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전사회, 이미 충분히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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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전사회, 이미 충분히 늦었다!!
[안전사회 기획인터뷰(2)]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인터뷰...2017년 안전이슈로 본 안전대책 과제
  • 2018.01.04 17:08
  • by 공정경 기자

이미 충분히 늦었다. ‘우리의 안전은 오늘도 무사합니까?’를 매일매일 물어보고, 운이 좋아 오늘도 살아남았다는 농담이 현실인 세상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발걸음이 현장에서는 더디게만 느껴진다. 그만큼 늦었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를 만큼 엉망진창이지만, 안전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엉키고 엉킨 실타래를 다 풀어야 한다.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를 만나 꼭 되돌아봐야할 2017년 안전문제와 2018년 눈여겨봐야 할 안전사안에 대해 들어봤다.

 - 2017년 꼭 짚어야 할 안전사안 5가지를 꼽는다면?

타워크레인 사고, 스텔라데이지호, 현장실습생의 죽음, 제천화재참사, 포항지진이다.

타워크레인, 누가 어떻게 관리감독 하느냐가 중요...안전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 필요 

크레인 사고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폭발하는 거다. 끊임없는 규제 완화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고다. 크레인이 건설기계로 등록되고 나서 여러 가지 규제가 완화됐다. 그러면서 이미 폐기 처리돼야 할 오래된 크레인도 들어왔다. 안전검사도 부실하고 규제도 완화됐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너무 엉망이다. 너무 엉망이 돼 있을 때는 제도부터 손대는 수밖에 없다. 지난 신자유주의 정부에서 규제 완화를 해 왔으니 그 잘못을 손보면서 다시 제대로 된 규제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서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

정부가 크레인 전수조사를 하고 나름대로 관리감독과 안전성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대책 마련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크레인 관련 소관부서가 예전에 고용노동부에서 국토교통부로 넘어갔는데, 관리감독 업무를 국토부와 연관된 대형업체에 위탁하는 양상으로 갔다.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어떻게 관리감독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민간업체에 검사를 맡기면 뭘 제대로 하겠나. 관리감독 기능을 정부의 공적 기능으로 다시 가져와야 한다.

기존의 구조와 관행이 살아 있을 때 그 상황을 돌파하는 건 책임자의 강력한 의지다. 안전이라는 화두를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문제로 올릴 거냐에 관한 문제다. 안전은 더는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문제다. 그만큼 강력한 화두로 올리겠다고 선언해줘야 한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하고 있는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은 듯하다.

‘누가 어떻게 관리감독 할 것이냐?’와 같은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법 개정 문제도 마찬가지지만 언제까지 야당이 발목 잡아서 안 된다는 핑계만 될 거냐. 객관적으로 조건이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전히 관행도 그대로 남아 있고 야당이 발목 잡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건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는 거냐?, 기존과 똑같은 사회로 가겠다는 거냐?’ 라고 질문 할 수밖에 없다.

외주화한 관리감독 기능을 되돌리고, 감독하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교육과 훈련을 다시 하고, 정부가 적어도 이점에 대해서는 추호의 양보도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민원 1호 스텔라데이지호는 어디로 갔나..기존 관행을 넘어섰나?

- 스텔라데이지호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민원 1호 사안이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여전히 정부가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오래된 배를 들여와서 크랙이 계속 확인되는데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선사의 책임과 사고가 났을 때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가 중요한 사안이다. 지금도 논란이 되긴 하지만, 사고 당시 미군 초계기가 구명벌을 발견했다고 했는데 선사 ‘폴라리스쉬핑’이 ‘그건 구명벌이 아니라 기름띠로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 하면서 정보를 감추고 왜곡했다. 수색을 통해서 혹시라도 구할 수 있었을지 모르는 그 시기를 다 놓치고 철수해버렸다.

스텔라데이지호의 초기를 놓친 건 박근혜 정부 때였지만, 그 이후 과정에서 이번 정부는 과연 책임이 없는가? 이전 정부와 무엇이 다른가? 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 당시 실종선원 가족이 답답해하던 점 중 하나가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였다. 정부가 GPS사진을 많이 찍었다고는 하는데 GPS 사진을 보여주지 않았다. 지금도 미 해군 초계기가 발견했던 구명벌의 실체를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소한 피드백이라도 성의껏 해준다면 실종선원 가족이 이번 정부가 그전 정부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나 있을 텐데...안타깝다.

민원 1호라고 이야기한 이후에도 실종자 가족이 원하는 기본정도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고 브리핑도 하다가 임의로 중단했다. 정부 시스템이 엉망이다. 누구 하나가 바뀐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책임관할을 미루는 건 오랜 관행이다. 관할이 정해져 있더라도 외국과 공조해서 돈이 많이 들더라도 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돈이 많이 드냐, 안 드냐’ 예산 가지고 저울질하는 게 일상화돼 있고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축적되고 바뀌는 장구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만약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책임자가 강력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만약 외교부 관할이라면 책임자가 아주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이번엔 반드시 해라!’하면 이번이 샘플이 돼서 그런 관행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취하고 있지 않고...그러다보니 예전의 관행은 지속되고 변화는 생기지 않고 있다. 이 사안이 이 정부가 안전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 수 있는 잣대였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점에서 실망스럽다.

현장실습생의 죽음은 안전 불평등을 보여주는 사례...산업현장 재해재난, 위험의 외주화로 약자에게 위험 전가...안전업무 종사자, 권한의 부재로 위험 심화..포항지진, 안전 거버넌스 구축 중요

현장실습생의 죽음은 재난과 재해가 얼마나 불평등한지 보여주는 사건이다. 현장실습생뿐 아니라 이번에 방송사에서 조명 달다가 추락하신 분, 집배노동자 등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사람들, 권리가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방송사에서 조명 달다가 추락하신 분도 조명담당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갑자기 조명을 달라고 하니까 하청업체 소속이고 거절할 수 없어 안전장치 없이 달다가 사고가 났다.

2015년 조사에 의하면 300개 기업에서 사망한 노동자의 95%가 하청이다. 하청업체 노동자만 주로 사망한다는 의미다. 외주 받은 하청은 영세한 곳이다 보니 더더욱 안전장치를 할 수 없고, 임금수준도 낮고 노동 강도는 더 높고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된다. 위험한 업무일수록 외주화를 하고, 위험업무를 거부하면 짤리니까 찍소리 못한다. 결국, 약한 사람이 위험의 책임을 떠안는 구조다.

생명안전업무로 가게 되면 더 심각해진다. 인천공항 소방대가 하청이다. 소방대 한 분의 증언을 들었는데, 불이 나도 문을 깨고 들어가서 불을 끌 수가 없다. 남의 시설, 인천공항 시설이다 보니 불을 끄기 위해 문을 깨려면 인천공항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문을 깨도 되냐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징계를 받는다. 생명안전업무 책임을 다루는 사람들이 권한이 없으니까 점점 더 위험에 처하게 되는 거다.

제천화재사고는 굉장히 검토해봐야 할 게 많은 사고 중 하나다. 관리감독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2층만 비상벨이 울리지 않는다든가 안전관리나 위험 대피업무를 맡은 사람들이 다 해고당해서 없어지고, 쉽게 탈 수 있는 가연성 소재를 사용한다든가 그야말로 복합적인 문제가 다 녹아있는 사고다.

포항지진과 관련해서는 거버넌스 구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꾸 전문가만을 내세워서 ‘이렇게 해서 저렇게 해라’ 할 게 아니라, 피해자들과 꾸준하게 문제를 제기해왔던 전문가들, 그 지역에서 헌신해왔던 시민사회가 어떻게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함께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여전히 정부는 전문가에게 치중돼 있고 피해자들도 여전히 대상화돼 있다. 이미 벌어진 상황에 대해 회복의 관점으로 본다면, 누구와 어떻게 할 것인가를 폭넓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시급...기업 이윤이 아닌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 사회적기준 세우는 일

- 안전과 관련된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중요한 '키'라고 본다.

맞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꼭 빨리 통과돼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 목숨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취급한다는 점이다. 냉동창고에서 사람이 3명 죽어도 벌금 2천만원, 어디에서 몇 명 죽어도 벌금 500만원이다. 게다가 관리감독 책임을 맡은 공무원들은 약하게 처벌됐다가 조금 지나면 슬그머니 들어와서 다시 앉아 있고. 도대체 이게 뭔가.

경제 수준이 이 정도로 발전한 나라에서 일 년에 2400명이 죽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원칙이 기업이윤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사람의 생명, 안전에 대한 조치는 일종의 이윤추구 장애요소로 간주한다. 타워크레인 같은 경우도 관리감독기능을 민간에게 위탁했는데 왜 그랬겠나. 일종의 관리감독을 완화하려는 방법이다. 위탁기관들은 최대한 기업들이 마음껏 돈 벌 수 있게 관리감독을 허술하게 하면서 서로 결탁하는 구조가 형성되니까 낡은 크레인이 들어오고 제대로 검사도 거치지 않는 ‘눈감는 구조’가 벌어지는 거다. 모두가 다 눈을 감으니까 당연히 현장이 점점 더 나빠지고.

노동자의 생명은 기업의 이윤과 비교할 수 없는 1순위라는 원칙이 서야 하는데, 그동안 모든 정책이 기업이윤 중심으로 짜여있으니 안전문제는 입도 벙긋 못하는 상황이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의 생명, 노동자의 안전이 1순위라는 원칙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만약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에는 그 기업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노동자의 안전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1987년 영국에서 세월호와 비슷한 제브뤼헤 여객선 참사가 있었다. 1시간 만에 침몰했고 193명 사망, 4명이 실종됐다. 선박회사의 안전관리체계 미흡이 원인이었는데 책임자들이 전혀 처벌되지 않았다. 그래서 시민들이 분노했고 왜 처벌되지 않는지 봤더니, 기업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었다. 기업은 살아있는 주체가 아니기에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 기업이 누구를 때리거나 도둑질할 수 없다는 의미다. 기업에 대한 처벌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2007년 ‘기업 과실치사 및 기업 살인법’이 영국에서 제정됐다. ‘기업 과실치사 및 기업 살인법’은 업무와 관련해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기업의 법적 책임을 묻는 형사법이다.

 

일하다 죽는 것은 사고가 아니다.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범죄이자 살인이라고 정확하게 불러야 한다.
- 데이비드 블렁게트 전 영국 내무장관

 
 
법을 어긴 기업과 기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산재 예방에 가장 효율적인 정책수단이다.
- 브렌던 바비 전 영국노총 사무총장
 

사람만 처벌되다 보니 기업은 하청업체에 외주화해버린다. 그러다 보니 기업도, 원청의 책임자도 빠져나가게 되고 늘 하청업체의 제일 힘없는 사람이 처벌대상이 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특징은 3가지인데 첫 번째가 기업처벌이다. 기업처벌은 기업 이윤에 손을 댄다는 의미다. 강력한 벌금을 물려 기업의 이윤에 장애가 되게 하고 기업을 흔들리게 하는 거다. 두 번째 특징은 원청처벌이다. 쉽게 얘기하면 법상 관리책임자 1,2가 아니라 기업 경영의 최고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결탁한 공무원을 처벌할 수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회적 기준선을 분명히 만드는 거다. 아무리 돈을 벌고 싶어도 ‘노예제도는 안 돼, 인신매매는 안 돼’라고 누구나 생각한다. 그것처럼 ‘돈 버는 건 좋아. 아무리 돈 벌고 싶어도 이 선은 넘으면 안 돼!’라는 사회적 기준선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눈여겨봐야 할 안전 사안...2기 특조위, 피해자지원 매뉴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 2018년 생명안전 관련으로 중요하게 봐야 할 사항 세 가지는?

2기 특조위가 중요하다. 2기 특조위 중 3소위가 안전소위다. 1기 특조위 때 제대로 된 안전관련 권고안을 못 냈다. 2기 특조위는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으니 적어도 안전관련 핵심 현안은 직보하고 제도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권고안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두 번째로는 피해자지원 매뉴얼이다. 피해자지원 매뉴얼 작업을 하고 있는데 더 진척될 필요가 있다. 매뉴얼이 만들어진 후 정부, 지자체가 매뉴얼에 근거해서 재난과 사고가 났을 때 함께 대응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세 번째로 이뤄야 할 과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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