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 꼭 대화가 필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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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 꼭 대화가 필요한가요
라이프인, 1일 '주제가 있는 대화-청각장애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를 탄다면' 진행
  • 2022.09.07 17:00
  • by 정화령 기자

언어 대화가 사라지면 사람 간 소통은 불가능할까?

생활을 깊게 침범한 코로나19로 인해 대면과 비대면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지고, 언어적 대화의 기회도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어떤 사람은 불편함을 느끼지만 반대로 소통의 폭이 넓어지기도 한다.

코액터스의 '고요한 M(모빌리티)'은 의사소통 솔루션을 기반으로 청각장애 드라이버와 승객 간 소통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이다. 

라이프인은 지난 9월 1일 '청각장애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를 탄다면'을 주제로 코액터스 송민호 대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찬호 라이프인 이사장이 진행을 맡았으며 실시간으로 참여하지 못한 독자를 위해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찬호 이사장(이하 김) 고요한M 서비스 소개를 부탁드린다.  

▲ 코액터스 송민표 대표. ⓒ온라인화면 갈무리
▲ 코액터스 송민표 대표. ⓒ온라인화면 갈무리

송민표 대표(이하 송) 해외 서비스 우버(Uber)에는 약 6천 명의 청각장애 드라이버가 등록해있고 싱가포르의 그랩(Grab)이라는 플랫폼에서도 청각장애 드라이버가 활동한다. 이제 길에서 택시를 잡기보다는 어플을 이용해 택시를 이용하고, 해외 여행객들이 필담으로 택시기사와 소통하는 점에 착안해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청각장애인과의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에 태블릿 PC 두 대를 설치해서, IT 기기로 필담을 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서울에서만 운행 중인데, '고요한M' 어플을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다. 다른 택시 어플과는 다르게 주 이용자 연령이 20대에서 40대로 낮은 편이고, 여성 이용자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영국에서 '블랙캡'이라는 차량을 수입해서, 휠체어도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을 도입한 택시도 두 대 운영 중이다. 예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매우 많다. 
 

 

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서 장애인의 취업 문제, 특히 청각장애인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다면.

송) 내가 개발하는 기술이 사회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생 때 사회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기 위한 단체에서 활동했는데 기술의 접목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주변에 장애인 친구나 가족이 있는 건 아니지만, 서로 마주칠 기회가 생기고 접점이 늘어야 장애인을 배려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체장애인은 보조공학 기술로 접근하는데, 나는 하드웨어 전문가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을 했기 때문에 해외의 좋은 사례들을 참고해서 소프트웨어 기술로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을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 

 


김) 승객과의 소통 외에도 운전 시 소리 신호를 듣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없었는가. 

송) 소리가 중요하긴 하지만 운동 신경이나 다른 요인들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몇 년 운영해보니 사고는 내는 사람만 낸다는 통계가 나와, 사고는 개인의 성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상대방 과실로 발생하는 사고도 있어서, 주변에 오토바이나 응급차가 다가오는 걸 알려주는 장치를 차량에 부착하는 등 안전한 시스템을 계속 구축하고 있다. 

사고가 나면 담당자에게 연락이 가고, 사내 수화 통역을 이용할 수도 있어서 크게 문제가 생긴 일은 없다. 그리고 '여기서 내릴게요'처럼 승객분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은 버튼으로 만들어놓아 소통의 문제를 없애고 있다. 

 


김) 고요한 M은 주로 어떤 분들이 이용하는가.

송) 직영으로 운영하다 보니 차량이 깔끔하고 상태가 좋다. 냄새에도 신경을 써서인지 여성분들의 반응이 좋다. 그리고 기사분들이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하고 불필요한 대화가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은 듯하다. 예약 이동, 병원 이동 등 특화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시는 분들도 많다. 다른 택시와 요금은 비슷한데 약간 상승 예정이고, 앞서 설명한 블랙캡은 특수 차량이라 중형 택시 대비 두 배 이상의 요금을 받는다. 하지만 서비스 폭이 넓어서 예약은 항상 차있다. 

 

김) 사업을 진행하며 투자자와 동료를 설득하는 과정은 순조로웠는지.

송) 현재 조직을 키우고 있어 조금 정신이 없기는 하다. 
처음에 아이디어를 내고 시작하려 했을 때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는데, 오히려 즐거웠다. '대학생, 택시, 장애인'이라는 사업이 안 되는 세 가지 요소를 다 모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걸 하면 재미가 없었을 텐데, 가능한 것부터 해보자는 생각에 열정을 가지고 임했다.

 

참가자 질문) 시각장애인이 탑승하면, 청각장애인 드라이버와 소통이 불가능하지 않은지?

송) 탑승 사례가 있는데, 어플을 통해서 목적지가 입력돼 있어서 큰 문제는 없었다. '기사님이 내비게이션 소리를 크게 틀어주어서, 어느 쪽으로 이동 중인지 잘 알 수 있어서 편했다'는 후기를 받았다.

▲ 고요한M 이용 후기. ⓒ코액터스
▲ 고요한M 이용 후기. ⓒ코액터스

김) 기사님들의 만족도는 어떤지 궁금하다. 

송) 전 직장보다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승객분들도 장애를 알고 탑승하시는 경우가 많아 배려가 있다. 이전에는 일반 택시 회사에 소프트웨어만 납품하고 장애인분들도 그쪽으로 취업을 하셨는데, 택시 회사의 사납금 제도나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조직문화 등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 다른 택시 회사와는 다르게 월급제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가능했나. 

송) 일단 호출 앱을 통해서만 영업을 하기에, 예전처럼 기사분들이 길거리 영업을 하지 않고 운전만 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영업은 회사가 책임지고, 운전에 대한 부분만 측정해서 월급으로 지급한다. 하루에 평균 9시간을 운행 시간으로 잡아놓고 있는데, 운행 일이나 시간은 자유롭게 하고 어플로 근태관리를 한다. 다른 택시 회사는 사납금을 내고 나머지가 기사분 수익인데, 그 수익의 평균과 우리 월급이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김) 정책적인 지원이 있는가. 그리고 택시 업계의 견제도 있었는지?

송) 감사하게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도움을 받았지만, 정책적으로 아직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요즘 택시 회사들이 많이 무너지고 힘든 상황이다. 견제가 있다고 해도 장애인 고용을 이전에 해보지 않은 곳에서는 새롭게 도입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서 진입 장벽이 높다고 본다. 

ⓒ코액터스
ⓒ코액터스

김) 사업은 대학 동기들과 함께 시작했는가

송) 동기는 아니지만, 대학교에서 이 일을 시작하기 위해 만난 사람들이다. 스타트업 회사로는 드물게 창립 인원 3명이 지금까지 함께하는 중이다. 서로 능력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회사의 성장과 목표 달성에 집중하는 부분이 비결이지 않을까. 

 

김)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분야에서 창업하는 분들에게 조언한다면.

송) 우리는 장애인 표준사업장같이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설치하는 걸 지향하지는 않는다. 동료가 장애인인지 아닌지 굳이 알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 회사의 기준에 맞는 분들을 채용하고 함께 문화를 만들어 갈 뿐이다. 수어 통역사같이 장애 유형에 따라 회사가 배려를 한 스푼 놓을 수는 있지만, 뭔가 특별한 걸 제공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장애인을 많이 고용하는 회사에서는 비장애인들이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장애가 있는 사원이 중심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사업장으로 만들려고 하는 노력으로 모두가 잘 어울려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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