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첩] 슬기로운 격리 생활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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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수첩] 슬기로운 격리 생활을 마치고
  • 2022.01.12 10:58
  • by 정화령 기자
▲격리 생활의 시작 안내
▲격리 생활 시작을 알리는 안내문

지난 12월 중순, 이른 아침부터 아기 어린이집 알림장 어플 알림이 연달아 울렸다. 불안한 예상은 적중했고, 같은 반 친구가 코로나19 확진이라는 소식이었다. 언젠가 우리 가족에게도 올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경로였다. 그 시점부터 모든 일과는 중단됐다. 세 식구가 서둘러 PCR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다행히 음성이었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보건소나 관공서의 공식 안내가 나오기까지도 4일이 걸렸다. 혼란한 가운데 낮에는 아기를 돌보고 밤에는 일하는 일상이 시작됐다. 

어린이집이 다시 문을 열 때까지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슬기로운 격리 생활을 보내기 위한 규칙을 정했다. 남편은 청소와 빨래를, 나는 식사를 담당하고 육아시간도 정했다. '배달 음식 최소화', '매일 스트레칭' 등 답답함에 매몰되지 않고 즐겁게 지내기 위한 궁리를 했다. 힘든 상황에서 눈앞의 과제를 같이 해결하면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라서 다행이라 느꼈다. 작년까지 유행했던 드라마 '슬기로운' 시리즈의 제목은 어쩌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어디서든 슬기롭게 생활할 수 있다는 의미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 와중에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단어는 '사회적 고립'이었다. 회사 동료들과는 매일 메신저로 소통하고 취재를 위해 여러 통화를 했지만, 물리적으로 고립된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크고 작은 고립감을 참고 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주부들은 생계가 걸린 일 외에 많은 관계를 단절하고 지내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이용하는 생협 이사장님께 용기를 내서 전화를 걸었다. "코로나 이후, 직접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가요?"
 

▲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생협 활동들.
▲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생협 활동들.

당연히 활동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모임을 못 하니 온라인 활동으로 최대한 대체하고 있지만 아쉬움이 크고, 활동이 사라져 조합에서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장 보러 갔다가 호기심에 물품을 체험하는 자리에 가보고, 자주 나와보라는 설득에 소모임에 참여하면서 조합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교육이 있으면 교육장 옆 방에는 선배 활동가의 자녀들이 베이비시터 역할을 해주었고, 아기를 매개로 한 곳이 아니면 좀처럼 넓히기 어려웠던 엄마의 영역을 넓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조합이 그렇게 당겨주지 않으면 초보 엄마들은 사람들 만나고 활동하기 너무 힘들지 않나요?"라고 물으니, 그래서 올해부터는 야외에서 답을 찾아보려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같이 동네 산책을 하고 텃밭도 가꾸고 적은 인원으로 야외활동을 하는 모임을 활성화해서 활동을 시작하는 장을 만들어보려고 한다는 설명에 나도 걷기 모임에 나가볼까 싶어 조금 흥이 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연결망을 만들기 위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영역에서 많은 활동이 이루어졌다. 누군가는 마을에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활동에 세금을 들이는 건 예산 낭비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지역에서 고립되지 않게 손을 내미는 건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힘이 된다. 이름을 올릴 조합원 300명을 모아 소비자 생협을 설립하고 매장을 세워 친환경 상품을 판매하는 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활동에 비용을 투자하지 않아 사업 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공동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욕구 해결이라는 협동조합의 정의에서 말하는 것처럼 사람이 모여서 조직이 살아 숨 쉬어야 한다. 

같은 시선을 가진 사람들을 슬기롭게 서로 연결해 주는 곳이 절실한 요즘이다. 나와는 상관없다고 무시하고 지나가기에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고립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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