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오딧세이, 공자와 맹자①] 덕치(德治)라는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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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오딧세이, 공자와 맹자①] 덕치(德治)라는 시대정신
  • 2022.01.10 08:05
  • by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08:15

■ 오딧세이의 첫 대상지 

사회적경제인을 위한 고전 오딧세이의 첫 대상지로 공자(孔子, 기원전 551-479)와 맹자(孟子, 기원전 372-289)를 선택한 이유는 이들의 생각과 삶이 필자가 생각하는 지금의 시대정신과 부합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간의 가능성을 믿었고, 사랑과 평화의 힘을 믿었다. 그것을 위해 섣부른 술수를 쓰지 않았고 진심으로 모든 일을 대하려 노력했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매일 실천했으며, 바른 실천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찰했다. 

예기(禮記)에 나오는 공자의 한 일화는 당시의 시대상을 잘 나타낸다. 공자가 제자들과 산길을 걸을 때였다. 한 아낙네가 구슬피 울고 있었다. 공자가 물어본 즉,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아들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고 말했다. 마을에 내려가 살면 되지 않겠냐는 물음에 그녀는 대답했다. 인간들이 날뛰는 마을은 호랑이가 득실대는 산속보다 더욱 위험합니다.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정치, 그것을 바꾸는 것이 공자의 과제였다.

공자와 맹자가 고민했던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있는 우리의 과제다. 이들은 힘들고 고단한 사람들이 잘사는 세상을 꿈꾸었고, 그런 위민(爲民)사상을 전하기 위해 멀고 험난한 천하주유의 길을 걸어갔다. 2022년 이 세상 또한 여전히 사람보다 물질이 우선시되고, 약자에 대한 강자의 억압이 횡횡한다. 지식인과 권력자들의 내로남불과 덕(德)스럽지 못함에 많은 사람들은 실망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우리로 하여금 역사의 서랍에서 다시 공자와 맹자를 꺼내게 한다. 그들의 삶과 생각을 새롭게 음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논어』와 『맹자』라는 책

공자의 생각을 잘 나타내는 논어(論語)는 공자와 그 제자들의 생각(論)과 공자의 일상생활 속의 말(語)을 합친 단어다. 총 20편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인간 공자와 그 제자들의 삶과 생각을 잘 드러낸다. 공자의 따뜻하고 엄격한 가르침들, 학문하는 자세, 제자들에 대한 평가, 음악을 듣고 감동하며 제자의 병과 죽음에 눈물 흘리는 모습, 까다로운 식사 습성까지 논어에는 공자의 모습이 날것 그대로 드러난다. 오랜 세월 동양의 많은 지식인들은 그 모습에 감동받고 그의 삶을 따라가려 노력했다. 

▲ 지난 2006년 중국에서 만들어진 공자의 표준상 스케치.
▲ 지난 2006년 중국에서 만들어진 공자의 표준상 스케치.

공자의 주장은 너무나 명확했다. 부모에게 효도(孝)하고, 윗사람에게 공손(悌)해야 한다. 진심(忠)을 다해 사람을 대하고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 정치란 덕(德)으로 하는 것이다. 사람이란 어질고(仁), 의로워야 하며(義), 신의(信)를 지켜야 한다. 이런 공자의 생각은 제자들에게 전파되고 그 후 동양의 주류사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제자는 3000명에 달한다고 전해지지만 그 숫자는 단지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77명이 있었다는 것은 사마천 사기(史記)의 <중니(仲尼)제자열전>에 의해 확실히 증명 가능하다. 논어 선진(先進)편에도 공문10철(哲)이라고 일컬어지는 10명의 제자들이 설명되어 있다.  

▲ 맹자 초상화.
▲ 맹자 초상화.

그러나 역사가 준비한 공자의 진정한 후계자는 맹자였다. 이렇게 인정받기에는 1000년이라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했다. 당나라 시대의 한유(韓愈 768-824)는 유학의 진정한 전승계보를 주장하는 도통론(道統論)을 주장하며, 맹자를 공자와 연결시켰다. 요(堯), 순(舜), 우(禹), 탕(湯), 문왕(文王), 무왕(武王), 주공(周公)을 거쳐, 성인의 도가 공자와 맹자에게로 전해졌다는 것이다. 남송시대의 주희(朱熹 1130-1200)는 『대학』과 『중용』은 공자의 말들을 제자인 증자(曾子), 그리고 손자인 자사(子思)가 각각 정리하고 해설한 것이라고 말하고, 『맹자』까지 포함한, 사서(四書)를 유학경전의 중심으로 올려놓았다. 맹자의 공로는 공자의 사상을 보다 명확한 개념으로 정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라는 지성(至聖)을 이은 아성(亞聖)으로 추앙받을 수 있었다. 그는 공자의 생각을 성선설(性善說)로 정리하였고, 이를 또다시 인간의 4가지 본성(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으로 분해했다. 이 본성으로부터 인의예지(仁義禮智)라는 4가지 도덕률을 발전시켰다. 그가 강조했던 의로움(義)과 왕도정치(王道政治)의 실천론은 공자의 덕치(德治) 사상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었다.  

논어에 비해 『맹자』는 상당히 일관된 논리체계를 가진 책이다. 사후에 어록을 편집한 것이 아니라 맹자 스스로가 의도적으로 집필했기 때문이다. 『사기』의 <맹자·순경열전>에 보면 맹자가 말년에 제자들과 함께 『맹자』 7편을 썼다고 전한다. 『맹자』 속에는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사례와 우화를 적재적소에 잘 동원하고 있다. 왕들 앞에서 꼿꼿하게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던 맹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으면 무척이나 재미있는 책이다. 
 

▲ 『맹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 『맹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 우리의 문화적 유전자

한국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특히 유교적 전통이 강했다. 공맹사상은 성리학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사회를 지배했다. 조선의 지식인은 일생동안 논어와 맹자를 수백, 수천 번 읽었다. 그 책의 내용은 일상의 행동지침이었으며, 소통하는 언어였다. 할아버지 무르팍에서 곰방내음 섞여 들었고, 출사(出仕)라는 청운의 꿈과 함께 소리 내어 읽었다. 정적과 논쟁할 때 인용하고, 고향에 돌아와 은일(隱逸)하며 제자를 가르칠 때 또 읽었다. 그리고 귀양살이 마음 달랠 때에도 읽고 또 읽었던 책이었다.  

우리가 쓰는 일상의 언어도 이들에게 빚진 것이 많다. 과유불급, 화이부동, 교언영색, 절차탁마와 같은 표현은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호연지기, 오십보백보, 자포자기,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한다는 ‘연목구어’, 국정농단의 ‘농단’과 같은 표현들은 모두 맹자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그 유명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도 "한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르른 것을 알게 된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彫也)."라는 논어 자한(子罕)편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멀리 제주도에 귀향 간 추사에게 책과 차 등을 가져다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제자 이상적에 대한 고마움을 논어의 한 구절로 표현한 것이다. 

■ 지금 다시 공맹(孔孟)을 보는 이유

공자와 맹자가 주장한 덕치는 수많은 왕조가 실현하고자 했던 정치이상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작동되기에는 너무나 어려웠다. 그것은 공자와 맹자가 살았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왕도정치에 대한 비판은 맹자보다는 한세대 뒤의 사람이나 공자의 적통승계를 경쟁하던 순자(苟子, 기원전 323?-238?)의 생각이기도 했다. 그는 사람을 본성대로 내버려 두면 악하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굽은 나무는 곧은 나무를 대고 쪄서 바로잡은 뒤에라야 곧아지며, 무딘 쇠는 숫돌에 간 뒤에라야 날카로워지는 것"이다(『순자』, 성악론 편). 순자와 같이 공맹 이후의 많은 사람들은 유가의 덕치만으로 세상일을 해결할 수는 없으며, 때로는 강력한 법과 처벌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가와 법가의 결합이다. 

한편 사람을 믿는다는 행위는 무척이나 심적 부담이 큰 것이었다. 이럴 때 일체의 사물에 대한 기대를 접는 니힐리즘(nihilism)적 사고방식은 힘든 신념을 유지하는 내적 평안을 가져다주기 마련이다. 따라서 유가적 사고방식은 때로는 도가(道家)적 사고방식(황로학, 黃老學)과 결합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공자와 맹자의 사고방식은 너무나 강력했다. 법가의 현실정치를 실행하고, 도가의 유유자적 풍모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공자가 가르쳐준 덕치의 이념은 2천 년 넘게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아마도 이들이 가졌던 이상의 고귀함과 그 현실적인 유용성이 많은 이들의 삶 속에 검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다. 보다 유능하고 깨끗하고 인간미 넘치는 지도자가 사람 중심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덕치(德治)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실현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공자와 맹자를 비판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런 비판만으로 새로운 미래는 개척되지 않는다. 우리가 발견해야 할 것은 긴 역사에서 형성된 딱딱한 각질에 둘러싸인 공맹사상이 아니다. 그 속살에 숨어있는 빛나는 그들의 생각이다. 사람이 중심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상갓집 개'처럼 고생하며 다녔던 그들의 생각과 삶의 궤적이다. 그 길고 먼 시공간을 넘어 전해오는 이들의 격려와 위로의 말들이다. 이것이 사회를 좀 더 사람답게 만들려는 우리 사회적경제인의 결의를 새롭게 다지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필자가 지금 공자와 맹자를 다시 보게 되는 이유다. 
 

<공자와 맹자>의 전체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덕치라는 시대정신
2. 공자와 맹자의 삶
3. 공자의 생각
4. 맹자의 생각
5. 공자와 맹자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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