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자들의 여정을 따라 로치데일로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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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자들의 여정을 따라 로치데일로 향하다
[아이쿱생협 해외 연수단 영국 방문기 2] 로치데일 박물관
  • 2017.11.25 10:43
  • by 이차경(아산YMCA아이쿱 생협 조합원)

아이쿱생협 해외 연수단이 7박 8일(10/28 ~ 11/5)의 일정으로 영국으로 떠났다. 연수단은 왕복 23시간을 비행했고 107,432보를 함께 걸었으며 버밍햄-맨체스터-글라스고 세 도시를 이동하며 영국의 다양한 협동조합과 관련 기관을 방문했다. 협동조합을 꿈꾸고 실패를 거듭하며 역사 속에서 실현했던 과정을 되짚어간 방문기를 아래순서로 소개한다.

(1) 미드카운티 소비자 협동조합
(2) 로치데일 박물관
(3) 흄 커뮤니티 가든 센터
(4) 유니콘 노동자 협동조합
(5) 코퍼라티브 대학
(6) 뉴라나크

 

영국 랭커셔주의 로치데일 토드레인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매주 2펜스를 1년 동안 1파운드로 모은 28명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맨체스터에서 버터 25kg, 설탕 25kg, 밀가루 6봉지, 곡물가루 1봉지, 양초 24개를 구매하고 손수레에 실어 로치데일까지 가지고 왔다. 28파운드로 마련한 매장과 26시간을 걸어서 가지고 물건은 세계 최초의 소비자 협동조합의 기원이 되었다. 그리고 로치데일 협동조합의 ‘로치데일 원칙’은 국제 협동조합운동의 기본원칙으로 지금도 계승되고 있다.

로치데일 선구자들

바퀴 셋 달린 수레를 끌고 물품을 구해 밤새 걸었을 그 길에 서 있으니 영화 ‘로치데일 선구자들’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현재 로치데일 토드레인 매장은 로치데일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로치데일 매장이 처음 문을 열던 날을 상상하니 로치데일박물관을 찾아가는 길이 설렌다.

로치데일 박물관

로치데일 박물관과 아카이브는 협동조합유산트러스트의 운영협약에 따라 코퍼러티브 컬리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지하 전시 공간에서는 로치데일 협동조합 운동의 시작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층은 당시 매장의 진열대, 계산대, 회의록, 영상자료가 보관되어 있다. 2층 전시실은 코퍼러티브 컬리지에서 매년 컬렉션의 주제를 기획해 교체 전시하고 있는데 현재는 ‘차와 비스킷’이라는 주제로 초기협동조합운동의 차 상품, 영국 차 문화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3층에서는 로치데일 관련 영화 상영과 선구자들이 이용했던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1층은 당시 로치데일 토드레인 매장처럼 구현해 놓았다.

1844년 당시 로치데일 토드레인 매장 안에는 놀랍게도 신문 열람실과 도서관이 있었다. 도서관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곳을 뛰어넘어 교류 장소였다고 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조합원에 대한 교육이었다. 매장이익의 2.5%는 교육기금 사용할 정도로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음식이 맛이 없다는 조합원과 가족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미각 교육을 했다. 173년 전 로치데일협동조합에서도 ‘식생활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영화 '로치데일 선구자들'

로치데일 협동조합 원칙
▲ 자금은 자체 조달하고 이자율은 고정해야 한다. ▲ 조합원에게 조달 가능한 범위에서 가장 순정한(맞습니다) 물품만 제공해야 한다. ▲ 저울이나 자를 속이지 말고 정확한 양을 제공해야 한다.▲ 시장가격으로 판매하고 외상은 주지도 요구하지도 말아야 한다. ▲ 이익은 각 조합원이 구매한 양에 비례해서 분배해야 한다. ▲ 1인 1표의 운영을 지키고 조합원은 성별로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 ▲ 조합의 경영은 정기적으로 선출한 임원과 위원회가 맡는다. ▲ 일정한 비율의 이익은 교육에 배정해야 한다. ▲ 조합원에게 수시로 사업보고서와 대차대조표를 보여주어야 한다.

로치데일 박물관은 역사적인 유물로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선구자들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지역에서 역동하고 있다. 박물관 2층 계단 옆에는 다양한 간식과 차를 비치해 언제든지 지역사람들이 방문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지역 상점들에 기증받아 배고픈 지역주민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식료품을 나누기도 한다. 운영에 참여할 자원 활동가를 모집하기도 하는데 참여하는 활동가들의 자부심이 매우 크다.

낡고 오래된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가치없는 것이라 폄하되는 일이 종종 일어나는 현실이다. 역사가 남긴 흔적들 속에서 무엇을 계승하고 배울 것인지를 분명히 알고 그것을 후세와 공유하려는 노력은 로체데일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로치데일 프로젝트의 전체 비용은 230만 파운드였으며 영국 전통 유산 복권기금이 140만 파운드를 지원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전용 교육 공간을 마련하고 전시장을 열었으며 계단을 설치해 접근성을 강화했다. 또한 1970년 개조 공사에서 철거된 3층을 복원했다. 3층에서는 로치데일 관련 영화를 상영하고 한편에서는 당시 선구자들이 이용했던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왕복 23시간을 비행했고 107,432보를 함께 걸은 영국 협동조합 연수단

협동조합은 빈곤과 결핍에서 시작된다. 요즘 태어난 세대는 상대적으로 누릴 게 많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인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게 마련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자 대안은 협동조합이라고 믿고있다.

공동체적인 삶이 위협받고 개인화되는 현 자본주의 사회에서 협동의 가치를 환기하고 함께 사는 삶이 더욱 풍족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협동조합이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존의 조건임을 전하는 굳건한 메신저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로치데일 박물관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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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경(아산YMCA아이쿱  생협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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