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라이프지기] 이은선 교수 "사회적경제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 학생들이 공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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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라이프지기] 이은선 교수 "사회적경제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 학생들이 공감하길"
이은선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인터뷰
  • 2021.09.11 08:00
  • by 노윤정 기자
11:16

소셜 솔루션 미디어 라이프인은 후원회원의 회비로 운영되는 비영리 언론사입니다. 라이프인을 지지해주시는 후원회원 '라이프지기'분들은 어떤 영역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고 우리 사회의 문제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실까요? 라이프인은 올 한 해 라이프지기분들의 목소리와 현장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라이프인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의견을 교류하는 하나의 장(場)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후원독자 인터뷰 '만남, 라이프지기'를 진행합니다.
9월 라이프인이 만난 라이프지기는 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에서 사회적경제를 가르치고 있는 이은선 교수입니다. [편집자 주]

 

▲ 이은선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라이프인
▲ 이은선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라이프인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경상국립대학교에서 사회적경제 전공 교수로 일하고 있다. 2006년 석사 과정에 있을 때부터 사회적기업을 공부해왔고, 박사학위 취득 후 2018년 경남과학기술대학교(이하 경남과기대) 교수로 부임했다. 지난 3월 경남과기대가 경상대학교와 통합되면서 현재는 통합된 경상국립대학교 소속이다. 경남과기대 때는 경제학과, 회계정보학과, 영어학과가 컨소시엄으로 사회적경제 연계전공 과정을 운영하여 사회적경제 관련 과목을 가르쳤다. 사회적경제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수여하는 곳은 경남과기대밖에 없었다. 현재 교과 과정을 논의 중이지만, 통합된 교과과정에서도 사회적경제 전공은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사회적경제 전공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는 어떠한지 궁금하다.

사회적경제라는 용어 자체를 들어본 적 없는 상태로 입학한 학생들이 많다. 보통 전공 설명회나 커리큘럼에서 사회적경제에 대해 처음 듣고, 경남과기대의 경우에는 경제학과로 입학을 하면 필수 과목 중 하나가 1학년 1학기 때 듣는 '사회적경제 이해'라서 그 수업을 통해 사회적경제를 접하게 된다. 그 수업에서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갖게 되어 아예 사회적경제 연계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다. 연계전공이라고 해도 이수 학점을 36학점이나 요구를 하므로 쉬운 과정이 아닌데도 관심을 가지고 온다. 그리고 전공 수업 외에도 특강이나 학교 내의 공정무역 주간 행사(경남과기대는 지난 2019년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로부터 국내 최초로 공정무역 대학 인증을 받았다. -편집자 주-) 등을 통해서 학생들이 계속해서 사회적경제를 접하기에 학생들의 관심도는 높은 편인 듯하다.

학교 차원에서 사회적경제 과목을 유지하고 키우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는 것 같다. 어떤 장점이 있기에 사회적경제 과목을 키우고자 했을까?

일단 학교로서는 지방에 있는 대학이다 보니 경쟁력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기도 했을 것이고,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을 것이다. 나도 계속 서울에서 공부했고 강의하는 일도 서울에서 시작했기에 지역의 분위기를 잘 몰랐다. 이곳 진주에 와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학생들이 느끼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방에 있는 아이들은 의기소침하다고 해야 할까, 위축된 면이 있다. 성적 격차의 문제가 아니라 분위기가 다르다. 벽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 예를 들어, 어떤 공모전 공지가 올라와도 도전할 용기를 못 낸다. 자신의 주변에 이런 걸 준비하고 성취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어렵지만 양질의 교육과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자 학과에서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

지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어려움이 큰 것 같다.

분위기, 인프라, 기회의 측면에서 서울과 그 외 지역은 분명 차이가 있다. 서울 소재 학교는 교수 풀(pool)이 넓고 외부에서 초빙할 수 있는 겸임 교수나 초빙 교수의 선택지도 많다. 그런데 수도권을 벗어난 곳에서는 좋은 강사를 모시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서울에 있는 학교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하면 커리큘럼 내용과 관계없이 학생들이 몰려 금방 마감된다. 소위 네임밸류(Name Value), 인지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주 같은 지역에서는 여러 학교가 컨소시엄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경남 쪽을 보자면 경상국립대, 경남대학교, 창원대학교와 같은 학교들이 서로 강점을 가진 커리큘럼이나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협력해서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온라인 콘텐츠도 공유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해야 학생들도 더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나아가 수도권에서는 습득하기 어려운 현장 밀착형, 지역 밀착형의 진짜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경제 전공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이것 하나만은 배워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일단,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사회적경제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다'라고 진심으로 공감했으면 좋겠다. 사회적경제가 '좋은 것'을 넘어서 '필요한 것'이라고 납득하고, 사회적경제 분야로 진로를 정하지 않더라도 계속 사회적경제를 응원하고 다른 사람에게 사회적경제의 가치가 무엇인지 설명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각 과목마다 하나씩 목표를 두고 가르치는데, 협동조합 기업론 수업 같은 경우에는 협동조합이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협동조합이 결사체로서의 성격이 있기는 하지만, 주식회사 다음으로 시장에서 많은 조직 형태이고 시장 경제 내에서 연대와 협력, 혁신의 방식으로 수익성을 가질 수 있는 기업 형태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각 과목마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회적경제의 가치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사회적경제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 순간이 있었나.

특정한 순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IMF 시기에 아버지 사업이 부도나고 어렵게 재기하는 과정을 겪었고, 그래서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 약자들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득 불평등 완화, 지역의 균형 발전 등에 관한 정책 연구를 하고 싶었고, 대학원을 학부 때 전공했던 경제학이 아닌 행정학 쪽으로 진학했다. 그때 지도교수님이 정부와 시민사회의 거버넌스에 관하여 연구하는 분이셨는데, 나에게 시민사회, 정부, 기업 3자가 협력한 사례를 찾아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런 사례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찾다가 미국과 영국의 사회적기업 사례를 알게 됐다. 당시는 사회적기업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여서 정말 어렵게 공부했다. 석사 논문을 쓸 때도 한국에 관련 서적이 별로 없어서 영국 캐비닛 오피스(Cabinet office, 내각부) 홈페이지에서 사회적기업 관련 자료를 받아오고, 사회적기업 관련 학회에는 다 가입하면서 공부했다. 연구하면 할수록 사회적경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지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복잡해질 것이다. 그렇게 늘어나고 다변화된 복지를 정부가 모두 책임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 예산은 항상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민들의 역량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럼 역량이 커진 민간과 정부가 협력하면 좋지 않겠나. 또 그 과정에 기업들도 참여하고. 그렇게 시장과 정부, 시민사회 영역의 삼각협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필요에 따라 사회적기업이라는 조직체의 명칭은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협력 형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요즘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화두는 무엇인가? 

사회적 가치 측정이다. 내가 사회적기업을 공부할 때, 다른 사람들에게 내 연구 주제를 이야기하려면 사회적기업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했다. 설명하기가 참 어렵지만 결국 핵심은 '사회적 성과를 내는 기업'이라는 것이고, 그렇다면 사회적기업의 사회적 성과는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해야 했다. SVI(사회적가치지표) 같은 사회적 가치 측정 도구들이 나오고 있긴 한데, 세상에 완벽한 지표가 있을 수 없다 보니 계속 고민하게 된다. 특히 사회적기업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데, 사회적 가치가 곧 지원의 근거가 된다. 그래서 이것을 측정하는 것이 박사 과정 때부터 나의 관심사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사회적 가치 측정과 관련된 일에 참여할 기회가 많았다. 신용보증기금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의 사회적 성과 평가 구축 모델을 만들 때 연구진으로 참여하기도 했고, UNRISD(유엔사회개발연구소)의 SDPI(지속가능발전지표, Sustainable Development Perpformance Indicator) 파일럿 테스트에도 참여했다. 또, 최근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기업의 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요소들)까지 대두되고 있어서, 사회적 가치라는 것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지에 관해 더욱 고민하게 된다. 이윤 추구가 제1의 목적인 영리기업과 달리 사회적경제기업은 존재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데,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사회적 가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지도 고민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주 관심사는 사회적경제가 어떻게 지속가능발전목표에 공헌할 수 있을까, 사회적경제기업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각 주체가 실현하는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측정할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라이프인
ⓒ라이프인

라이프인을 후원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국내에 자료가 많지 않던 시절에 사회적기업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사회적경제 분야 중에서 특히 사회적기업 쪽은 책자, 논문 자료도 많지 않고 살아있는 현장의 자료를 구하려면 온라인을 통해야 했다. 무슨 행사 있다고 하면 발품을 들여 다니면서 참석하고 관계 조직에 연락해서 자료를 부탁하거나 만나 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래서 항상 인터넷으로 관련 소식을 검색하는 습관이 있는데, 라이프인에서 사회적경제 분야 현장의 소식들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보게 됐다. 또, 내가 사회적경제 전공 교수가 된 것이나 경남과기대가 사회적경제 연계전공을 운영한다는 것에 주목하는 걸 보고 굉장히 신기했다. 이 분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어야 알 수 있는 정보이지 않나. 그리고 고맙기도 했다. 왜냐하면 고성 만화방초 수국축제나 폐교재생프로젝트처럼 우리 학생들이 의미 있는 활동을 해내도 지방 학교이다 보니 주목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라이프인에서는 관심을 갖고 봐주더라.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사회적경제 현장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후원하게 됐다.

평소 라이프인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라이프인 기사를 인용하여 대신하고, 알리고 싶은 소식을 라이프인 기사를 공유하면서 전달하고 있다. SNS(Social Network Service, 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알려졌으면 하는 소식들을 기사를 인용하여 많이 올리는데 주로 라이프인 기사를 활용한다. 그리고 논문을 쓰고 연구하다 보면 최근 트렌드를 놓치기 쉬운데, 라이프인 기사를 보면서 현장의 흐름 같은 것을 놓치지 않도록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앞으로 라이프인이 언론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지.

지금은 정책적으로 사회적경제에 우호적인 환경이다. 그런데 이런 환경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고, 그때도 라이프인이 지금의 자리에서 계속해서 사회적경제 소식을 전해주길 바란다. 사회적경제 쪽에 어려운 시기가 올 수도 있다. 그때도 이쪽을 지키는 사람으로 남고, 더 많은 현장을 봐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라이프인(人)은?

박사 과정생 때부터 인터뷰 한 번만 해 달라고 졸라서 인연을 맺어온 사회적기업 대표님들이 있다. 다들 바쁘신 분들이니 학생이 만나기는 쉽지 않지 않나. 그래서 내 이력서랑 그동안 쓴 논문들을 정리해서 이쪽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학생인데 한 번만 만나 달라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만난 분들이 나에게는 정말 특별한 인연이 되었다. 사회적경제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포기하지 말고 꼭 학위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응원해주신 분들도 있었다. 한창 공부하고 있는 학생을 위해 시간을 내주시고 자료를 주시고 힘내라고 응원해주셨다. 내가 포기하지 않게 도와준 은인분들이다. 교수가 된 후 다시 만났을 때는 마치 금의환향한 사람을 보는 것처럼 기뻐해 주셨다. 그분들이 나에게는 라이프인(人)이고 초심을 지킬 수 있게 해주는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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