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는 생존 문제다 "1.5평에 사는 사람은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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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는 생존 문제다 "1.5평에 사는 사람은 없어야"
'수요세미나-지속가능성을 위한 정책과 행동: 서민 주거의 정책과 제도',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중심으로 서민 주거 정책 논의
"주거권은 인권의 문제"
  • 2024.04.24 16:56
  • by 노윤정 기자
▲ 동자동사랑방 사무실 앞에 나란히 줄 선 신발들. ⓒ 동자동사랑방
▲ 동자동사랑방 사무실 앞에 나란히 줄 선 신발들. ⓒ 동자동사랑방

서울특별시 용산구 동자동.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역인 서울역이 위치한 곳으로 번화하고 화려한 서울 도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동네다. 동시에, 역사(驛舍) 뒤편으로 조금만 걸음을 옮기면 국내 최대 규모의 쪽방촌이 조성되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쪽방촌 주민들은 1~1.5평 남짓한 비좁고 해도 잘 들지 않으며 날이 더워지면 바깥에서 노숙하는 것이 나을 만큼 더워지는 방에서 지내고 있다. 겨울철의 한파와 장마철의 폭우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그야말로 재난이다. 취사 시설이 있는 건물은 67개 건물 중 22개에 불과하고 세면장이 없는 건물도 13개에 달한다.

이처럼 열악한 동자동 쪽방촌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21년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이하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을 발표했다. 해당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사업시행자가 되어 총 2,410호를 건설하고 전체 물량의 약 60%를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의 형태로 공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공공임대 1,250호, 공공분양 200호).

그러나 추진 계획이 발표된 지 3년, 사업은 현재까지 진척이 없는 상태로서 지구지정조차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쪽방촌 주민들은 해당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길 희망하며 주민요구서 전달, 국토교통부 앞 집회, 서울시장 면담 촉구 결의대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국제관에서 진행된 '2024년 상반기 수요세미나-지속가능성을 위한 정책과 행동' 여섯 번째 시간에는 공공주택사업을 둘러싸고 동자동 쪽방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중심으로 서민 주거 정책과 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의 김영국 위원장(좌)과 백광헌 부위원장. ⓒ라이프인
▲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의 김영국 위원장(좌)과 백광헌 부위원장. ⓒ라이프인

이날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의 김영국 위원장은 동자동 쪽방촌의 거주 현황, 주민 실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추진 현황 등에 관해 공유했다. (관련 기사: [희망 in 한국] 최악의 주거 환경 속 동자동 쪽방 주민의 삶)

김 위원장은 사업에 진척이 없는 이유로서 정부가 공공개발을 반대하는 건물 소유주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백광헌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추진 주민모임 부위원장은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동자동에 방문했을 당시 상황을 전하며 "(오 시장이) '여러분들 마음 안다. 이야기가 잘 되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서로 기분 좋게 대화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발표 말미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조속히 시행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 이희숙 변호사(재단법인 동천). ⓒ라이프인
▲ 이희숙 변호사(재단법인 동천). ⓒ라이프인

다음 발제를 맡은 이희숙 변호사(재단법인 동천)는 '서민 주거의 정책과 제도'라는 주제로 ▲서민 주거 정책 현안 및 현황 ▲서민 주거 정책의 과제 ▲법 개정 현황과 과제 등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주거권은 인권이다'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헌법상 주거권이 인권과 권리로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거권에 대한 시각 자체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주거 빈곤 상태에 놓인 아동·청소년, 청년, 노년층 등이 겪는 문제를 언급하며 생애주기별 주거 문제를 짚었고, "과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라고 반문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량 측면에서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9위라는 통계가 있다"며 "그런데 분석해 보면 임대 이후 분양으로 넘어가는 주택도 공공임대주택으로 통계에 잡히고 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이후 청년·신혼부부에게 제공되는 공공주택 비율이 늘어나다 보니까 취약계층에게 돌아가는 공공주택 수는 줄어드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측은 실질적으로 취약계층에게 돌아가는 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4% 정도로 추정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이 변호사는 서울 도심 내 주택 수요와 공급 문제가 해소돼야 실질적인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과제를 ▲공공임대주택 관련 재정 확대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을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으로 활용 ▲매입임대주택 확대 ▲'주거 복지' 관점에서 공급할 수 있는 비영리단체, 협동조합 등으로 공급 주체 확대 ▲테마형 매입임대주택 등 다양한 주거 서비스까지 복합적 지원하는 주택 형태 확대 등으로 정리했다. 더불어 법제도 현황과 과제에 관해, 동천에서 2016년부터 진행해 온 사회주택 관련 법 추진 현황을 전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공공주택특별법이 개정되어 공공개발 시 건물 소유자들이 주택 분양권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소유주들에게 혜택을 더 주어 사업을 진행시키자는 취지였으나 그럼에도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공공에서 소유주들에게 주는 혜택을 더 확대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주택까지 받을 수 있도록 법도 개정한 상태다. 향후의 공공주택 확대를 생각할 때 혜택을 더 늘리는 것은 어려울 듯하다"고 답했다.

또한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간사는 "(공공개발이 가능한 다른 지역으로) 집단 이주하면 어떠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그러면 우리의 권리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묻고 싶었다. 수십 년간 이곳에서 살아왔던 주민들이다"며 "집이 좋아지는 곳으로 옮기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주민들은 이 지역을 중심으로 모든 사회적 관계가 형성돼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살 권리가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오랫동안 해당 지역에 거주한 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을 제도화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논의 또한 이루어졌다. 세미나를 진행한 김종걸 한양대학교 교수는 "1.5평의 열악한 주택은 없어야 한다. 정의와 효율 이전에 사람의 생존은 보장해야 하지 않나. 여전히 1.5평에 사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는데, 다른 논리를 앞세운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이 문제는 일단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정부가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예산을 확대하고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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