낮 12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옥시불매시즌2’ 캠페인(이하 캠페인)을 전개하는 날이다. 캠페인은 주로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이뤄지고 있다. 여의도 옥시 본사 앞도 월 1회 집중캠페인 장소이다.

5월18일 목요일은 당초 광화문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국회 앞으로 변경했다. 지난 주 목요일에 광화문에서 집중캠페인 방식으로 새로운 대통령에게 문제해결을 촉구했으니, 그 연장에서 국회가 문제해결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마침 5월16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있었고, 우원식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신임 우원식 대표는 20대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특위’ 위원장을 맡아 적극적으로 활동해주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관련 시민단체들의 신뢰가 높고, 그 만큼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달라진 국회 상황에 따라 5.18이라고 하는 특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국회 앞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곳에서 “국회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해결에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이어 보도자료와 기자회견문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상황에 대해 거는 기대를 밝혔고, 국회의 역할을 주문했다.

“대통령을 바꾼 지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나라가 바뀌고 있습니다. 하나 둘씩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가습기 살균제 참사도 제대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지난 4월 30일 현재 정부에 신고된 피해 사망자만 1,181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피해 규모 최소 추산의 10%에 불과합니다. 이 같은 대참사에도 지난 박근혜 정부는 참사 피해 규모를 축소하려 애썼고, 피해 구제에도 소극적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재조사와 진상규명을 약속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입니다.”

“다행히 이제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 우원식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해결을 위해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 원내대표가 지난 해 국회의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매우 적극적으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이끌었지만,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방해와 반대로 정부의 책임과 사과를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책임이 큰 옥시레킷벤키저의 외국인 사장과 임원들 그리고 영국 본사 책임자들을 우리 국회의 청문회장으로 불러 오지 못했습니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연장하려 했지만 이 또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습니다.(중략)”

지난 국회 상황은 박근혜 정부와 당시 국회 여당인 새누리당의 소극적 태도로 가습기살균제 문제해결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진상규명도 미흡했다. 피해자대책과 재발방지 대책은 국회 특위 차원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시간이 부족했다.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특위 연장에 긍정적 입장이었지만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반대했다. 정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어디까지 이뤄진 것인지, 감사원은 감사를 제대로 한 것인지 등 알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책임 인정과 사과를 받기는 어려웠다. 가해기업들에게 진정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방안을 받아 내는 것도 어려웠다. 다국적기업의 이중기준 적용과 행태에 대해 책임을 묻고 사과를 받는 데에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가피모와 가습기넷이 새로운 대통령과 국회에 대해 다시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이유였다.

우리들은 요구했다.

“(새로운 정부에서) 이제 각 부처의 책임자들이 모두 바뀌면 감사원으로 하여금 정부의 문제점을 낱낱이 짚어내고 정부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더불어 검찰은 재수사하고 국회는 국정조사를 다시 벌여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는 만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대참사에 대해 설립 목적에 따른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2016년 8~10월에 반쪽짜리로 그쳤던 국정조사와 청문회의 나머지 절반을 채워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엉터리 피해 대책을 물리고 제대로 된 대책이 나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회가 앞장서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문제 해결의 원칙을 확인했다.

“국회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억울하게 스러지고 고통의 나날을 보내며 '이게 나라냐' 피눈물로 외쳐야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약속했듯 너무나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가가 제대로 보듬어야 합니다.”

이어 6월5일 환경의 날을 맞아 기념식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피해자들을 비롯한 환경 피해자들을 초대해 이들을 위로하고 그간 정부의 잘못을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초여름 더위로 넘어가는 5월의 한 복판 땡볕아래서 다음과 같이 외쳤다.

“우리의 요구

1. 국회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국정조사 다시 하라.

2. 각 정당은 가습기 살균제 특별위원회 재가동하라.

3. 정부와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재조사하라.”

문재인 정부는 5월18일 '5.18'의 역사를 복권했다. 이제 민주정부는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해 가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문제 해결은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막는 일이다.

이날 모처럼 기자회견에 기자들이 서있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된 기자회견에는 늘 기자들이 취재를 왔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 기자들이 없었던 것은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온 국민이 문재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5.18’이 다시 민주화운동의 역사로 복권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취재진들이 우리들의 캠페인 현장에 ‘있고 없고’로 따질 수 있는 날이 아니었다.

동시에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문제해결은 518 정신을 잇는 또 다른 역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포기하다시피 한 문제를 다시 수면위로 올리고 처음부터 제대로 문제해결 원칙을 세우고, 마무리 짓는 정부의 노력은 민주정부의 올바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슈와 과제들이 문재인 정부 앞에 높여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도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할 ‘주요 숙제’이기를 지난 주 목요일 캠페인에 이어, 이날 캠페인에서 다시 요구하는 이유였다.

우리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 해결이 ‘첫 번째 과제’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것은 당사자 입장에서 당연했다. 그리고 절박한 피해문제 해결과 함께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막는 최선의 장치 마련은 곧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건너가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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