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in 한국] '도우누리'에서 상상하는 한국 복지의 개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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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in 한국] '도우누리'에서 상상하는 한국 복지의 개혁 (1)
  • 2024.04.16 10:00
  • by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1. 한국 복지의 동맥경화

 

1) 낮은 복지체감성

한국은 일관되게 복지를 확대해 왔다. 보수/진보 정권 모두 그렇다. GDP 대비 공공사회지출 비율은 김영삼 정부(93-97)가 2.8%에서 3.4%로, 김대중 정부(98-02) 4.7%, 노무현 정부(03-07) 6.8%, 이명박 정부(08-12) 8.3%, 박근혜 정부(12-17) 10.1%, 문재인 정부(17-22) 14.7%로 증가일로였다. 

국민연금(1988년 시행, 2021년 300만원 급여자가 20년 납부하면 65세 이후 월 65만원 지급), 건강보험(1989년 전국민 확대, 2021년 보장률 64.5%), 고용보험(1995년 시행, 실업 직전 평균 급여의 60%, 최대 185만원, 총 11회 지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2000년 시행, 2023년 4인가족 생계급여 162만원), 근로장려금제도(2009년부터 지급, 2023년 맞벌이 가구에게 연 330만원 지급), 장애인 연금(2010년부터 시행, 배우자가 있는 중증장애인에게 195만원 지급), 기초노령연금(2014년 시행, 2023년 연금액은 32만원) 등 시행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대상의 보편성, 급여의 적절성, 전달체계의 공공성 측면에서도 상당히 진일보했다. 2016년에서 2021년까지 아동수당 수혜(0명에서 248만명), 고용보험가입자(1266만명에서 1456만명), 노인요양/돌봄서비스(80만명에서 121만명), 기초생활보장 대상(174만명에서 235만명), 근로장려금 대상(157만 가구에서 436만 가구), 장애인연금 수급률(69.4%에서 71.6%), 건강보험보장률(62.6%에서 64.5%로), 국공립어린이집(2859개에서 5424개), 위기가구 발굴(8만명에서 48만명), 찾아가는 상담 건수(255만건에서 311만건) 등 복지 확충의 속도는 무척이나 빠르다.

이대로 간다면 몇 년 내 최소 OECD의 중간 정도의 복지예산 지출 수준은 된다. 사적으로 사용되는 복지 지출까지 포함한다면 그 지출은 훌쩍 커진다. 그런데도 우리 복지 체감도는 무척 낮다. 그러니 너도나도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빈번히 제기한다. 

그러나 복지예산을 늘리면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인가? 그리 간단치는 않다. 시스템이 잘못되어 있다면 예산 증액은 거대한 낭비의 블랙홀에 빠지는 것과 같다. 대체 우리의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인간의 혈맥에 비유하면 복지 전달의 심장/대동맥, 중동맥/세동맥, 모세혈관. 그 어딘가에서 '경색'과 '박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2) 복지 전달의 심장/대동맥

심장과 대동맥 차원에서 살펴보자. 심장은 복지에 대한 장기비전, 대동맥은 복지의 기본 전달체계를 말한다. 한국의 복지는 크게 사회보험, 생산적 복지(일부 기초부조), 사회서비스로 나누어져 있다. 현실은 3가지 대동맥에서 기능장애가 벌어지고 있다. 

사회보험의 중심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이다. 국민연금은 저출산 기조를 감안하면 기금 고갈이 명확하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1998년 70%에서 60%로 낮추었고, 2007년의 개정으로 2028년까지 40%로 줄이고 있다. 수급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늘렸다. 그러나 2030년대 중후반에는 적자로 전환한다. 2050년대에는 기금이 완전히 고갈된다는 것이 지금의 계산이다. 일본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2003년 소득대비 13.6%에서 2017년 18.3%로 인상했다. 독일은 18.7%, 미국은 12.4% 낸다. 우리나라는 1988년 3%, 1993년 6%, 1998년 9%로 오른 이래 24년째 9%를 유지하고 있다. 건강보험도 2030년 31조원, 2040년 678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더 내거나 덜 받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혁은 여전히 더디다. 

또 다른 대동맥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도 문제가 많다. 근로 능력이 있으면 자활 노동을 전제로 하며, 없어도 기초적인 생계/주거/교육/의료급여가 제공된다. 그러나 액수가 너무 적어 최소한의 인간 삶도 보장하지 못한다. 2024년 1인 가구의 생계급여는 최대 713,102원, 주거급여는 356,552원이다. 65세 이상이면 334,810원의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이 정도라면 실제로는 쪽방 생활도 버겁다. 우리는 열악한 쪽방에서 수많은 기초수급자를 발견한다. 그나마 그것도 못 받는 사람 천지다. 자격인정을 위한 서류의 번잡함, 신속하지 못한 절차 때문이다. 

문제가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개혁방안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것이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을, '누구에게나', '무조건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이들이 이상으로 삼고 있는 지표, 국민소득의 1/4을 지급하면 국가 예산을 다 투입해야 한다. 게다가 지금의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기본소득을 도박과 음주로 탕진했다면, 식량과 의료를 제공 안 할 것인가? 국공립어린이집은 운영 안 할 것인가? 전국민 대상으로 불가능하니, 청년배당, 농어민배당 등 수많은 아이디어가 난무한다. 액수가 적어질 수밖에 없으니 기본소득은 기본용돈으로 전환된다. 우리 복지의 기본 골간은 무엇일까? 비전과 방향성에 대한 합의가 없다는 차원에서 복지의 '심장' 기능이 지극히 약화 되어 있다. 

 

3) 복지 전달의 중/세동맥

복지는 대동맥을 따라 중/세동맥으로 이어진다. 사회서비스 영역이다. 사회서비스란 "상담, 재활, 돌봄, 정보의 제공, 관련 시설의 이용, 역량 개발, 사회참여 지원 등을 통하여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사회보장기본법, 3조).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핀포인트' 전략으로 잘만 운영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정책이 너무 복잡하고 난삽해진다. 취약계층 개개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판단해야 하고, 서비스 전달을 위해 거대한 관료체계가 유지된다. 거의 모든 부처에서 청년/노인/장애인/여성/지역발전/주거 등 정책을 토해낸다. 정책 연구기관과 관련 학자들은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설익은 정책을 써 내려간다. 전체 정책이 몇 개인지 아는 사람은 없다. 바로 옆의 담당자가 무엇을 하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이 많은 정책이 정부 보조금과 연동된다면 상황은 더욱 한심해진다. 보조금 목적의 형식적이고 허황된 피피티가 난무한다.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강조하니 건물/시설투자에만 집중된다. 종합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주거복지센터, 청소년센터 등 수많은 시설이 생겨나고, 그 시설을 운영할 조직도 탄생된다. 그러나 각 시설과 조직은 게토화되고, 다른 곳과의 연계도 부족하다. 연계할 '내적' 동인이 없기 때문이다. 노인에 여성에 장애인이면 어느 시설을 이용해야 하나? 청소년에 장애인은 어디로 가나? 복지 전체가 '관료화'되고 '파편화'된다. 

그래서 복지의 통폐합은 항상 논의된다. 듣기좋은 '수요자중심주의'라는 표어는 사방에 붙어 있다. 그러나 실현되기 어렵다. 사업 담당의 공무원과 감시 주체인 시민사회는 자금/조직/정보 모든 면에서 격차가 크다. 일시적으로 개혁이 성공한다 해도 금방 후퇴한다. 정치권과 관료는 무엇이든지 개입하고 지배하려는 욕망이 강하기 때문이다. 

 

2. 모세혈관의 건강함: 도우누리 이야기

이제 복지의 '모세혈관' 이야기를 해보자. 모든 복지는 사회복지사와 복지종사자, 그리고 자원봉사자에 의해 최종적으로 전달된다. 복지의 체감도가 낮은 이유는 이곳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복지전달자의 낮은 처우를 강조한다. 사회복지사 처우는 법('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에 관한 법률')으로 정해진다. 2023년의 기본급 기준 과장급 20호봉은 월 3,914,900원이다. 동일 수준 공무원의 95% 정도다. 공무원연금 대상 밖이라는 불만도 있다. 그러나 사회 통념상 낮은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장의 복지 체감도는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이 이야기를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의 설명에서 이어가자. 

 

1)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광진구에 본부를 두고 있는 도우누리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2023년말 기준 825명의 직원이 있다. 그중 619명이 조합원이다. 조합원 중 일부가 대의원으로 활동한다. 조합원 15명당 대의원 1명이 선출되며, 단위별 최소 2명 이상 분배된다. 2024년 4월 1일 현재 대의원 숫자는 62명이다. 이들이 이사를 선출한다. 이사회는 이사장 포함 14명이다. 직원조합원이 12명, 기타 외부조합원이 2명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이기에 형태상으로는 직원, 이용자, 후원자 모두 가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조합원의 압도적 다수는 직원이다. 직원이 퇴직하면 후원자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 도우누리 조직체계(2024.4.1.일 현재). ⓒ수요세미나 민동세 이사장 발제문(2024.4.3.) 중
▲ 도우누리 조직체계(2024.4.1.일 현재). ⓒ수요세미나 민동세 이사장 발제문(2024.4.3.) 중

도우누리 사업의 중심은 늘푸른돌봄센터다. 노인에 대한 방문요양과 방문목욕, 주야간 보호서비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모든 것은 '노인복지법'에 명시되어 있거나, 보건복지부의 사업명으로 별도의 정부예산이 책정된다. '방문요양서비스'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재가노인에게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주야간보호서비스'는 "가족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심신허약/장애노인을 주간 또는 야간 보호시설에 입소시켜 필요한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노인복지법 38조). 이들 모두는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사람 대상이다. 

「2023년 늘푸른돌봄센터 광진 사업보고서」를 보면 '방문요양'으로서 사회복지사가 월 1회 이상 자택에 방문했고 월평균 97명이 이용했다. 그중 1명에 대해서는 방문목욕을, 3명에 대해서는 통합돌봄서비스(방문요양+방문목욕+주야간보호)를 제공했다. 예산은 14억3천만원이었다. 이용자 80명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는 93.4%로 아주 높았다. '주야간보호서비스'는 '공유공간 돌봄'에서 매일 2번의 신체증진, 1번의 인지증진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각종 지역행사에도 참석한다. 22명이 서비스를 이용했으며, 예산은 3억2천만원이었다. 

그 외 65세 이상 노인(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 대상으로 '노인맞춤돌봄서비스'가 제공된다. 여러 집단활동(숲체험, 김치담구기, 건강교육, 심리지원, 문화공연, 월례회의 및 송년회 등)이 이루어진다. 사회복지사 3명, 생활지원사 48명의 수행인력으로 월평균 503명의 노인을 케어한다. 예산은 12억4천만원이었다. 이상의 모든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곳은 본부가 위치한 광진점이다. 직영으로 운영되는 강서양천점, 노원점, 중랑점에는 아직은 '방문요양'과 '방문목욕' 서비스만 제공한다. 

그 외에도 도우누리는 장애인활동지원(한우리돌봄센터), 산모신생아건강관리(서울아가마지), 아동심리발달지원(광진아동심리발달지원센터), 주거복지지원(광진주거복지센터) 등에서 연간 24,282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4개 위탁사업장(시립중랑노인전문요양원, 병설데이케어센터, 능동꿈맞이어린이집, e편한2단지어린이집), 2개 자회사(㈜도담부동산중개법인, 케어누리㈜)도 운영된다. 2023년에는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도우누리요양보호사교육원(6월), 도우누리복지용구(7월), 케어누리(9월), 늘푸른상회(12월)가 개설되었다. 

 

▲ 도우누리 약사. ⓒ수요세미나 민동세 이사장 발제문(2024.4.3.) 중
▲ 도우누리 약사. ⓒ수요세미나 민동세 이사장 발제문(2024.4.3.) 중

도우누리는 한국 사회적경제 성장 과정의 귀감을 보여준다. 2001년 서울 광진구를 중심으로 광진주민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설립된다. 2008년 2월 광진주민연대가 운영하는 광진지역자활센터 내 '산모서비스사업단'이 자활공동체로 창업되었고, 그해 7월1일 '광진주민연대부설 늘푸른돌봄센터'로 독립했다. 2010년에는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협동조합기본법(2012년) 이후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2013년 사회적협동조합 제1호의 인가도 받았다. 

이곳이 유명하게 된 데에는 이용자에게는 괜찮은 돌봄을, 직원에게는 좋은 직장을 제공하고, 지역사회 연대와 협력의 중심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각종 표창도 많았다. 사회서비스바우처사업 보건복지부장관 표창(2009), 노인돌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2012), 보건복지부 베스트 자활기업(2013, 2022), 서울시장상(2014), 협동조합 유공 기재부장관 표창(2015), 우수고용 고용노동부장관 표창(2015), 우수 사회적기업상(2016), 사회적기업 유공 산업포장(2017), 한국사회적기업상(2019), 베스트 협동조합 기재부장관상(2022) 등 거의 매년 상장이 쏟아졌다. SK가 실시하는 사회적가치 측정(SPC)에서는 2020년과 2021년, 총 3,070,694,497원과 4,068,939,712원의 고용가치를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전국 5위 안에 드는 실적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가치지표(SVI)에서도 총점 100점 중 98점의 아주 높은 점수를 받았다. ▶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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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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